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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나Kim Jan 08. 2024

어린이 사물놀이의 여정

'3개월 간의 결과물..'

  여행을 하면서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것들에 더욱 자부심을 가지게 된 나는, 이미 결혼 전부터 만약 내가 아이를 가진다면 사물놀이를 시키고 싶다 하는 마음을 늘 가졌더랬다. 이런 나의 오랜 다짐을 친한 사람들에게 농담 반, 진담 반처럼 이야기를 해봤으나, 아쉽게 그 누구도 나의 꿈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사람은 없었다.


  아이들은 점점 커 가고, 또한 커 갈수록 공부에 집중해야 하는 시간이 많아지니, 나의 꿈은 그냥 꿈으로 끝나나 싶은 와중이었다. 간절히 바라면 이루어진다는 말이 사실인 듯, 2022년 중순에 나와 생각이 비슷한 언니를 만났고, 작년 5월에는 마을공동체 공모사업을 신청할 수 있는 센터장님을 만나, 이 3명이 모여 작년 9월 중순부터. 내가 오랜 기간 꿈꾸던 "어린이 사물놀이"를 시작하게 된 것이다.


  이 기회가 얼마나 기적이고 감사한 일인지를 잘 아는 나로서, 열정이 뿜뿜 나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사실 작년에 이 어린이들과 하고픈 일들이 많았지만, 수업 시작이 9월 중순으로 늦어지며 아무것도 시도할 수 없었다. 그저 주 1회 만나서 90분씩 수업을 하며 사물놀이를 좋아하게 만드는 것뿐.


  센터에서 합류한 4명의 아이들은 내가 모집한 9명의 아이들과는 다르게 사물놀이 자체에 그리 관심이 없었다. 그저 3개월만 채우고 내년부터는 합류하지 않겠다고, 올 때마다 울상인 소리만 하던 아이들이었다. 큰일이다. -_- 이 친구들이 빠지면, 매달 내는 레슨비가 올라가고, 또 어디서 당장 4명을 구할까 싶어 나는 이 친구들을 절대 사수해야 했다. 하여 우리 둥이에게 특명을 내렸다.


  "쉬는 시간에 너네 9명만 놀지 말고, 저 친구 4명도 다 같이 놀아. 13명 함께 놀지 않으면 이 팀은 내년에 없어진다. 소외되는 아이들이 단 1명도 없도록 둘이 노력하랏!!"


  그 덕분인지 11월 말이 되자, 그 4명들도 수업을 그만두겠다고 하는 아이는 한 명도 없었다. 이뿐이냐, 박자감이 없는 친구가 아무리 노력해도 장구가 잘 안쳐져서, 내가 배워서 옆에서 같이 하기도 했고... 꽹과리를 잘 따라 하지 못함에도 선생님께 못 물어보는 아이를 대신해 "선생님 꽹과리 다시 한번 알려주세요~" 이야기를 하는 것도 나의 일이었다. 또한 수업시간에 시끄러운 아이들에게 우레와 같은 함성을 지르며 조용히 시키는 것도 나의 임무. 물론 악기를 세팅하고, 정리하는 것 또한 나의 일이기도 했다.


  이렇게 나의 진심 어린 열정으로 끌고 온, 어린이 사물놀이팀이 빛에 발하는 순간이 드디어 왔다. 바로 작년 마지막 수업에 부모를 초청해 자신들의 노력을 뽐내는 날이 온 것이다. 시간이 감에 따라 부모님들,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오셔서 약 스무 분이 모였다. 그리고 6시에 우리들이 배웠던 장단을 뽐내기 시작.


  장난기 하나 없는 모습으로 연주하는 아이들을 보자, 울컥하면서 눈시울이 붉어졌다.. 이 감동은 어디에서 온 것일까? 나의 열정이 틀리지 않았다는 안도감 때문이었을까, 혹은 2024년에는 뭔가를 시도해 볼 수 있겠다는 희망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지금까지 즐거움으로만 장단을 치던 아이들이 너무나 진지하게 연주하는 모습을 보아 감동을 해서 그랬던 것일까. 아무튼 그날 나는 아이들의 연주를 보면서, 가슴속 어딘가에서 뜨거운 무엇인가가 올라왔다.  


  보람차고 유쾌한 하루를 마치고 집에 돌아가서, 둥이에게 너무 잘했다. 우리 내년에는 더 잘해보자 방방 거리고 있을 때였다. 같이 모임을 만든 언니한테 전화가 왔다.


  "수고했어. 너 덕분에 여기까지 온 거야. 제일 수고한 건 너야."라는 말을 듣자마자 수도꼭지를 튼 것 마냥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엄마 왜 울어?"라는 질문을 하는 둥이에게 답변도 하지 않고 계속 눈물을 흘렸던 순간이다.


......


  이제는 2024년이다. 어린이 사물놀이 팀의 2024 계획을 여기에 적어보고 싶다. 이는 꼭 실천하고자 하는 나의 의지이기도 하다.


  - 4월 말이나 5월 초에 있을 어린이 사물놀이 대회에 참석하여 아이들의 자존감을 올려줄 것이다.

  - 만약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다면, 이 성적을 기반으로, 온갖 정부와 기업들을 컨택하여 아이들을 데리고 해외에 나갈 수 있는 기회를 꼭 만들어 주고 싶다. 이를 위해 내 한 몸을 불살라 죽도록 노력할 것이다.

  - 아이들이 다니는 초등학교 등굣길에 학기 중 한 번씩은 사물놀이 연주를 할 수 있게 교장 선생님께 요청을 할 것이다.

  - 우리 구에서 진행하는 마을 축제에 아이들을 세워 연주를 하게 할 것이다.


.....


  지금 나는 둥이와 필리핀 바콜로드에 와있다. 그동안 내가 해왔던 사물놀이 팀의 매니저 역할은 1월, 2월 동안은 다른 엄마들이 돌아가면서 할 것이다. 이 또한 모두에게 참 좋은 기회란 생각이 든다. 이를 계기로 부모님들도 사물놀이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되길 바란다.



  나는 늘 운이 좋았던 사람이었으니까, 어린이 사물놀이 프로젝트도 결국 내가 꿈꾸던 방향으로 흘러갈 것이라고 믿는다.


  지금껏 경험해보지 않았던 일이 일어나는 2024년이 되길 바란다. 또한 이 글을 읽는 모든 이에게 좋은 일만 가득한, 설사 유쾌하지 않은 일이 있더라도 전화위복이 되는 행운 가득한 2024년이 되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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