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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나Kim Jan 31. 2024

유기농 농장 & 고아원 방문

'홈스쿨링 하는 친구들과 함께한 주말 견학.'

  바콜로드 현지 친구인 로셀은 둥이보다 2살이 어린 '외동아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고, 집에서 직접 홈스쿨링으로 가르치고 있다. 한국인에게는 굉장히 낯선 홈스쿨링 시스템을 그녀 덕분에 어느 정도는 알고 있다. 필리핀에는 부모한테 직접 교육을 받는 학생 수가 굉장히 많다고 한다. 홈스쿨링 학비도 사립학교와 비슷하거나 더 비싸기 때문에 어느 정도 돈이 있는 사람만 시킬 수 있다고.


  그녀의 말을 들어보면, 홈스쿨의 장점은 전 세계의 모든 교과서를 직접 보고 선택할 수 있는 것이라고 한다. 하여 그녀는 수학은 싱가포르 교과서로, 과학은 영국 스토리텔링 책으로, 영어는 미국 교과서로 가르친다고 한다. 이처럼 전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교과서를 아들과 직접 골라 가르칠 수 있는 게 큰 장점이고, 또 분기별로 유명 인사들을 줌으로 초대해 아이들과 만나 이야기를 듣고, 질문을 하는 시간이 있는 것도 좋은 점이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시험은 우리처럼 필기가 아닌, 자신이 아는 것을 직접 말로 설명하는 구술시험으로 본다고 한다.


  예를 들어 '분수'에 대해서 직접 설명하는 모습을 비디오로 찍어서 본사에 보내는 것이다. 학교 선생이었던 그녀의 말에 따르면 구두로 아는 것을 설명하게 하는 방법이 진정한 공부라고 한다. 왜냐하면 개념을 완벽하게 이해를 해야 말로 설명을 할 수 있고, 또한 설명을 하면서 지식이 아이들의 머리에 더 오래 남게 되기 때문이라고.


  그래, 너무 훌륭하다. 다 좋다 이거다. 근데 아무리 생각해 봐도 집에서, 내 아이에게, 모든 과목직접 가르친다는 게 보통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뭐, 로셀은 학교 선생이었으니까 나름의 노하우가 있겠지 -_-


  나는 아이들을 아직 수학학원에 보내지 않고 직접 가르치고 있는데, 솔직히 이 한 과목만으로도 미치겠다. 가르치다 보면 극도로 흥분하여 "이 바보야!!"가 나도 모르게 생목으로 튀어나오는 걸 보면서 자괴감이 들기도 하고 말이다... 근데 국/영/수/과/미술/체육/음악 등등 모든 과목을 가르친다? 생각만 해도 머리 아프다. 또 하나 걱정되는 것이 있다면 아이들의 사회성은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 이다.


   이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그녀의 대답은 늘 같다고 한다.


  "학교처럼 과목 당 40분씩 할 필요가 없어. 영어 15분, 수학도 15분 정도만 하면 되는 거야. 짧은 시간만으로도 서로가 스트레스 안 받고 깔끔하고 명확하게 가르칠 수 있거든. 1:30이랑 1:1 수업을 생각해 봐. 그리고 사회성은 주말마다 가는 교회도 있고, 동네에 친구도 있으니까 그리 문제가 되지 않아."


 ...


  로셀은 작년 7월부터 월 1회씩 홈스쿨링 하는 아이들의 모임에 참석을 하고 있다고 했다. 홈스쿨을 하는 아이들에게 사회성을 기르는 일환의 하나로, 매달 한 번씩 다 같이 만나서 바콜로드 근교로 견학을 가는 것이다.


  그리고 그녀가 2주 전 주말에 열린 홈스쿨링 모임에 우리 가족을 초대했다. 덕분에 참석한 부모님들과 이야기도 하고, 또 아이들끼리 놀기도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먼저 방문한 곳은 May's Garden이라는 유기농 농장이었다. 100% 유기농 마스코바도를 만들어 판매하는 아기자기한 곳. 그곳에서 당나귀도 타고, 칠면조도 보고, 작은 식물도 심고, 비옥한 땅에서 건강하게 자라고 있는 지렁이들도 만져보고, 마스코바도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도 배우는 유익한 시간을 가졌다.  

  

  그 후 우리는 다 같이 근처에 있는 고아원에 방문했다. 야자수로 이루어진 작은 골목길을 따라 꼬불꼬불 들어가니 작은 고아원이 나왔다. 밖에서 보기에는 작아 보였지만, 그 안은 꽤 컸다. 안에 위치한 실내 운동장 같은 곳에 가니 13명의 남아들이 옹기종기 의자에 앉아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 나는 이런 모습이 왜 이렇게 불편한지 모르겠다. 뭔가 모금 유도를 하기 위해 아이들을 이용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불편함. 혹은 우리의 아이들이 얼마나 행복하게 살고 있는지 알게 해 주기 위한 일종의 장치가 아닐까 하는 죄책감까지도... 굳이 그 아이들이 그곳에 꼭 앉아있어야만 했을까.


  그곳에서 PR을 담당하는 젊은 여성이 나와 이곳은 민간 고아원이기 때문에 사람들의 모금으로 운영이 된다고 설명을 했다. 그리고 고아원 안에는 유치원 시설만 있기 때문에 여기에 있는 초등 이상의 아이들은 모두 밖에 있는 공립학교에 다니고 있다고 다.


  이 아이들 중에서 부모가 없는 아이들도 있고, 있는 아이들도 있다고 설명하며 부모가 없는 아이들은 필리핀 내에 입양을 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있고, 안 되는 아이들은 외국으로 입양이 되기도 한다고 했다.


  바로 그때였다. 남편이 손을 번쩍 드는 것이 아닌가... 이거..  무척 불안하게 왜 이러실까 ;;


  "뭐 물어보려고 손 드는 건데?"

  "입양을 보내는 건 좋은데 아이들이 입양되는 곳이 안전한 곳인지를 어떻게 아는지가 궁금해. 필리핀에는 아동 인신매매(Human Trafficking)가 굉장히 문제가 되고 있는데 그에 대해 어떤 대비책이 있는지도 물어보려고."


  -_-


  "모든 사람들 앞에서 우리가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고 이야기하고 있는 이 상황에! Human Trafficking을 물어본다고? 지금 그런 질문하는 건 아닌 거 같아... 진짜 물어보고 싶으면 이따 개인적으로 물어보는 거 어때?"


  내 말을 듣고 빠르게 수긍한 그는 손을 슬며시 내렸다 -_- 


...


  고아원이 어떻게 운영이 되는지,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입양은 어떻게 이뤄지는지 등의 설명을 듣고 우리는 고아원 안으로 들어갔다. 그곳은 3살 미만의 아이들만 있는 곳이었고, 그 안에서 선생님 1명과 3살 미만 어린이들 4~5명 정도가 놀고 있었다. 유리창 너머로 말이다. 아이들은 계속 우리 쪽으로 와서 손을 흔들기도 하고 웃기도 했다.. 예쁜 아이들이 언제 어디에서건 행복하기를 진심으로 기원다.


  그곳의 긍정적인 부분을 말하자안의 시설이 굉장히 따뜻했다는 것이다. 나무로 만든 놀이터에서 온기가 느껴졌고, 사실 PR을 하던 여성분에게서도 진심이 우러나오는 따뜻함이 있었기에 뭔가 안심이 됐.


  고아원 안을 다 둘러본 후, 우리는 다시 실내 공터로 나와 아까 대기하고 있던 13명의 남아들과 다 같이 단체사진을 찍었다. 음.. 이는 누구를 위한 사진일까. 방문객을 위한 사진일까, 아니면 거기에 있는 아이들을 위한 사진일까.  


  예전 20대 중반에 어떤 단체에서 목포에 있는 큰 고아원에 간 적이 있다. 그때 아이들과 단체 사진을 찍을 때 옆에 있던 누군가가 이 부분을 지적한 적이 있었다. 그때는 왜 저럴까 싶었는데, 그때 그분의 지적이 무엇이었는지를 이제야 느끼는 중이다.


...


  어쨌든 로셀 덕분에 홈스쿨링을 하는 아이들과 부모님도 만나고, 유기농 농장도 방문하고, 생각지도 않았던 고아원에도 방문을 할 수 있었다. 그녀를 통해, 나는 오늘도 이렇게 조금씩 조금씩 바콜로드에 대해서 더 알아가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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