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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준 Aug 22. 2022

'진짜'를 하기

어릴 때 방학 때 숙제로 했던 탐구생활. 개학 즈음 되면 내 탐구생활은 부피가 꽤 커지곤했다. 도서관에서 복사한 온갖 자료들, 활동한 자료들을 오리고 붙이고 하느라. 지금 돌아보면 그렇게까지 하지 않았어도 좋았을걸 하는 생각이 든다. 스스로 관련 자료들을 찾아 복사해서 붙이면서 나조차도 그 자료들을 거의 제대로 읽어보지 않았다. 일종의 허세였다. 최대한 더 두껍게, 더 예쁘게 꾸미는 데에 열을 올렸지 제대로 탐구를 한 건 거의 드물었다.


매년 만들곤 했던 가족신문도 비슷했다. 없는 가훈 만들어 적기, 매년 똑같은 형식, 마냥 화목하기만 한 가족인 것처럼 예쁘게 꾸미기.


가만 보면 인생은 짧은데 쓸데없는 데 시간을 많이 쓰는 것 같다. 언니와 친구들과 버스타고 도사관까지 가서 탐구생활을 펼쳐놓고 관련 책을 찾아보고 했던 추억은 참 좋다. 가족신문 만드느라 도화지와 색연필 꺼내 식구들과 뭔가를 하던 그 시간도 좋았다. 그 시간들, 추억들이 있으니 좋긴한데 차라리 그 시간에 도서관에서 재밌는 만화책을 보고, 형식적인 가족신문 같은 거 대신 진짜 그리고 싶은 그림이나 신나게 리는 게 더 좋았을 것 같다. 아니면 정말, 진심으로 우리 가족에 대해 글을 한편 써보거나, 틀에 박힌 가족얼굴 그리는 것 말고 개성가득히 내 마음대로 그려보았어도 좋았을 것 같다.


어린 내가 남들하는대로, 남들에게 좋게 보이는 것 위주로 했던 이유는 상을 받기 위해서였다. 무난하게 어떤 다들 하는 형식대로 해야 기본은 하고, 장려상이라도 받을테니까. 결국 남들 눈에 들고 인정받으려 그 어린 아이는 그때부터 어떤 틀을 넘지 않고 걸었던 것이다. 창의성이라곤 없이.


내 마음에 드는 것, 내가 좋아서 진심으로 한 것은 남는다. 어떤 형태로든. 그렇지 않은 것은 그때 뿐인 것 같다. 비록 상같은 걸 받는다해도.


나이가 들수록 '진짜'만 하기에도 인생이 너무 짧다는 걸 점점 더 느낀다. 내가 지금도 여전히 하고 있는 '탐구생활', '가족신문'은 없나, 돌아봐야할 것 같다.




22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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