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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준 Oct 27. 2022

죽음은 가볍다


어릴 땐 죽음을 말하는 사람들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했다. 죽음을 말하는 것, 뭐가 됐든 죽음이란 걸 언급하는 것 자체가 왠지 내키지가 않았다.

'죽음'이라 하면 행복의 반대편에 있는 낱말 같았고, 밝음, 경쾌함, 빛.. 이런 말과도 아주 멀리 떨어진 듯 느껴져 꺼내면 안될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던 것 같다. 그랬던 내가 요즘은 자주 죽음을 생각한다. 죽고싶은 마음? 그런 종류에서의 죽음 말고. 내 현재 삶을 환기시켜주는 단어로서의 죽음을. 참 이상한 말인데 죽음을 떠올리면 삶은 이것들 중 하나여야할 것만 같다. 뜨겁거나 즐겁거나 기쁘거나.. 뭐 이런 것들 중 하나여야할 것 같다. 끝을 생각하면, 정말 내 지금 삶을 순간적으로나마 살짝 자세히 응시하게 된다. 심각한 건 별로인 것 같다. 죽음, 끝, 파노라마. 그러면 제일 정답처럼 떠오르는 장면, 단어는 웃는 얼굴, 그것도 혼자만 웃는 얼굴 말고, 다른 이들과 함께 웃는 얼굴이여야할 것 같고. 가지지 못한 걸로 슬퍼하는 얼굴 말고 가진 걸로, 아니면 가지지 못했어도 즐거운 얼굴일 것 같고. 성실도 좋은데 꾹 참으며 괴로운데 희생하는 성실말고 마음에서 우러나와 행하는 성실. 아무튼 뭐랄까, 조금 덜 심각하게 조금 더 즐겁게, 여행하듯이, 노는 듯이 .. 그런 것들이 떠오르는 거다.


나는 삼십몇년을 많은 시간동안 꽤 심각하게 꽤나 많은 걱정을 하며 살았고 살고 있다. 앞으로도 그럴 것 같긴한데, '죽음'. 이 단어를 떠올리면.. 그래도 걱정하는 시간이 아-주 조금은 더 줄어들지도 모르겠다. 걱정하다 금새 그래도 한번 웃는 노력, 내 걱정이 태산이어도 옆을 한번 쓱 보며 내꺼 말고 다른 이들 필요한 걸 주려는 노력. 그런 걸 해보려 노력하지 않을까 싶은.


나는 죽음을 생각할 때 밝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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