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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큰롤 소년의 로망

<싱 스트리트>

<원스>,<비긴 어게인>의 존 카니 감독이 내놓은 새 영화 <싱 스트리트>는 밴드를 결성하는 고등학생들의 이야기다. 암울하기 그지 없던 1982년의 아일랜드를 배경으로, 해체 위기 가정에서 살고 있는 고등학생 코너

(페리다 월시-필로)가 여자에게 잘 보이기 위해 밴드를 결성,  이런저런 과정을 거쳐 첫 공연을 치룬 후 꿈을 위해 조각배를 타고 영국으로 떠난다.뻔한 로큰롤 판타지 성장기라도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이 판타지를 더 많이 보여주기 위해서, 영화는 많은 과정을 건너 뛴다. 한 방에 멤버들을 구하고, 한 방에 자작곡을 만들며, 만들어진 노래들은 이미 준 프로급이다. 비틀즈도 이 정도는 아니었을 것이다. 어떻게 보면 소년들이 밴드를 결성하고 꼴을 갖출 때 부딪히는 첫번 째 난관들이 빠져있는 것이다. 대신 감독은 록 밴드의 매력, 그리고 밴드 생활을 통한 주인공의 성장에 촛점을 맞추고 또 맞춘다. 


밴드의 매력은, 서로 다른 악기로 서로 다른 소리를 내어 하나의 음악을 만드는 것이다. 말을 하지 않아도 연주로 소통하며 음악을 쌓아올리고 완성하는 과정이란 감수성 예민한 시절에 보통 아이들은 경험하기 힘든 쾌락이다. 이 쾌락을 통해, 소년은 비로서 자기 자신의 욕망과 의지에 귀기울이고 이를 음악으로 승화시킨다. 그러면서 소년은 남자로 자라난다. 사춘기라는 마법과 함께 예술가의 자의식도 함께 치솟는다. 처음에 자신을 괴롭히는 스킨헤드 급우에게 속절없이 당하던 코너가 밴드가 자리잡은 후 “너는 아무 것도 만들지 않잖아. 나랑은 달라”라고 도도하게 말하는 장면은 이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스스로에게 나는 빛을 느끼고, 밴드를 하기 전과 뭔가 달라졌음을 자각하는 것이다. 친구들의 그런 변화를 보며, 밴드맨의 예쁜 여자친구를 부러워하며, 또 다른 소년들이 밴드를 시작한다. 그렇게 하나 둘 씩 밴드가 늘어나며 로컬 신(local scene)이 탄생하는 거다. 60년대 리버풀, 80년대 시애틀과 맨체스터 등등. 그 시작은 비슷했을 것이다. 


모터헤드, 클래시, 더 잼, 큐어 등의 음악이 쉬지 않고 흐르는 이 영화를 보며, 나는 사춘기 시절의 음악 친구들을 내내 떠올렸다. 락덕후 형이 있던 그 녀석, 반항의 아이콘이었으나 메탈리카 얘기만 하면 눈물을 흘리던 저 녀석 등등. 그런 친구들이 있어 나역시 그 때를 락덕후로 보낼 수 있었다. 재밌던 시절이었다. 스무살이 되어 밴드를 하게 되면 엄청 예쁜 여자친구가 생길거라는 망상도 했다. 그 때의 나에게 돌아가 말해주고 싶다. "포기해, 포기하면 편해." <싱 스트리트>가 존 카니의 자전적 영화이긴 하지만, 그 또한 밴드를 한다는 이유만으로 짝사랑하던 여자의 마음을 사는데는 실패했다고 한다. 사는 건 다 비슷한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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