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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 주드, 그리고 보헤미안 랩소디

Trident 스튜디오의 Bechstein 피아노 이야기

‘보헤미안 랩소디’를 이끌어가는 악기는 프레디 머큐리가 연주하는 피아노다. 후반 브라이언 메이의 극적인 기타가 터지기 전까지, 그리고 곡의 마무리까지 이 피아노는 노래에 때로는 달콤하고 때로는 처연한 심상을 북돋는다. 음악적 메인 플롯이다. 그런데, 그거 아나? 이 노래에 쓰인 피아노가 비틀즈의 ‘헤이 주드’에 쓰인 피아노와 동일한 물건이라는 거. 


1968년, 런던 소호에 트라이던트라는 이름의 스튜디오가 오픈했다. 영국 최초로 8트랙 녹음기와 돌비 서라운드 시스템, 대형 탄노이 스피커 등을 도입한 최신식 스튜디오였다. 비틀즈는 그 전까지 애비 로드 스튜디오의 4트랙 녹음기로만 작업했었다. 트라이던트에 대한 소식을 듣고 최신 장비에 대한 호기심을 느꼈다. 1968년 7월 29일, 30일 애비로드 스튜디오에서 ‘Hey Jude’의 리허설 작업이 있었다. 다음 날인 31일, 본격적인 녹음이 트라이던트에서 진행됐다. 첫 날 녹음에서 비틀즈는 네 번에 걸쳐 녹음을 했고, 8트랙 테이프를 꽉꽉 채웠다. 보컬과 기타, 베이스와 드럼, 그리고 폴 매카트니가 연주한 피아노였다. 


누구나 알듯이 ‘헤이 주드’는 비틀즈의 명곡들 중 가장 고양감을 불러일으키는 곡이다. 그 고양감은 영원히 울려퍼진다 해도 결코 지루하지 않을 ‘나나나나’ 후렴구에 의해 절정을 찍는다. 7분 11초에 달하는 길이는 그들이 느끼고 있던 한계를 돌파하기 위한 산물이었다. 팝 음악 싱글은 3분을 넘지 말아야 한다는 당시의 규칙을 깬 첫 번째 히트곡은 리차드 해리스가 1967년에 발표한 ‘MacArthur Park’였는데, 이 노래의 성공이 비틀즈에게 영감을 줬기 때문일 것이다. 비틀즈는 ‘헤이 주드’를 앨범에 넣지 않고 싱글로만 발표했다. ‘3분’이라는 한계를 넘기 위한 배수의 진과 비슷한 것이었으리라. 이 곡의 대성공이 후일 ‘보헤미안 랩소디’에게도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고 충분히 짐작할 수 있고. (지금 환경에서는 잘 이해가 안 갈테지만, 기술적인 이야기들이니까 그냥 넘어가자.)


어쨌든, 트라이던트는 레코딩 장비 뿐만 아니라 악기도 최고급으로 세팅되어 있었다. 19세기 중반에 제조된 독일의 벡스타인 피아노도 그것이었다. 100살이 넘은 이 피아노의 소리를 폴 매카트니는 꽤 마음에 들어했다고 한다. 오케스트라와 추가 작업을 할 때도, 그는 이 피아노를 두드리며 악단을 북돋았고 합창을 녹음할 때도 피아노를 치며 그들을 리드했다. 트라이던트에서 이 피아노를 활용해서 녹음한 뮤지션은 그 전에도 있었지만, 사람들이 3분을 훨씬 넘어가는 첫번째 히트곡을  ‘MacArthur Park’가 아닌 ‘Hey Jude’로 인식하듯이 트라이던트 벡스타인 그랜드 피아노가 대중에게 울려퍼진 최초의 순간 역시 ‘Hey Jude’로 기억되는 것이다. 


1968년의 ‘Hey Jude’와 1975년의 ‘Bohemian Rhapsody’사이에도, 트라이던트의 벡스타인은 많은 명곡들에 쓰였다. 엘튼 존의 ‘Your Song’, 조지 해리슨의 ‘All Things Must Pass’, 데이빗 보위의 ‘Life On Mars’, 루 리드의 ‘Perfect Day’등이 대표적이다. 머라이어 캐리의 리메이크로 더 히트한 해리 닐슨의 ‘Without You’도 트라이던트 벡스타인의 소리다. 가히 피아노계의 슈퍼스타라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트라이던트 스튜디오는 1981년 문을 닫았다. 피아노는 1980년대 중반, 경매로 넘어갔다. 이 피아노를 누가 샀는지, 그리고 현재는 어디 있는지 까지는 모르겠다. 어쩌면 비틀즈 매니아인 유럽의 부호가 소장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 퀸 매니아인 중동의 왕족이 딸에게 선물했을지도 모른다. 이런 역사적인 악기를 어루만지며 이 피아노로 녹음된 명곡들을 듣는 기분은 어떨까. 아마, 나는 평생 짐작조차 못할 것이다. 


*이 피아노로 녹음된 노래 중 나는 엘튼 존의 'Your Song'을 가장 좋아한다. 정확히 말하자면, 이 피아노의 가장 아름다운 순간이 담겨 있다고 생각한다. 


https://www.youtube.com/watch?v=13GD78Bmo8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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