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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빙어니언 Aug 04. 2021

나는 내가 쓴 글 다시 보는 게 제일 싫어

그래도 다시 봐야해...

나는 글을 쓰는게 싫다.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내 글에 특별히 자신이 없다. 어렸을 때부터 책을 많이 읽은 것(심지어 서술형 문제도 싫어했음)도 아니고, 대학 입시를 위해 논술을 엄청나게 준비한 것도 아니고, 영어를 잘 하지는 않지만 중학교 시절을 해외에서 보내는 등 글로 나의 마음을, 내가 이해한 바를 쓰는 것이 나에게는 참 어려운 일이다. 

이런 나의 직업은 홍보대행사 AE다. 클라이언트 기업의 홍보를 위해 보도자료, 기획자료 등 작성 능력이 필수적인 직장에 다니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다...왜? 글을 잘 못쓰니까 


생각해보면 좋은 글 혹은/또는 말은 간결하다. 적절한 단어의 사용으로 간결한 것이 가장 좋겠지만 위에서 말 햇듯 나는 글 쓰는 것에 자신이 없다. 그래서 내 글은 뭔가 한 문장에 많은 정보를 담기 위해 혹은 기깔나게 잘 쓰고 싶은 욕심때문에 시제가 틀리거나, 썼던 단어를 반복하는 등 한 마디로 별로다.   


그래도 살아갈 길은 있다. 수정. 그리고 수정하기 위해서는 다시 읽어보는게 첫번째 스텝인데, 이게 정말 하기 싫다. 별로인 내 글을 읽을 때 내가 썼다는 그 사실 하나로 내 자존감은 껌이 땅바닥에 붙어있는 것마냥 뚝 떨어져 쉽게 올라오지 않기 때문이다. 


왜 싫을까? 솔직히 작성 능력이 나의 전부는 아닌데 고작 A4용지 2장이 나를 평가하는 것 때문에 항상 자신 없어했다.(자기소개서도 마찬가지다. 2x년 살아왔는게 고작 몇 백개의 단어로 나를 표현하라니... 이래서 사업을 차리나 싶었다) 하지만 형편없는 초안을 그대로 보낼 수는 없는 법. 용기 내어, 정말 용기내서 글을 처음부터 다시 읽어본다. 


글을 쓰고 그 글을 읽어야지 마음을 먹는 것까지가 힘들지 막상 읽어보면 지금이라도 이 실수를 찾아내서 다행이라고 생각할 때가 많다. 가끔 수정하기 너무 싫은 글은 눈 감고 그냥 보내곤 하는데 정말 안 좋은 습관을 고친 것 같아 자존감이 높아지기도 한다. 


칼로 껌을 제거하듯 다른 단어로 고민해보고 새로운 구성으로 문장을 다시 작성해보는 등 건강한 고민을 하면서 글의 완성도를 높인다. 그리고 회사 팀장님으로부터 혹은 클라이언트한테서 "와 이번 자료 잘 써주셨네요!"라는 피드백을 받으면 땅바닥에 붙어있던 껌은 완벽히 제거된다. 그 날의 퇴근 길이란... 음표가 발자국으로 찍는 것마냥 즐겁다. 


껌 제거 칼을 들기 까지가 힘든 것이다. 껌 제거는 쉬우니 우리 다같이 침 한 번 삼키고 자신이 썼던 글을 처음부터 읽어보는 것 어떨까? 완성도 높아지는 글에 나도 뭔가 더 나은 사람으로 성장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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