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1950년대 대만

독자적인 제트 전투기 개발을 시도했던 대만

1945년 일본 제국이 패망하자 평화를 원했던 중국 국민들의 요구에 따라 국민당의 장제스와 공산당의 마오쩌둥은 충칭에서 화평교섭회담을 개최하였다. 그리고 10월 10일, ‘국공쌍방 대표 회담 기록 요강’을 발표하여 어떤 일이 있어도 내전을 피하고 독립, 자유, 부강의 신중국을 건설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이러한 평화는 국민당이 미국과 손을 잡으면서 압도적인 군사력을 배경으로 협정을 파기하면서 깨지고 말았다. 제3차 국공합작은 결렬되었고 그렇게 중국은 다시 한 번 혼란스러운 내전을 겪게 된다. 문제는 공산당이 생각보다 격렬하게 저행했다는 것이다. 처음에만 해도 미국의 원조를 받는 국민당이 손쉽게 중국 본토를 수복할 것이라 생각했지만 국민당은 국민들의 지지를 잃어갔으며 정치적, 군사적 기반을 차근차근 닦아나가는 공산당과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었다. 결국, 국민당은 이들에 대해 군사적 우위를 갖고자 영국과 함께 독자적인 제트 전투기 개발에 착수한다.

장제스는 1946년에 항공기술 협력 차원에서 중화민국 사절단을 영국에 보내어 영국과 함께 독자적인 제트 전투기 개발 가능성을 탐색하였다. 그렇게 1946년 7월 18일, 영국은 Gloster와 함께 중국과 공동으로 제트 전투기를 개발하기로 한다. 이에 30명의 국민당 엔지니어들이 영국으로 건너갔고 반대로 영국도 중국으로 30여명의 기술자들을 보내 그곳에서 중국의 항공 산업 기반을 닦도로 했다. 이때 Gloster는 중화민국에서 온 엔지니어들에게 영국 최초의 제트 항공기인 Gloster E.1/44를 기반으로 하여 당대 최고의 엔진이었던 Rolls-Royce Nene엔진을 탑재한 CXP-1001 설계안을 제안했다. 여기서 CXP란, Chinese Experimental Pursuit의 약자이다. 그리고 개발 기간을 단축시키기 위해 보조 연료탱크나 착륙장치는 영국의 Gloster Meteor의 것을 그대로 사용하고자 했다. 그렇게 계획대로라면 2년 6개월 (30개월) 내에 3대의 시제기가 제작되었어야 했던 이 비행기는 1948년부터 국공내전의 전세가 급격하게 불리해지면서 큰 위기를 맞게 된다.

우선, 1949년 초에 설계가 거의 완료되어 2대의 시제기가 완성되었으나 전세가 급격하게 불리해지면서 중국 본토에서는 더 이상 개발을 이어나가기 어려워졌다. 결국, 대만으로 넘어가 개발을 계속하기로 하였으나 1949년 6월 국민당 소속 전투기가 영국 상선을 오인 공격하는 바람에 영국과의 관계가 서운해지기 시작했다. 동시에 1949년 10월 1일, 공산당의 중화인민공화국이 수립되면서 제국주의와의 불평등 조약을 모두 폐기할거라는 중국 공산당의 선언에 영국은 서둘러 미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중화인민공화국을 국가로 인정하면서 대만과는 단교를 선언하고 말았다. 그리고 1949년 12월 7일, 중국 본토를 포기한 채 섬으로 들어가야 했던 국민당은 ‘국부천대’라 하여 중화민국 정부를 대만으로 옮겨야만 했다. 당연히 1950년 이후 원래대로라면 대만으로 건너갔어야할 CXP-1001 관련 도면들과 자료들은 대만으로 건네지지 못했다.

War Thunder Forums Gloster CXP-1001

Pinterest Gloster E1/44

물론, 국민당 정부는 대만으로 건나가서도 독자적인 제트 전투기 개발을 이어나가고자 했다. 그러나 기반 시설 하나 제대로 없었던 열악한 대만에서 영국의 도움 없이 독자적으로 전투기를 개발하기란 그것도 본토를 잃은 채 섬으로 도망쳐온 국민당에게는 너무나도 어려운 일이었다. 게다가 1950년 한국전쟁으로 미국이 우방국들에게 자신들의 최신예 전투기 F-86 Sabre를 대량으로 제공하자 1952년 중국 국민당, 더 나아가 대만의 첫 제트 전투기가 될지도 몰랐을 CXP-1001 사업은 나무 모형과 부속품 몇 개를 시범 제작하는 수준에서 중단되고 말았다.

<추가내용01>

3차 국공합작이 결렬되었다함은 1차와 2차가 있었다는 말이다. 1차 국공합작은 제국주의와 군벌을 타도하고 민족 혁명을 성취할 목적으로 국민당과 공산당이 손을 잡은 사건을 말한다. 1923년 쑨원-이오페 선언을 근거로 한다. 두 번째 국공합작인 2차 국공합작은 1937년에 일본의 중국 침략에 대항하여 ‘내전반대×일치항일’이라는 국민들의 요구에 부응하여 국민당과 공산당이 협력한 것을 말한다.

<추가내용02>

당시 홍콩은 중국 본토의 지원 없이는 자립할 수 없는 곳이었다. 그리고 영국 입장에서는 자국의 금융자본이 상당 부분 투자된 중요한 곳이었다. 반대로 중국 입장에서도 서방 세계와의 교류 창구로 홍콩을 남겨두길 원했다. 이러한 홍콩의 특성과 두 나라간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져 영국은 중국을 국가로 승인하고, 중국은 홍콩에 대해 크게 간섭하지 않는 것으로 원만한 합의가 이뤄졌다. 단지 대만의 오인 공격 하나로 대만과 영국 사이의 관계가 냉각되진 않았으며 국제 사회는 철저하게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 움직인다는 점을 다시 한 번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참고내용>

네이버 두산백과, 국공합작

네이버 두산백과, 국공내전

네이버 블로그 무수천, 최초의 중국산 제트전투기 계획 : CXP-1001

네이버 블로그 보스베이비, 중국 소설 <인생>의 시대적 배경, 국공 내전과 문화대혁명 (2022)

Plane Encyclopedia, Gloster CXP-1001 (2018)

Wikipedia, China-United Kingdom relations

International Resin Modellers Association, Article 5: Gloster CXP-1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