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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연 Aug 31. 2023

요즘 가장 열심히 챙겨보는 유튜브


올라왔다!



영상이 올라오면 저절로 기분이 좋아지는 유튜브가 있다. 얼른 자리를 잡고 편한 자세로 앉아 설레는 마음으로 재생 버튼을 누른다. 영상이 끝나갈 때쯤엔 마치 드라마를 보다가 끝나는 시간이 다가오면 아쉽듯이 괜히 남은 시간을 계속 보게 된다. 그러고는 또 다음주에 업로드될 날을 기다린다. 시기에 따라 관심 있는 분야가 미세하게 달라질 수 밖에 없어서 '최애' 채널이 고정적이진 않지만, 꽤 오래 내 마음 속 1등을 하고 있는 채널들을 소개한다.










'야무지다'


이 단어를 쓰지 않고는 도저히 이 유튜버를 표현할 수가 없다. 독립한 딸이 이렇게 살면 그 부모님은 걱정없이 두 발 뻗고 잘 수 있겠지. 요리, 베이킹을 잘하는 유튜버들은 많지만 이렇게 '야무지게' 해먹는 유튜버는 드물다. 냉장고에 오랫동안 잠자고 있는 재료들 없이 꺼내 탈탈 털어 먹으면서도 매번 근사한 메뉴들을 만들어낸다. 집에 있는 재료들만으로 만들면 보통 잡탕처럼 되는데, 늘 근사한 한상을 뚝딱 완성한다. 보고 있으면 혼자 먹어도 나에게 대접하듯이 '잘' 차려먹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생각하게된다.

플랜디님은 디자이너 출신이셔서 프리랜서로 전향한 지금도 특수의상을 제작하는 일을 하고 계시고, 손재주가 좋으시다보니 옷을 만들거나, 가방, 파우치를 만들거나 공예를 하는 등 다양한 취미생활도 나온다. 직접 만든 장바구니를 챙겨 자전거를 타고 장을 보러간다. 캠핑고수이기도 해서, 종종 캠핑을 가시는 모습도 나온다. 물론 캠핑을 가서도 잘 해드신다. 집에서 일하기 때문에 '5초 거리 출근'이라는 자막에서 느껴지는 프리랜서의 삶은 탐나지만, 이렇게 일 외적으로 즐기는 것들이 더 매력 포인트다. 취미생활이 있으면 일상이 풍요로워진다는 고리타분하고 '누가 그걸 몰라!' 싶은 말의 아주 바람직한 표본이다.

요리든 물건이든 뚝딱 뚝딱 만드는 족족 다 예쁘고 귀여우면 할 맛 나겠다, 생각하고 있으면 어느새 30분짜리 영상은 끝이 난다. 남이 하루를 꽉 채워 알차게 사는 걸 보는 것만으로도 괜히 내 마음까지 충만해지는 건 왜일까. 언젠가 혼자 살게 되거나, 결혼을 하거나, 어떤 형태로든 독립이라는 것을 하게 된다면, 살림은 꼭 이렇게 해야지 다짐한다. 군더더기없이 깔끔하게, 남거나 버리는 것 없이, 혼자 먹는 한 끼라도 대충하지 않고.











퇴사 무렵 발견해 지금까지 덕질하고 있는 덱시. 아마 유튜브에 있는 '퇴사' 관련 영상은 다 봤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나의 고민을 먼저 겪고 한 발 앞서 내딛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모조리 찾아봤다. 중요한 결정인데다, 돌이킬 수 없으니 내 선택에 확신을 얻고 싶었나보다. 물론 이미 마음이 기운 상태에선 보고 싶고 듣고 싶은 말만 더 쏙쏙 들어오기 마련이지만. 그즈음 우연히 보게 된 덱시의 퇴사 영상은 수많은 퇴사 관련 영상 중 가장 내 마음에 와닿았었다. 나랑 똑같은 생각을 했네, 고개를 끄덕이면서 봤다. 그래서 이 사람은 지금 어떻게 살지- 지난 영상들을 역순으로 정주행했다. 퇴사 영상에서도 보였던 그만의 뚜렷한 소신이 소박하지만 단단한 일상으로도 이어져 있었다. 영상은 소소한 일상을 담기도 했지만, 퇴사한 이후로 그가 점점 성장해가며 본인이 정했던 목표에 가까워지고 있는 과정을 담은 영상 기록이기도 하다. 여러 유니크한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들에서 협찬, 광고를 받기 시작했고 최근에는 첫 정식 번역서를 맡게 되기도 했다. 이렇게 자기가 정했던 것들을 하나씩 이루어 나가는 것이, 그 뒤에 수많은 괴로움과 번민이 있었겠지만 그저 멋지고 한편으로는 작은 동경심도 생긴다.




비슷한 감성의 브이로그들이 유튜브를 뒤덮고 있지만, 그 속에서 덱시는 어딘가 특별하다. 집 구석구석에서 느껴지는 그의 개성 자체가 콘텐츠라고 할 수 있다. 하얀 배경에 비슷한 식기들에 담은 비슷한 요리들. 이제는 조금 식상하기도 하다. 하지만 덱시의 집은 왠지 한국 같으면서도 한국 같지 않다. 이국적이면서 외국 핀터레스트에 나올 법한 그런 집이랄까. 어떤 오브제는 단품으로 봤을 때 매력적이지 않지만 그의 손을 거쳐 놓인 곳에서는 그 공간의 포인트가 되기도 한다. 물론 내가 원래부터 추구하는 멋과 스타일에 잘 맞아 떨어진 것도 있지만, 대중적인 것, 유행하는 것에 개의치 않는 그의 뚝심 때문에 공간은 더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지금보다 더 성장할 유튜버라고 확신한다. 구독자 수 같은 수치적인 지표들로도.




브이로그를 보는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나에겐 '저렇게 사는 삶도 있구나'를 구경하는 재미가 가장 크다. 한번도 만나본 적 없는 사람들이지만, 그리고 브이로그란 일상의 한 단편일 뿐이지만, 누군가의 라이프스타일을 보는 것은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야기에 대한 관심이 늘 많았던 나로선 놓칠 수 없는 콘텐츠다. 그 중 '나도 저렇게 살아보고 싶다' 라는 생각까지 들게 하는 것들은 곧 '최애' 채널이 된다. 오늘 쓴 두 채널이 그렇다. 척하지 않아도 느껴지는 자기만의 스타일 때문인지 그들이 좋다고 하는 것에는 왠지 설득력이 생긴다. 그래서 협찬 광고들이 붙는 것이기도 할테고. 자신이 살아가는 이야기 그 자체만으로 사람들을 구독하게 만드는 건 엄청난 힘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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