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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연 Dec 24. 2024

올해 생일


오전 8시부터 오후 11시가 훌쩍 넘은 시간까지, 하루 종일 끼니도 제대로 챙겨먹지 못하고 앉아있지도 못했던 올해 생일. 9시에 끝나기로 예정되어있던 촬영이 11시까지 이어지며 뒷정리를 하고 나오니 생일이 고작 20분 남짓 남았었다. 쓰레기가 한가득 검은색 봉지를 어깨에 들처매고 나와 쓰레기장에 던진 가려는데 익숙한 실루엣이 보였었다. 추워서 녹지 못하고 그대로 얼어버린 골목 곳곳의 눈덩이처럼 하얀 생크림 케이크를 들고 남자친구가 서있었다. 유난히 빨간 딸기가 콕콕 박혀 있었던 내 생일 케이크. 9시에 끝난다고 했었는데, 연락이 없으니 2시간 넘게 기다린 것이다. 30분도 채 남지 않은 내 생일이 그래도 완전히 최악의 생일로 기억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었겠지. 그 순간 나는 다짐했다. 나는 불행하다고 느껴는 순간 아무리 어렵게 얻은 기회라도 쥐고 있지 않겠다고. 나는 언제나 선택의 기로에서 행복을 따랐고, 잦은 이직 역시 매번 행복을 쫓아 다닌 결과였다. 과거에도 지금도 그렇다. 나는 내년에 어떤 행복을 찾아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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