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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정은 Oct 15. 2020

그날 우리 뉴스 톱은 '심슨 예언'입니다.

디지털·미디어 리터러시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

매주 화요일 저녁 7시 틱톡에서 라이브 방송을 하고 있습니다. 올해 10만 팔로워 목표 달성을 위해 '영끌' 하자는 취지인데요, 벌써 한 달이 넘었습니다. 매주 주제를 다르게 하며 지금 당장 MZ 세대의 관심 뉴스를 꼽아 30분 넘게 Q&A 를 진행합니다. 어느 날은 교육부의 등교 수업 확대 방안 브리핑을 해설하고, 어느 날은 추석 특집으로 특별방역기간에 대해 다뤘습니다. 8뉴스 전 틱톡에서 여는 30분짜리 라이브 방송이 청소년들에게는 그날의 우리 뉴스인 겁니다. 정해진 '큐시트' 같은 건 없습니다. 단어도 쉽게 바꿔서 풀어내고 또 같은 이야기를 여러 번 설명하기도 합니다. 

<라이브 방송 진행 예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습니다 → 코로나19에 걸렸습니다. 
보건당국의 추석 연휴 기간 고향 방문 자제 권고에 따라 → 정부가 추석 때 '집콕'하라고 해… 
PC방 취식금지 해제 → PC방에선 음식을 먹을 수 있게 됐습니다. 

그리고 10월 6일 주제는 바로 '심슨 예언'이었습니다. 그즈음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는 속보로 온 매체가 떠들썩했던 것 기억하시죠? 틱톡에서도 트럼프 대통령 코로나19 확진 소식을 빠르게 전했는데요, 관련 콘텐츠 조회수 총합은 40만 회에 달했고 댓글 반응도 뜨거웠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부적절한 처신을 꼬집는 댓글도 물론 있었고요. 그런데 그보다 더 화제가 되었던 건 바로 '심슨 예언이 적중했다'는 댓글이었습니다.


어디서, 어떻게 시작됐을까요?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19 확진을 미국의 인기 만화 <심슨네 가족(Simpsons)>이 미리 알고 있었다는 겁니다. 솔깃했죠. 바이럴을 따라가 보니 해외 트위터리안이 올린 심슨 그림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을 꼭 닮은 심슨 캐릭터가 관 안에 들어가 두 눈을 감고 있는 그림입니다. 트위터에선 'Simpsons'가 트렌드 키워드로 떠올랐고 '심슨 예언이 적중했다'는 멘션이 올라왔습니다.

트럼프 대통령 코로나19 확진 후 해외 트위터에서 트렌드 키워드로 떠오른 '심슨'

일단 진위 여부가 중요하겠죠. 결론만 말씀드리면 해당 그림은 1989년부터 30년째 방영 중인 <심슨네 가족>에 단 한 번도 방영된 적 없는 장면입니다. 그러니까 팬이나 안티 또는 알 수 없는 누군가가 심슨 특유의 그림체를 따온 겁니다. 이 가짜 그림이 실제 <심슨네 가족> 중 한 장면이라며 삽시간에 퍼졌고 코로나19 확진 소식과 결부되며 '심슨 예언이 적중했다'라고 널리 알려지게 된 겁니다.

심슨네 가족에 나온 적 없는 가짜 그림. 난 이게 더 소름이다.

또 사실 이마저도 미국 사회의 문화적 맥락에 따르면 농담에 가까웠습니다. 물론 몇몇 장면들이 우연처럼 적중한 사례들이 있었습니다. 예를 들면 트럼프의 당선을 언급한 2000년 에피소드 (미국이 경제 위기로 망해 당시 기업가이자 엔터테이너인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는 설정), 미국 컬링팀이 금메달을 받는 2010년 에피소드 (2018년 동계 올림픽 때 미국 컬링팀이 금메달 획득) 뿐만 아니라 그리스 경제 붕괴, 힉스 입자 발견, 코비 브라이언트의 사망 등 심슨 만화에 얼핏 나온 장면들이 실현된 경우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현실 사회와 인물을 소재로 쓰는 풍자만화의 특성상 어쩌다 한번 들어맞은 것이지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닙니다. 그러면서 미국 누리꾼들은 "심슨이 또 맞췄네"하며 농담을 곧잘 던졌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그 소식이 바다 건너 우리나라 MZ 세대에게도 닿은 겁니다. 더 구체적이며 심각한 내용으로 살이 붙어서요. '트럼프는 심슨 예언에 따라 0월 0일에 코로나19로 숨질 것이다'라며 날짜까지 박아서 쓰거나 '심슨 작가는 일루미나티다' '심슨 예언이 맞았던 적은 여러 번이다. 심슨이 좀비 바이러스를 예측하기도 했다' '심슨 예언에 따르면 12월에 좀비 바이러스가 창궐한다' '트럼프가 코로나19로 죽으면 좀비 바이러스가 뿜어져 나온다고 한다'…황당한 이야기들이지만 실제로 달린 댓글입니다. 게다가 <심슨네 가족>의 톤 앤 매너를 잘 알지 못하는 아이들은 이걸 애당초 공포 만화로 착각했습니다. 예언이 진짜인지 계속해서 물었습니다. 그게 바로 10월 6일 SBS 뉴스 틱톡 라이브의 톱이었습니다. 

실제로 달린 댓글들

틱톡 독자 반응을 모니터링하다 보면 이런 가짜 뉴스, 헛소문, 루머를 접하게 되는 경우가 꽤 잦습니다. 어른의 시선에선 얼토당토않은 이야기도 이들이 접하는 SNS 채널에선 마치 사실처럼 꾸며져 닿습니다. 언론사 메인뉴스의 팩트체크 코너에선 다루지 않는, 아니 너무나 어처구니 없어서 다룰 수도 없는 소재인데 말이죠. 이럴 땐 어디서부터 어떻게 바로 잡아줘야 할지 무척 난감합니다. 

최고 동접자 6~700명 정도로 꽤 많은 시청자들이 봤습니다. 심슨은 무서운 만화가 아니라는 것부터 설명해야 했죠.

이 일을 하며 디지털 리터러시, 미디어 리터러시에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아이들은 코로나19 로 학습 공백이 장기화되면서 스마트폰 등을 통해 접하는 가짜 정보들에 무방비로 노출됐습니다. 꼭 심슨 예언처럼 황당무계한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코로나19 괴담이나 북한이 학교에 미사일을 쐈다는 등 일상에 영향을 주는 허위 사실들이 만연합니다. 게다가 SNS 플랫폼의 큐레이션 알고리즘이 신뢰도나 최신 정보를 충분히 반영하지 않을 때가 많아서 괴소문은 물안개처럼 끝없이 퍼져 나갑니다. 올해 목표가 10만 팔로워인데요, 틱톡 플랫폼 안에선 일명 공급자적 시각을 내려놓고 독자 맞춤한 뉴스, 정보를 전달해보려고 합니다.


※ SBS 뉴스 틱톡 :  https://vt.tiktok.com/ZS9EtDr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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