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사이다와콜라 May 13. 2020

나의 경비 아저씨들

그 분들을 '경비원'이라는 직업 명칭으로 부를 수 있을 정도의 사회화는 되지 않았을 즈음, 여섯 살 남짓의 나에게는 친절한 '경비 아저씨'들이 있었다.


부모님은 맞벌이를 하셨다. 나는 평일에는 할머니 댁에 머물다가, 주말에는 부모님 댁에서 머무는 두 집 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 즈음 내 기억에 남은 경비 아저씨도 두 분.


할머니 댁에 계시던 경비 아저씨는, 내 이름을 아무렇게나 부르셨다. 성씨가 특이하다 보니, 이름 세 글자 중 두 글자를 아무렇게나 조합해도 이름이 나오는데, 그래서 그 아저씨는 나를 그때그때 다르게 부르셨다. 그래도 유치원 다녀오는 길에 나를 불러세워 반갑게 맞아주시고, 친구들이랑 슈퍼에 갔다가 나쁜 사람들을 만나 과자를 빼앗기고 엉엉 울면 나에게 말을 걸어주셨다. 


또, 부모님 댁 아파트 경비 아저씨는, 아침 저녁으로 반갑게 인사 해주시던 것은 물론, 초등학교 입학을 축하한다며 그 두툼하고 무딘 손으로 분홍색 캐릭터가 알록달록 그려진 공책 세트를 선물해주셨다. 좋은 마음을 담아 건넨 선물에는 그 사람의 잔향이 남는다. 나는 그 공책을 좋아하게 되었고, 그것이 내가 공부에 관심을 가지게 된 동기 중 하나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경비아저씨들은, 맞벌이 하시는 부모님을 대신해서, 유치원 오가는 나를 반겨주시고, 아파트 놀이터에서 잘 노는지 지켜봐주셨다. 부모님으로부터 온전히 받지 못하는 사랑과 관심을 동네에 있는 어른들이 십시일반 채워주셨고, 그로 인해 지금의 내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20년도 넘게 지난 지금, 그 분들이 어떻게 생활하고 계시는지는 알 길이 없다. 하지만 두 분의 끝이, 오늘날 회자되는 경비원 갑질 사건과는 무관하기를 바란다. 나는 그저 그 분들이 동네 주민들과의 따뜻한 만남을 조금씩, 자주 경험하시길 희망한다. 바쁜 생활 중에서도 건네는 작은 따뜻함이 우리 마음을, 우리 세상을 환하게 밝힌다고 믿는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