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하지만 계속있으면 흡수되서 소멸 될꺼야
서울 식물원을 다녀와서는 그곳에서 찍은 사진을 직장 동료에게 보여줬는데 ‘파리지옥’ 식물 사진을 보자 고개를 들어 나를 응시했다 약 2초간. 암묵적 고통의 시간을 함께 보내는 동료애였던지 아니면 누가 더 끈적한 고통 속에 있는지 확인이나 해보자는 마음이었을 지도 모르지만 뭘 보냐는 질문을 하진 않았다. 본인도 나와 같이 파리지옥에 갇힌 한 마리 파리라는 것을 서로 알았기 때문이다.
파리지옥 (Venus Flytrap) : 그 이름답게 파리와 같은 벌레가 잎이 변형된 트랩 안쪽으로 들어가 그곳의 감각모를 건드리면 양 앞이 순식간에 닫히고, 미처 빠져나가지 못한 벌레는 압착된 상태에서 안쪽 선에서 분비되는 소화액에 의해 외피부터 서서히 녹아내려 결국 (외피 일부만 남긴 채) 식물의 양분이 된다.
감각모는 입안에 세 쌍이 있는데, 감각모를 건드리자마자 바로 닫히는 것이 아니며, 일단 건드리면 반쯤 닫혔다가 40초 정도 이내에 감각모가 다시 건드려지면 입이 완전히 닫힌다. 이는 일종의 안전장치로, 벌레가 빠져나갔는데 소화액을 분비하는 것을 방지하고, 소화해서 얻는 에너지보다 소화하는데 잃는 에너지가 더 많은 작은 벌레를 내보낸다. 우리에겐 신기한 광경이지만 옴짝달싹할 수 없는 상태에서 전신이 서서히 녹아내리는 처지에선 그야말로 생지옥.(출처: 나무위키)
5년 차 직딩으로서 마음의 휴식이 필요했고, 업무적 스트레스 주입보다는 차라리 무직으로 인한 고통의 시간을 갖겠다고 (이 정도로 제정신이 아니었음.)생각했기 때문에 “3주의 휴가를 주시오. 그렇지 않으면 내 발로 이 회사를 나가겠소….” 라고 말해버렸고 그냥 나가라고 할 줄 알았는데... 3주의 휴가와 업무 보직 변경 및……. 승진해버렸다..!!
내가 특별히 일을 잘해서는 아니고 1) 면담 시기 2)원하는 것을 말할 줄 알았던 용기, 그리고 3)결정적으로 선임 자리 결원 발생…. 이 삼박자가 합쳐서 그 자리가 나의 자리가 돼버린 것이다. 누가 인생은 타이밍이라고 했던가? 오 선견지명이 뛰어난 사람이여.
이러한 사정으로 인해 다시 심신 및 재정의 안정을 찾았다. 그리고 다시 파리지옥 사진을 보았다. 이제는 잠잠한 마음 상태지만 여전히 회사는 내게 파리지옥이다. 당장 조여오는 고통보다는 일단 내게 숨통이 틔게 해 준 것에 대해 감사를. 장기적으로 생각해 본다면 다시 조여올 압박감을 견디며 나의 열정이 지금 이곳에서 타오르는 게 아깝다면 다른 동료들에게도 회사(아마도 사장)에 그리고 가장 많이 나 자신에게 미안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일 년 후 오 년 후 그리고 십 년 후엔 지금 보다 더 탈출하기 힘들 테니까, 지.금.
파리지옥을 탈출할 힘과 용기를, 능력을 찾을 수 있는 마음가짐을 유지할 수 있기를 바란다. 지금 단물을 마시고 힘들 길러야 탈출할 힘이 생기고 이 파리지옥속에서 결국 흡수돼서 없어지는 작은 미생물이 아니라 내가 꽃이 되는 게 나의 삶을 사는 것.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이 다른 회사에서의 다른 직종이라면 또 다른 이야기 전개가 시작되는 것이다. 그런 삶과 매일을 위해, 오늘도 퇴준생으로서의 삶을 행동하라.
세상의 모든 파리지옥에서 허우적 대는 파리들이여, 탈출해서 기쁨의 양지로 갈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