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형신 Sep 13. 2022

Incubation Period 작품 설명

2022. 9. 7 – 9. 22.

A. 남소연


A-1. 타인을 찾는 〈눈 더듬이_Series 1〉, 2021

남소연구소의 사물들은 ‘누군가를 위한 특별하고 새로운 도구’다. 타인을 찾는 〈눈 더듬이_Series1〉는 남소연구소의 방문객이 공유한 감정으로부터 만들어졌다. 인간관계를 고민하는 그에게 작가는 ‘무의식의 눈 더듬이가 당신에게 맞는 타인을 찾아다니고 있을 것’이라 답변했다. 길게 휘어진 투명한 실리콘은 무의식의 눈 더듬이를 구현한 것으로, 알루미늄 대를 머리에 쓰면 미간에 더듬이가 자리하게 된다.


A-2. 〈부착형 하면 렌즈〉, 2021

남소연구소의 선반에 수납된 것들은 그림이자 사물이다. 작가는 3D 프로그램의 뷰포트 상에서 도구를 설계하듯 캔버스 평면에 도구들을 그렸다. 〈부착형 하면 렌즈〉는 서울시립미술관 세마창고에서 전시를 함께 진행했던 다른 작가를 위해 만든 것이다. 아래를 향한 레이더는 사진을 찍는 사람의 신체를 데이터화한다. 


A-3. 〈원리 놀이 도구1〉, 2021

가상의 질서를 학습하고 실험하기 위한 은물이다. 〈원리 놀이 도구〉에는 몇 가지가 존재하는데 그중 〈원리 놀이 도구1〉은 고무관이 S자 형태의 시험관을 통과하는 형태다.


A-4. 〈발아 사운드 연구를 위한 장치〉, 2020

식물이 성장하는 소리를 듣기 위한 장치로 외부의 소리를 차단하는 막이 새싹을 감싸고 있다.


A-5. 〈도파민과 가바 호르몬, 그리고 무통 주사기〉, 2019

감정과 감성을 전환하는 방법에 대한 작가의 관심을 보여준다. 도파민은 행복감을 느끼게 하며, 가바는 원치 않는 생각을 억제해 평온함을 주는 물질이다. 인간의 심리와 관련된 물질을 아픔 없이 주입하기 위한 무통 주사기도 곁에 준비되어 있다. 


A-6. 〈무작위 연고를 위한 케이스〉, 2019

감정을 전환하는 〈무작위 연고〉를 담는 케이스다. 케이스는 다른 사물을 위한 사물이자 공간으로, 다른 사람을 위한 도구를 만드는 작가의 태도와 여러 개의 방으로 이루어진 연구소의 구조를 떠올리게 한다.


A-7. 〈모유를 보관한 병과 손가락 빨대〉, 2020

유아기에만 먹을 수 있는 모유를 병에 저장해 두었다. 엄지손가락 모양의 빨대를 빨면 잎맥처럼 퍼진 선을 따라 모유가 퍼진다. 


A-8. 〈동선 회전형 새 눈 카메라〉, 2021

〈동선 회전형 새 눈 카메라〉 또한 〈부착형 하면 렌즈〉처럼 다른 작가의 작업을 보조하는 도구다. 작품을 조감하여 다시점으로 볼 수 있도록 만들었다.


A-9. 〈남소연구소 간단 의뢰서〉, 2020

남소연구소의 방문객들은 해소되지 않은 감정을 테이블 위에 있는 〈남소연구소 간단 의뢰서〉에 적고 흰색 서류함 안에 넣어 둘 수 있다. 타인을 찾는 〈눈 더듬이_Series 1〉처럼 방문객의 의뢰를 기반으로 감정을 다루는 도구가 설계될 것이다. 만들어진 도구들은 추후 간단 의뢰서를 위한 공간이 구현될 때 함께 보관될 예정이다.


A-10. 〈자기 최면 악기〉의 플레이 구조, 2020 / A-11. 〈중심 잡기 의자〉의 플레이 구조, 2020

‘플레이 구조’란 게임의 작동법 혹은 게임 시스템의 구조를 뜻하는 말로, 게임의 플레이어 혹은 3D 프로그램을 다루는 설계자의 시각을 설명하기 위해 작가가 선택한 용어다. 게임과 3D 프로그램은 일상과 구별되는 시각성을 보여주는데, 작가는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거나 작품을 감상할 때도 그러한 관점을 상정한다. 설명서와 같은 형식으로 쓰인 ‘플레이 구조’ 연작은 이번에 함께 전시된 〈자기 최면 악기〉, 그리고 〈중심 잡기 의자〉의 작동법이자 그림에 대한 감상법이다.


A-12. 〈얼음 눈가 근육〉, 2020

〈얼음 눈가 근육〉 또한 〈간단 의뢰서〉를 통해 만들어진 작업이다. 어느 날 연구소에 방문한 한 의뢰인은 부끄러울 때 눈가가 뜨거워지고, 뜨거워진 눈가를 인지하는 순간 눈물이 난다고 말했다. 작가는 이에 ‘부끄러워서 눈가가 뜨거워졌을 때’ 쓰도록 〈얼음 눈가 근육〉을 제작했다. 〈얼음 눈가 근육〉은 안와의 형태가 다른 방문객들을 위해 세 가지 타입으로 만들어졌다. 전시장에 제시된 작품은 〈얼음 눈가 근육〉을 만드는 과정을 기록한 영상의 한 장면이다.  


A-13. 〈관측용 창문: 안개 샘플 ABC〉, 2019

연구소를 감싼 안개를 창문으로 관측하여 수집했다. 시간과 위치를 가늠할 수 없는 기묘한 풍경은 모니터를 통해 바라본 가상 공간처럼 보이기도 한다.


A-14. 〈중심 잡기 의자〉, 2020

탄성이 있는 와이어로 이루어진 의자에 앉기 위해서는 척추로 몸의 중심을 잡아야 한다. 


A-15. 〈자기 최면 악기〉, 2019

분노의 감정을 해소하기 위해 하단의 구멍에 ‘악-’ 하고 고함을 지르면 소리가 악기의 내부를 통과하며 증폭되고, 곧이어 힘 에너지로 바뀐다. 작은 구멍에서 분출한 힘은 은구슬을 띄우고, 구슬은 징에 떨어져 ‘뎅--’ 소리를 냈다가 중심부로 되돌아간다.



B. 이원호


B-1. 〈물고기 스프〉, 2006

매운탕 같은 한국의 음식을 맛보기 어려웠던 독일에서 만들어진 영상이다. 이 시기 작가의 여러 작업에서도 드러나는, 반전된 이미지와 환영에 관한 관심이 엿보인다. 당시 그에게 환영이란 바라보거나 경험하는 것들에 대한 인식과 편견 그리고 그 대상의 이면에 관한 질문이기도 했다. 뚜껑이 열린 냄비에는 동화처럼 물고기의 그림자가 아른거리고, 그림자 물고기로 끓인 냄비 안의 음식이 사라지는 동안 동료들과의 일상적인 대화가 곁들여진다. 냄비 안에서 사라진 물고기 그림자는 사람들이 나누는 소소한 대화들을 통해 더 이상 허상이 아닌 무언가로 작동하고 있는데, 무언가에 관한 질문은 각자의 몫으로 남겨진다.


B-2. 〈너만 괜찮다면 나는 괜찮아〉, 2022

각기 다른 톤과 볼륨으로 변주된 ‘괜찮습니다’라는 문장이 마주 본 스피커에서 번갈아 가며 재생된다. 일상에서 ‘괜찮습니까’는 안부에 대한 물음이며, ‘괜찮습니다’는 자신의 상태를 알리고 상대를 안심시키기 위한 답이다. 그러나 두 문장은 맥락에 따라 타인의 교감을 거부하는 경계로서 작동한다. 전시장을 울려 퍼지는 문장들은 작가가 직접 개인의 감정을 집약하여 여러 날에 걸쳐 기록한 문장들이다. 공간을 진동하는 목소리는 문장에 응축된 여러 함의들을 들려주는 동시에 배제의 뉘앙스를 증폭하여 드러낸다.


B-3. 〈지난밤〉, 2012

새해 첫날 독일의 거리에 떨어진 폭죽의 잔해가 빵봉투에 담겨 있다. 새해를 반기는 폭죽은 다양한 형태들이 있지만 그 중 실제 권총과 비슷한 모양의 폭죽은 터트리면 총알의 탄피와 같은 부산물이 나온다. 탄피를 닮은 잔해가 주는 위압감은 서로 다른 문화 간의 충돌을 연상하게 하고, 프랜차이즈 베이커리의 봉투에 담긴 부산물은 일상에 잠재한 뿌리 깊은 사회적 문제를 의미하는 듯하다. 음식을 담는 봉투는 겉보기에는 평화로운 독일의 국가 이미지처럼 보이지만, 한편으로는 마구 구겨진 형태가 폭발의 순간을 형상화한 것처럼도 보인다. 작가가 외부인의 시선으로 발견한 오브제들은 공동체의 일면을 아이러니하게 보여준다. 



C. 장재희


C-1. 퍼포먼스 〈이름 없는 사랑〉(2021)을 위한 허밍, 2022

어느 날 어머니가 건넨 말은 작년에 진행한 퍼포먼스 〈이름 없는 사랑〉의 원동력이 되었다. 벽면의 문장들은 퍼포먼스와 기록 영상을 위해 사전에 작성한 글에서 발췌한 것이다. 가운데 벽 상단에는 감정을 작업으로 구현하기 위한 작가의 고민이 담겨 있고, 가운데 벽면의 하단과 오른쪽 벽에는 친구와 동료, 스승과의 대화가 섞여 있다. 여러 사람이 생각을 대어보는 과정을 기록한 글에서 작가와 어머니뿐 아니라 다른 이들과의 관계가 어렴풋이 보인다. 여러 사람과 나눈 대화는 감정의 해상도를 뚜렷히 하는 절차라기보다 각기 다른 지평 간의 오차를 발견하는 기약 없는 여정에 가깝다.


C-2. 〈하나의 언덕과 두 개의 벽으로 이루어진〉, 2020

작가는 어머니가 잠든 사이 이불 둔덕 사이에 물그릇을 놓은 다음 숨을 불었다. 금방이라도 꺼질 듯한 얇은 막과 새벽의 빛은 짧은 순간 사진으로 남았다. 작가의 다른 작업에서 두 사람의 관계가 영속성을 지닌 가상의 시간 즉 전생으로까지 강조되는 것과 달리, 이 작업은 인간 존재와 관계의 취약성을 보여주는 듯하다. 사진은 전시장 계단 밑의 좁은 공간에 프로젝터의 빛으로 비추어진다.





작가의 이전글 Incubation Period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