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번역대학원에 와서 가장 놀란 점은 바로 “아웃풋”이었다.
영어의 4대 영역은 익히 잘 알고 있었지만 국내에서 영어를 독학으로 공부하는 사람이 “쓰기, 말하기”를 연습하기란 참으로 쉽지 않다. 읽기와 듣기는 어쨌든 앉아 있기만 하면 공부하는 모양새가 난다. 하지만 ‘출력’의 영역인 쓰기와 말하기를 혼자서 제대로 연습하는 사람은 얼마나 있을까?
꽤 오랜 세월 영어의 바닷속에 온몸을 던져서 오늘날까지 영어공부를 해왔다고 생각했지만 순수한 착각이었다. 대학원 공부를 통해 지금까지 얼마나 ‘영어 쓰기’가 부족했는지 처참하게 깨닫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더 나아가서 ‘말하기는 쓰기 실력을 넘어설 수 없다’는 말에 비추어보아 내 말하기 실력도 그다지 훌륭하지 않다는 사실을 자각하게 되었다.
정석대로라면 많은 인풋을 통해 다양한 표현이 머릿속에 들어있다면 당연히 고급스러운 영작이 인출되는 게 상식적인 생각이다. 하지만 인풋만 믿고 행복하게 있다가는 초등 느낌 물씬 나는 영작을 벗어나는 데 오랜 세월이 걸릴 수도 있다. 아니 어쩌면 이번 생은 안 될지도 모른다.
문제점을 돌아보았다.
표현이 풍성해지는 영작 공부, 유창성과 정확성이 유기적으로 향상되는 영어 스피킹 훈련이 잘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첫째, 연습량의 부족
‘라이팅’을 못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영어와 함께한 세월이 적지 않은데도 단 한 번도 제대로 쓰기 훈련을 해본 적이 없었다. 훈련을 해본 적이 없으니 제대로 영작을 하기도 쉽지 않다. 뻔해빠진 표현의 틀 안에 박혀서 사고조차 그 틀 안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게 보였다. 언어로 정확히 구사가 가능해야 정확히 사고한다고 볼 수 있는 게 아닐까?
아웃풋을 내는 훈련은 더 많은 에너지와 능동적인 태도를 요구한다.
대한민국의 교육 생태계를 비판하려는 건 아니지만 우리는 책상에 앉아서 듣고 읽는 학습에 익숙해서 영어 교육도 비슷한 전철을 밟아온 게 아닐까? 적극적인 자세로 영어 쓰기 및 말하기가 간과된 건 어쩌면 우리의 주변 환경이 큰 영향을 미친 게 아닐까?라는 생각도 든다.
둘째, 영어만으로 사고하기? 노! 한-영 전환 말하기, 쓰기도 괜찮아.
영어 공부를 하며 꽤나 많이 들어봤던 말이다. 영어를 말하려면 한국어를 배제하라고. 영어 네이티브 국가에서 거주하며 꾸준히 영어 노출을 되는 사람과 조기 교육을 풍성하게 받은 사람에게는 ‘영어로만 사고하기’는 그다지 어렵지 않은 과정인 것 같다.
하지만 순수 토종 한국인이 영어 고수의 경지에 도달하지 않은 상태에서 ‘나는 한국어를 배제하고 완전히 영어로만 사고하겠어!’라고 생각한다면 더 많은 성장의 가능성을 놓쳐버릴 수도 있다. 순수 한국 혈통은 한국어가 모든 지적 활동의 기본이다. 인정하자. 우리의 생각하는 형태와 방식을 바꾸기란 정말 어렵다.
“이 한국말은 어떻게 영어로 표현할 수 있을까?”
라는 질문에서부터 시작하면 훨씬 표현력의 확장세가 커진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일단 모국어 사고 체계 내에서 범주화가 되다 보니 훨씬 기억하기가 편해져서 그런 것 같다.
한-영 전환을 하라는 건 왠지 촌스럽게도 느껴진다. 하지만 정말 네이티브적인 사고 및 발화를 하기 전까지는 한-영 전환 “이 말은 어떻게 영어로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기꺼이 던져보자.
구체적인 방법까지 적어보면 좋겠지만 영어 공부하는 학생으로서 여전히 나만의 효과적인 아웃풋 공부 방법을 찾는 중이다.
아웃풋이 있으면 인풋도 빠질 수 없다. 인풋도 나중에 한 번 다뤄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