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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에 합격! 기쁘지만 아이들이 걱정된다.

언제나 애들 걱정...


때는 바야흐로 2020년 11월 말, 통번역대학원 입학 시험을 쳤다. 큰 일을 앞두고 떨린게 몇 년만이었는지? 아이들이 아닌 내 일로 떨려본 건 정말 오랜만이었다.


“세상에! 드디어 대학원 합격이다!”


입학 시험을 치고 3주 쯤 지났을까? 합격 발표일 대학원 홈페이지에 접속해 ‘합격’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기쁜 마음 한가득이었지만 마음 한 켠에는 그 동안 눌러왔던 걱정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내가 학교를 가면 아이들은 괜찮을까?”

“내가 학교를 가면 남편과 친정 엄마는 힘들지 않을까?”


애 둘 딸린 아줌마가 되고나니 나 좋은 일이 있어도 뭐든 마냥 기뻐지지가 않는다. 내 부재가 아이들에게 해를 끼치지 않을까 염려스럽기만 했다.


“에휴, 난 애들이 걱정이야. 이 서방도 퇴근하고 나서 애들 보려면 얼마나 힘들겠어?”

친정 엄마는 애들 걱정에 하루하루 걱정 뿐이었다.


“엄마 괜찮을거야. 아이들은 내가 없어도 잘 크고, 요즘 얼마나 좋은 세상인데? 사람 구하는 일은 무척 쉬우니까 걱정 하지마!”


아무런 내색없이 걱정 한 가득 친정 엄마에게 떵떵거렸지만 사실 내 마음도 엄마와 다를 바 없었다.


합격 소식을 듣고 개강을 하기까지 머릿 속에는 끊임없이 “아이들을 어떻게 재우지?” “아이들 밥은 어떻게 먹이나?””남편도 피곤할텐데! 밥은 어쩌지?”  이런 별스런 걱정 뿐이었다. 


그래도 어쩌나. 일은 벌어져 버렸는 걸?


2021년 3월, 대학원 1학기가 시작되었다.


다행히도 남편이 회사 사정으로 3월 한 달간은 출근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코로나로 개강 첫 2주는 온라인 수업으로 진행되었다. 걱정 한 가득이셨던 친정 엄마도 학기가 시작되니 내가 빠트리는 부분을 챙겨주시고 집안일도 도와주셨다. 모든 시작은 매우 순조로웠다.


작은 방에 틀어박혀서 책상에서 줌으로 수업을 하다보면 큰 딸이 문을 벌컥 열더니 ‘엄마!’하고 간간히 부르면서 수업을 훼방놓았다. 안타깝게도 작은 방은 문이 잠기지 않아 언제나 줌 음소거 버튼을 누를 태세를 갖추고 있어야 했다는 점 외에는 어렵진 않았다.


주 중에 5시만 되면 엄마가 ABCD 공부를 하러간다고 하니 아이들은 어느정도 수긍하는 눈치였다. 

“거 봐~, 아이들은 금방 적응하잖아! 엄마가 항상 대기조로 있을 필요가 없다니까?”


대면 수업이 시작되었다. 남편이 다시 출근하기 시작했다.

친정 엄마가 혼자서 어린아이 둘을 보기란 쉽지 않기에 맘시터라는 앱으로 놀이 선생님을 구했다. 


대학원 시험을 치기 전 머뜩잖아하던 가족을 위해 프레젠테이션을 선보였다. 대학원 과목시간표를 모두 다운로드해서 나름대로 학교가는 일수를 확인했다. 내가 부재하는 시간을 정확히 계산해서 외부인력을 쓰면 드는 비용까지 계산했다. 조달 비용까지도… 


“첫째는 낯을 많이 가리는데 괜찮을까? 애들이 잘 놀지 걱정이네...”

모든 일들은 계획대로였다. 아! 그런데 자꾸만 마음이 왜 이리도 불편하지?


엄마의 맘이란 뭘하든 항상 애들 먼저 신경쓰이는데 나만 그런가? 이런 불편한 마음이 시간이지나면 나아지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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