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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자옥 Oct 08. 2020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

어떤 일에 실패하더라도 계속 노력하면 결국에는 해낸다는 우리말 속담이 있다. 바로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이다. 요즘은 남녀 사이에서 처음에는 상대방이 싫다고 해도 계속 구애하면 결국 넘어오게 되어 있다는 뜻으로 더 많이 쓰이는 듯도 하다.      


정말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가 없을까? 현실이 그렇게 호락호락하던가. 열 번이 아니라 스무 번을 찍어도 안되는 일은 안된다. 또 잘 안되는 일에 굳이 열 번씩이나 도끼질을 해야 할까?        


안되는 일은 빨리 포기하는 것도 요즘을 사는 한 방법이지 않을까 한다. 그 정도 했는데도 안되는 거면 나에게 소질이 없는 것이든, 될 일이 아닌 것이든, 아니면 내 일이 아닌 걸 수도 있다. 또 다른 곳에서 더 좋은 나무가 기다리고 있을 수도 있다. 내가 쉽게 다룰 수 있으면서도 나와 잘 맞는 그런 나무가. 옛날에는 할 수 있는 일이 도끼질밖에 없었겠지만 지금이 어디 그런 시대인가. 이젠 어떤 일들이 있는지 다 알지도 못할 만큼 일은 다양해졌다. 그뿐인가. 이제는 일을 스스로 만들기까지 한다.       


남녀 사이는 훨씬 더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한다. 상대가 싫다고 하면 싫은 거다.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며 계속 찍어 대면 오히려 혐오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심하면 혐오의 대상을 넘어 상대방에게 공포감을 주고 더 심하면 범죄가 되기도 한다.      


내가 도끼일 때만 생각하지 말고 나무의 입장도 되어 봐야 한다. 얼마나 고통스럽고 공포스럽겠나. 게다가 한 번씩 찍힐 때마다 상처가 고스란히 남는다. 상처는 잘 지워지지도 없어지지도 않는다. 설령 열 번 찍어 넘어갔다 하더라도 그 상태가 온전할까? 내가 처음에 보고 맘에 들었던 그 상태 그대로일까?     


안 되는 거에 너무 목숨 걸지 말고 주위를 둘러봐라. 될만한 것들도 많고 그만큼 훌륭한 것들도 많다. 또 싫다는 건 진짜 싫은 거다. 싫은 척하는 것이 아니다. 이 역시 주위를 둘러봐라. 나와 맞는 사람, 나를 좋아해 주는 사람을 만나라. 그리고 거기에 힘써라. 그게 몇 배는 더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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