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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자옥 Oct 09. 2020

주인 의식 vs 종업원 의식

자기계발서를 종종 읽는다. 읽다 보면 약해졌던 의지도 되살아나고 뭔가 힘을 얻는 듯해서 좋다. ‘맞아. 맞아. 이렇게 살아야지’ 하면서 새로운 각오도 다진다. 그런데 유독 한 부분에서만큼은 동의하기 어렵다. 애써 그래 그래야지, 그래야 성공하지 싶다가도 뭔가 반발심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주인 의식에 대한 부분이 그렇다. 하나같이 일을 할 때에는 주인 의식을 가지라고 한다. 내 회사다 생각하고 시키는 일만 하지 말고 일을 찾아서 하란다. 심지어 남보다 두 배 더 일을 하라고 하는 책도 있다. 어디 자기계발서뿐인가. 사장들도 죄다 내 일처럼 일을 하라고 한다. 듣다 보면 짜증이 난다. 뭔 소린가 싶다. 회사 지분이라도 떼어주고 그런 말을 하든가.   

   

종업원이 주인의식을 가질 때 비극은 시작된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몸 바쳐 마음 바쳐 일하고 혼자서 회사에 충성을 맹세한다. 목표는 오로지 임원이다. 가끔은 어이없게 그 회사 사장을 꿈꾸는 사람도 있다. 안타깝지만 회사는 그의 마음을 몰라준다. 그가 몸과 마음이 부서져라 일을 했는지, 가족들로부터 온갖 원망은 다 들으면서도 집보다 회사를 우선시했는지, 취미고 뭐고 아무것도 모른 채 일만 했는지. 간혹 알더라고 승진 때만 되면 회사는 냉랭해진다. “열심히 일한 건 누구보다 내가 더 잘 알지. 근데…” 무슨 이유가 그렇게도 많은지. 먼저 챙겨줘야 할 사람은 왜 그렇게 많은지. 내 순서는 도대체 언제 돌아오는지. 이번에도 혼자서 배신감을 느낀다. 시간은 더디 흘러 그렇게 바라던 임원이 되지만 그 기간은 생각보다 짧다. 퇴사를 앞두고 나서야 회사 일 말고 할 줄 아는 게 하나도 없는 자신을 발견한다. 그제서야 앞이 캄캄하다. 이런 비극이 또 어디 있을까?     



흔히 종업원 마인드라고 하면 안 좋은 이미지만 떠올린다. 하라는 일만 하고, 대충 시간만 때우다 퇴근하고 그러고서도 때 되면 꼬박꼬박 월급 받는 게으르고 생각 없는 그런 이미지 말이다. 과연 종업원 마인드라는 게 그런 것일까? 맡은 바 업무에 최선을 다하고 모르면 찾아보고 필요하면 더 공부하는 게 종업원 마인드 아닐까? 이 정도면 훌륭하지 않나? 뭘 더 바라나? 왜 두 명이 할 일을 한 명에게 시키고 주인 의식을 들먹이는 건지 모르겠다.      

주인은 종업원에게 일하고 싶은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동기를 부여하고 의견을 귀담아듣고 같이 성장한다는 느낌이 들게 해야 한다. 이게 주인 의식이다. 주인 의식은 주인이 가져야 한다. 주인 의식은 갖지 않은 채 주인 노릇만 하려는 주인들이 많다. 그러고나서 회사가 어려워지면 종업원 탓을 하고 종업원에게 책임을 나누자고 한다. 이때도 종업원이 주인 의식을 가져야 하는 건지 의심스럽다.      


종업원이 주인 의식을 갖고 일하기를 바란다면 지분을 줘야 한다. 지분은 꼭 돈이 아니더라도 기회와 권한이 될 수도 있다. 능력을 발휘할 수 있게 해 주고 믿고 일을 맡겨줘야 한다. 기회도 주지 않고 믿어주지도 않으면서 주인 의식을 가지라고 하는 건 노동력만 착취하겠다는 뜻이다. 그 마음을 종업원들이 모를 거라 생각하나. 

    

가끔 주인 의식은 고사하고 시키는 일이라도 잘했으면 좋겠다며 종업원을 탐탁지 않아하는 주인들이 있다. 그건 주인이 주인 의식을 갖지 않은 채 채용에 신중을 기하지 않았기 때문에 생긴 일이다. 종업원에게 주인 의식을 강요하기에 앞서 자신의 주인 의식부터 점검해봐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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