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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르코 Jun 15. 2019

쉼에 관하여

나는 쉬는 것을 좋아한다. 나는 쉬는 것을 정말 좋아한다.

현대 사람들은 많은 것을 신경쓰고 많은 것을 보고 많은 것을 하면서 살아간다. 그렇다 보니 어쩌면 우리는 이제 과거 사람들이 말하던 쉼과는 전혀 다른 개념의 쉼을 추구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당신은 쉬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당신이 생각하는 가장 완벽한 쉼은 무엇인가?


휴식에 대한 많은 정의가 사람들의 수만큼 있을 수 있겠지만 본래 집돌이인 나로서는 쉰다는 것은 그냥 배부르게 먹고 가만히 누워 있는 것이다. 책을 읽을 수도 있고 티비를 볼 수 있겠지만 그건 나에게 쉽에 들어가지 않는다. 그저 가만히 누워서 숨만 쉬고 있는 것, 멍 때리는 것과는 다르다. 가만히 있지만 머리 속에선 엄청난 이야기가 펼쳐지는 중이다. 몸은 가만히 있지만 머리 속은 끊임없이 돌아가고 있다. 쓸모있는 생각을 하는 것이 아니다. 쓸모없는 생각을 하는 것이다. 어떨 땐 머나먼 은하계에서 일어나는 전쟁을 승리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생각하기도 하고, 판타지 세상 속 마왕을 물리치기 위해 가장 먼저 찾아야 할 것이 무엇일까 생각하기도 한다. 항상 무언가 쓸모있는 무언가를 찾고 생각하고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나에게는 그렇게 시간을 쓸모없이 보내는 것이야 말로 진정한 휴식인 것이다. 


쉬면서 무언가를 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고 그들에게 쉬는 것에도 에너지를 쏟을 수 있는 열정이 있고 에너지가 있다는 것에 존경을 보낸다. 하지만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 본래 사람이 좀 아날로그적이라 새로운 세상에 하루하루 적응하며 살아가는 것도 힘든 나에게 무언가를 한다는 것은 결코 쉼일 수는 없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육체적인 이야기이다. 정신적인 부분, 상상이라는 부분에서 나는 휴식시간에 누구보다 자유롭다. 

상상을 통해 나는 정말 많은 것을 경험한다. 언젠가 읽었던 책의 내용을 떠올리며 새로운 생각을 떠올리기도 하고 언젠가 봤던 영화의 주인공이 되어  나만의 여행을 상상하기도 한다. 어쩔 때는 지금껏 존재하지 않았던 이야기를 떠올리며 혼자서 킥킥대기도 한다. 쓸모없는 생각을 하면서 혼자 열을 내기도 하고 혼자 우울해지기도 하며 나는 쉰다. 


이쯤되면 아마 그런 쉼이 무슨 의미가 있냐고 물을지도 모르겠다. 쉬더라도 조금은 자기 자신을 위해 준비하고 개발하는 시기로 삼는 것이 좋지 않겠냐고 물을지도 모르겠다. 백프로 동의한다. 나는 시간의 소중함을 알고 시간을 보다 소중히 여겨야 한다. 하지만, 그게 나다. 시간이 낭비된다는 것은 그 누구보다 스스로 깨닫고 있지만 나에겐 휴식이 없으면 안된다. 자는 것도 아니고 무언가를 보는 것도 아니고 더욱이 무언가를 하는 것도 아닌 그시간이 나라는 사람을 충전하는 것이다. 그 충전이 없다면 휴식시간이 끝난 후 다른 것을 다시 힘차게 시도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여기까지가 정중한 답변이다. 실상 내 본심은 전혀 다르다

왜 쉬면서 까지 무언가를 해야합니까? 왜 지금 이 순간이 아니라 다음 어느 순간을 생각해야합니까? 항상 5분대기조로 무언가를 하지 못해 살아가야하는 강박증에 사로잡히기 싫습니다. 어른이 되고 일에 치여 어린아이와 같은 상상을 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 싫습니다. 몸이 컷다는 이유로 여전히 어린 마음과 달리 만화책을 고르는데 사람들의 눈치를 보게되는 것이 싫고 장난감을 사는데 누군가의 핀잔을 받고 싶지 않습니다. 여행을 가서 모두가 가는 곳, 영감을 받을 수 있는 곳을 가고 싶지 않고 그냥 내가 가고 싶은 곳에 가고 싶습니다. 모든 행동 하나 하나에 의미를 두고 목적을 가지고 살고 싶지 않습니다. 특히 쉬는 것에 관해 그런 목적이나 행동을 생각하는 것은 너무 끔찍합니다. 


위와 같은 내 생각 덕분에 나는 역설적으로 취미가 많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사람은 가만히 혼자 있을 수 있는 시간이 시간이 지나감에 따라 힘들어진다. 그래서 나는 의도치 않게 흘러가는 중에도 나 혼자만의 상상을 유지할 수 있는 새로운 것들을 찾아다녔고 그 결과가 수많은 취미다. 책, 영화, 드라마 보는 것을 넘어 축구, 농구, 야구 등 각종 스포츠 경기(심지어 올림픽 종목도 거의 다 재미있게 보는 편이다), 혼자서 하는 조깅, 근력운동 등 다양한 분야를 하면서 나의 상상력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 내 취미다. 

그러고 보면 내게 쉼이란 가만히 있는 것 보단 머리 속으로 말도안되는 공상에 빠져드는 것인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무엇이든 육체적으로 에너지를 소모하면 안된다는 것이 내 휴식의 제 1조건이므로 이를 무시할 수도 없을 것 같다. 쉼과 취미는 다르다. 휴식이 종점이라면 취미는 정거장이다. 힘든 일상을 보내면서 잠시나마 일상을 벗어나 정신을 리프레쉬할 수 있는 것이 취미이고 일상을 완전히 떠나 소모된 에너지와 정신을 채우는 것이 쉼인 것이다. 


현대는 복잡하고 현대인은 피곤하다. 그래서 제안한다. 우리 모두 나만의 쉼과 취미에 대해 생각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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