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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독일아빠 Nov 08. 2024

독일 성교육

꾸미거나 포장하지 않고, 똑바로 까발려라

성교육 (性敎育). 독일어로는 Sexualerziehung이라 한다. 직역하면 '성적인 교육, 성에 대한 교육'이다. 

사실 매우 중요한 교육이다. 어쩌면 인간의 본능적인 욕구에 닿아 있는, 생존과 번영(?)... 까진 아닐지 몰라도 여하간 그 방향의 어딘가에 위치한 매우 본질적인 교육이 아닐 수 없다. 그런 필수적이고 자연스러운 교육이지만 막상 시작하려면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가르쳐야 하는 사람의 다소간의 당혹감과 배우는 사람의 다소간의 므흣함 사이, 그 묘한 긴장감을 돌파하여 교육적 유의미를 찾아야 하는 매우 신중하고 섬세한 작업이라 그렇다. 



그러고 보니 내가 처음 성교육을 받았을 때를 잊을 수 없다.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나는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남자 여자가 손을 잡고 함께 잠을 자면 아기가 생기는 줄로 알았다. 동화 속에서 성을 그렸던 내가 적나라한 진실을 알게 되었으니 그 충격이 어떠했겠는가? 아마도 중학교 1학년 가정 시간이었던 것 같다. 나는 남자 중학교에 다녔다. 예나 지금이나 '성'은 젊은 피가 솟구치게 한다. 이제 막 솜털 콧수염이 생기기 시작하던 원숭이 같은 녀석들이 여기저기 교실 곳곳에서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당시 우리에게 가정을 가르쳐주셨던 분은 대략 50대 중반의 여자 선생님이셨다. 나이로 모두 판단할 수는 없지만, 선생님은 아마 오랫동안 쌓아온 경험이 많으셨던 것 같고, 그래서 그만큼 노련하셨던 듯싶다. 선생님은 당황해하는 기색도 없이 책을 교탁에 내려놓으며 나지막이 말씀하셨다.  


"자, 이제부터 떠드는 사람이 있으면 그 녀석을 교보재로 삼아서 함께 관찰하도록 하겠다."


야단법석, 대환장 파티의 입구에서 솟구치는 젊은 피에 찬물을 끼얹으며 교실을 일순간 평정해 버린 것이다. 요즘은 이게 성희롱이 될는지 어떨는지 모르겠지만, 당시에는 그 정도의 협박이 통하는 교권이 있었다. 게다가 그분에게는 그 어떤 악의가 없었다. 여담으로 당시 중간고사에서 가정 과목의 반 평균이 대략 95점 이상이었던 기억이 난다. 거의 모든 이들이 이 부분을 빠삭하게 공부했다는 말이다. 아니면, 공부하지 않아도 깊은 관심으로 자연스레 학습하게 된 것일지도. 진정한 의미의 자기 주도적 학습이 가능했던 유일한 순간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겠다.



독일에서는 성교육이 법적으로 초등학교부터 의무 교육으로 규정되어 있다. 독일은 연방정부이므로 주마다 구체적인 시행방식과 성교육의 내용은 얼마간 차이가 있을지도 모른다. 내가 속한 주인 헤센(Hessen)은 초등학교 4학년부터 성교육이 시작된다. 이후에는 주기적으로 성교육을 실시하는데, 우리나라와 비슷하게 일부 교과목 시간의 한 부분으로서 진행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주로 과학시간이나 생활교육(Lebenskunde) 시간을 활용하여 교육이 이루어진다. 중학교 이후부터는 성과 성관계, 감정과 신체변화 등 단순히 성적인 관련 지식을 전달하는 것을 넘어서 자기 보호와 성적 자기 결정권, 성평등에 대한 관련 가치와 윤리적 이슈에 대해서도 다룬다고 알려져 있다.


이는 비단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교육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시립도서관에 가면 어린이들이 쉽게 읽을 수 있는 다양한 성교육 관련 책들이 정리되어 있다. 기본적인 성적 상식에서부터 그 나이 또래 아이들이 궁금해하는, 조금은 낯 뜨거운 질문에 대한 솔직하고 정확한 답변이 정리된 책, 앞서 언급한 성과 관련된 윤리와 사회환경의 변화에 관한 책까지 다양한 수준의 성교육 자료들을 쉽게 구해볼 수 있다.


시립도서관의 한 코너. 두개의 열이 어린이들이 읽을 수 있는 성교육 관련 책들로 준비되어 있다.



우리 첫째가 지금 11살, 5학년이다. 첫째와 둘째는 두 살 터울이지만, 가을학기부터 학년이 시작되는 독일 공교육 특성상 둘째는 4학년에 재학 중이다. 그 말인고로 첫째와 둘째는 이미 학교에서 성교육을 받았다는 이야기다. 다행히 자연스럽게 아이들은 성에 대해 배운 듯하다. 


일반적을 성교(性交)를 말하는 독일어는 Sex 외에도 Geschlechtsverkehr라고 한다. "Geschlecht"는 남성과 여성과 같은 성별을 칭하는 말이고,  "Verkehr"는 자동차, 기차 등과 같은 이동, 교통을 의미하는 단어다. 그러니까 각자의 성별이 서로 왔다 갔다 교류, 교통 하는 것이 성교라는 뜻이다. 그러고 보면, 독일어는 지나치게 직설적이다. 단어가 저 모양이니, 그 말만 들어도 아이들은 대략 성관계가 무엇인지 자연히 이해했을 것이다. 두 녀석들은 이제 아이가 어떻게 생기는지 당연히 안다.  워낙에 직접적으로 궁금함을 해결할 수 있도록 준비된 독일 성교육이다 보니, 한편으로는 다행스럽게 특별히 부모가 난처해할 만한 질문을 해오진 않는다.



게다가 첫째와 둘째는 딸이다. 설령 궁금증이 있더라도 자기도 딴에는 쑥스러운지 아빠에게는 물어 오지 않는다. 언젠가 아내가 '끅끅' 웃음을 참아가며 내게 말했다.

"자기 이제 첫째, 둘째 모두 성관계에 대해 배운 거 알지? 글쎄 둘째가 어제 조용히 나한테 와서 조심스럽게 묻더라고. '그거' 할 때 아팠냐고?"

아내는 이제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하며 계속 말을 이어갔다.

"근데 걔는 우리가 세 번만 했다고 생각해."

그랬다. 우리는 딸 둘에, 아들 하나. 총 세 명의 아이들을 슬하에 두고 있다. 눈치를 보아하니 아내는 딸의 생각에 진실을 이야기한 것 같진 않았다. 나도 사실 별로 교정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그렇게 아이들은 또 하나 배웠다. 배움은 끝이 없다는 것도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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