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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무개 Jan 26. 2020

이 나이에 이직을?

 년 초에 너무 화가 나는 일이 있어서, ‘에잇, 이 조직을 떠나야 겠다 ’라고 마음을 먹고, 20여군데에 이력서를 넣었다. 과연 이 나이에, 이 직급을 받아 줄 만한 회사가 몇이나 있나 의아했지만, 일단 지원을 했다. 지원하고 바로 2군데의 헤드헌터에게 연락이 왔다. 추가 진행에 필요한 양식에 맞춰 다시 이력서를 작성하고 기다렸다. 

운이 좋았는지, 2군데 중에 한 군데에서 면접 제의가 와서 면접을 보았다. 나 역시 면접관으로 직원을 채용도 했고, 피 면접자로 정말 많은 면접을 보았기 때문에 면접 때 무엇을 하면 안되는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너무 잘 알고 있었다. 


 한국의 기업문화에 맞춰, 대체로 면접보는 회사의 기준에 맞춰서 면접을 보았다. 간략하게 자기 소개를 하고, 임원들 3명과 면접을 했다. 늘 느끼는 것이지만, 한국 면접관들은 절대 자기소개를 하지 않는다. 미국에서 면접 볼 때는 거의 대부분의 면접관들과 악수를 하며, 간략하게 서로에 대해서 소개를 했는데, 한국에서는 2016년 말에 귀국해서 어느 게임회사 면접 볼 때를 제외하고, 어느 면접관도 최소한 자신의 이름과 직책을 말한 사람이 없었다. 


 면접은 매우 잘 진행되었고, 분위기도 좋았고, 나 외에 4명 정도를 추가로 보는데, 나만한 지원자를 찾지는 못할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리고, 실무자 2명과 또다시 면접을 보았다. 평이한 면접이라서 부담없이 보았다. 며칠이 지나고 면접 본 것을 복기하였다. 


 면접은 너무 잘 보았고, 경력직을 원하는 곳은 내가 그 일을 잘 수행할 수 있는지 여부를 본다. 당연히 나는 그 일을 매우 잘 수행할 수 있는 최적의 사람이라고 확시한다. 이번 면접을 통해서, 이 나이에 이직할 수 있는 회사 혹은 포지션이 몇 개 없을 줄 알았는데, 내가 Job market에서 경쟁력이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확인했다. 면접보는 기술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면접준비라고는 면접장 가는 길에 내 이력서를 간략하게 살펴보고, 면접 대기시간에 간략하게 자기소개 준비한 것이 전부였다. MBA 2년 동안 면접을 보고 연습한 것이 그냥 보낸 시간이 아니었다. 


 다음 주가 되면 이직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그 회사와 협의를 할 것인데, 내 마음은 이직을 해야 할지, 하지 말아야 할지 갈등 된다. 이직을 해야할 충분한 이유도 있고, 그렇지 않아야 하는 충분한 이유도 동시에 존재한다. 그 회사는 성장에 목마른 회사이다. 회장 옆에서 그룹 전체의 경영에 대한 조언을 하고, 실행을 하는 역할이다. 내가 그곳에서 10년을 일하면 LG생활건강이 차명석 부회장 리더쉽 하에서 기업가치를 100배 이상 키운 것처럼, 나의 남은 직장 생활기간 동안 나는 그 그룹을 국내 10대 그룹 반열로 성장 시킬수 있을 거라고 스스로 확신한다.

 그간 내가 배우고, 경험한 모든 것을 쏟아 붇고, 그 노력들이 실제 실행으로 이어지고, 그 결과 회사가 분명히 성장할 것이다. 회사의 성장과 내가 같이 한다는 것은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보람을 느낄 것이다. 더구나, 업계 최고 대우를 나에게 약속했고, 지금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다양한 업무를 할 것이다. 월 예산 목표 2-3억원을 맞추기 위해서 노력하기 보다 연간 성장 2-3조원을 달성하기 위해서 노력할 것이기 때문에 업무에 대한 동기부여를 비교하면 그 어느 때 보다 스스로 동기부여 될 것이다. 


 이직하지 말아야 할 이유는, 지금 있는 곳이 너무 좋다. 회사를 성장시킬 수 있는 충분한 역량이 있지만 이를 일부만 쓴다는 안타까움이 존재하지만, 남는 에너지를 책을 쓰는 일에 집중할 수 있어서 개인적인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 내가 좋아하는 책을 읽고, 책을 쓰고, 사색하고, 음악을 듣고, 사람 혹은 일로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다는 장점이 있다. 회사는 회사이고, 나는 나를 철저히 실천할 수 있는 몇 안되는 직장이라고 생각한다. 


 Suna와도 상의를 했는데, Suna는 늘 그렇듯이, 너의 일이니, 너가 현명하게 잘 결정하라는 충고만 한다. 어떤 결정을 해도 나의 결정을 존중하겠다고 한다. 당장 설 연휴가 끝나면 결정해야 하는 일인데, 나는 Moment of truth가 올 때까지 결정을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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