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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무개 Jan 26. 2020

신용불량자

 텍사스에서 유학을 하는 동안 생활비가 부족해서 카드 결제를 하지 못했다. 수입이 있어야 카드 대금을 결제할 수 있지만, 학교에서 매달 받는 1,500불로는 우리 식구 생활비 하기도 빠듯했다. 결국 카드 결제를 차일 피일 미루었다. 그렇게 몇 년을 신용불량자로 지냈다. 한국에서 계속 살아야 하는데, 신용불량자로 한국에서 사는 것은 너무 제약이 많았다. 염치 없지만 Suna에게 카드 대금을 갚아 달라고 부탁을 했고, Suna는 그 많은 카드대금을 한번에 갚아주었다. 역시 재력가 Suna. 다른 이야기이지만, Suna의 재정적 도움이 없었더라면 내 주제에 박사는 뭐고, MBA가 다 뭐겠냐?


 카드대금을 다 갚는 방법은 연체이자까지 포함해서 갚는것과 원금과 이자를 탕감해서 갚는 방법이 있는데, 난 후자를 택했다. 후자를 택할 경우 갚아야할 금액이 감소하지만, 해당 금융기관과는 평생 신용거래를 할 수 없고, 내 연체기록이 5년간 존재한다고 했다. Suna가 대신 갚아 주는 처지라서, 난 그런 여러가지들을 고려할 수 없어서, 가장 적은 금액을 상환하는 방법을 택했다. 


 귀국하고, 취직을 했고, 직장생활을 하려니 신용카드가 필요했다. 삼성카드에서 카드를 발급하려고 신청을 했고, 담당직원이 한도를 얼마나 해 줄 것인지 물었다. 나는 알아서 나오는 대로 해주세요 했다. 며칠이 지나, 신용카드가 집에 도착했고, 확인하니, 한도가 100만원이었다. 정말 웃음 밖에 안나왔다. Suna도 그걸 보고 옆에서 같이 웃었다. 우리회사는 출장을 가게 되면 자신의 카드로 미리 결제하고 나중에 정산 받는 시스템이다. 


 주어진 100만원의 한도는 너무 적어서, 늘 한달에 미리 결제를 해서, 카드 한도를 확보해야 했다. 그렇게 6개월 지나니, 200만원으로 한도가 증액되고, 차츰 그 증액되는 액수가 컸다. 은행거래도 해야겠다고 생각해서, 은행에서 마이너스 통장을 만드는데, 직원이 왜 이렇게 신용등급이 낮냐고 물으며, 금리가 높아도 괜찮냐고 물었다. 상관없다고 말하고, 마이너스 통장도 개설했다. 신용등급을 올리기 위해서 다양한 일을 했지만 내가 속한 고객군이 연체경험이 있는 고객군이라서, 과거 연체경험으로 인해서 신용점수가 정말 오르지 않았다. 


 그러다가 갑자기 올해 초에 신용등급이 6등급에서 5등급으로 상향됐다. 그 동안 그렇게 노력해도 변하지 않던 신용등급이 1등급이나 올랐다. 갑자기 카드회사에서 문자가 오더니, 한도를 대폭 증액 시켜주었다. 지금 카드 한도는 2천만원이고, 추가로 한도 증액이 가능한데, 별로 필요가 없어서 안하고 있다. 신용등급 6등급은 신용이 없던 대학생이 첫 사회생활을 할 때 부여받는 등급이다. 내가 연체자, 즉 신용불량자에서 연체금액을 갚으면서 받은 등급이 6등급이다. 갑자기 등급이 오른 이유를 보니, 연체 정보는 5년간 기록에 남는데, 그 기간이 다 해서, 더 이상 연체기록이 남지 않아서 신용등급이 오른 것이었다. 


 신용 불량자일때 제일 불편한 것이 휴대폰 개통이다. 휴대폰을 할부 즉 신용으로 구입하기 때문에 일시불로 기계대금을 지불해야 한다. 신용카드대신 체크카드를 들고 다녀야 해서, 통장에 잔고가 없으면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정기적으로 추심회사에서 전화 와서, 돈 안 갚으면 월급 압류한다고 하고, 실제 압류도 되었다. 두려운 것은 혹시나 밤에 집 앞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다가 폭행을 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에 집 주소도 변경하고 다녔다. 드라마에서 보던 빚쟁이 들이 달려 들까 봐 매사 조심했었다. 


 지난 3년간 6등급으로 살기 힘들었는데, 이제는 좀 편해졌다. 앞으로 신용등급 올라가는 속도는 매우 가파를 것이다. 한번 신용불량자의 나락으로 떨어지면, 웬만해서는 등급 올리기 힘들다는데, Suna의 도움으로 다시 태어났다. 그러고 보니, 내 인생이 약간 롤러코스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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