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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ndcream Nov 19. 2020

로또에 당첨되고 싶으면 로또를 사야지

잠깐이지만 행복했다

좋은 일이 생기려나. 간밤에 호랑이 꿈을 꾸었다. 호랑이가 우리 집에 있었다. 상서로운 동물이니 좋은 꿈일 거라 생각했다. 로또를 사야 하나? 남편한테 말하고 싶어 입이 근질거렸다. 그런데 좋은 꿈은 아침에 말하면 안 된다는 말이 떠올랐다. 게다가 남편은 몹시 바빠 보였다. 때를 보아 이따가 말을 해야겠다. 

당첨금을 받으면 어떻게 쓸까? 결혼을 하고 보니 쓸 곳도 달라진다. 일단 대출금을 다 갚고 새 집을 알아보리라. 어느 지역이 좋을까? 급하게 생각하지 않고 신중히 결정해야지. 그다음에 남은 돈은 투자를 잘해서 두 배로 만들어야지. 그렇게 만든 돈은 당첨금만큼 기부를 하는 거다. 학교에도 좀 보내고, 또 어디에 기부를 하면 좋을까. 그때쯤이면 내 자산은 지금과 비교하면 어마어마하게 늘어나 있을 거다. 하하하. 상상만 해도 기분이 좋았다. 이런 상상이 처음은 아니지만 할 때마다 기분이 좋다. 

점심때가 지나도 남편은 여전히 바빴다. 혼자 사러 갈까? 로또를 어디서 팔지? 로또 판매점을 검색해 보았다. 예전에는 편의점에서도 팔았는데 요즘은 복권방이 따로 있는 것 같다. 시장을 지나면 몇 군데 있었다. 그런 데는 혼자 들어가기 어려운데. 

망설여졌다. 당첨이 안 될 확률이 더 큰데 굳이 살 필요는 없다. 돈이나 버리는 짓을 왜 해? 그런데 안 사면 후회할 것이다. 당첨금을 받을 기회를 놓쳐서 후회하는 것이 아니라 아무것도 안 하는 나 자신에게 화가 날 것 같았다. 로또에 당첨되기를 바란다면 로또를 사야지. 사지도 않으면서 어떻게 당첨이 되기를 바란단 말인가. 

그래! 결심했어. 5시가 넘자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었다. 남편에게는 산책을 다녀오겠다고 했다. 틀린 말은 아니다. 밖으로 나오니 생각보다 덥지 않고 바람이 상쾌하게 느껴졌다. 시장을 지나는 김에 생활용품점에 들러 전부터 사려던 자잘한 물건을 샀다. 시장의 청과물 가게 앞을 지나며 향기로운 참외 향도 맡았다. 돌아오는 길에 몇 개 사 볼까? 

시장 앞에도 하나 있던 것 같은데 복권방은 보이지 않았다. 모퉁이를 돌면 있을 것 같았다. 슬금슬금 길을 걷는데 보이지 않았다. 이 길에는 없나? 저기서 건널목을 건너 반대편으로 가 볼 생각을 하는데 복권방이 보였다. 바로 들어갈 용기가 나지 않았다. 괜한 짓을 하는 건 아닌지 망설여졌다. 젊은 여자들이 들어가는 것도 보이지 않았다. 복권방을 지나쳐 가다 섰다. 아니야. 이왕 나온 거 사 보자. 

문을 열고 들어가니 아저씨들 몇이 있었다. 

“로또 주세요.”

“5천 원요.”

“한 장은 안 팔아요?”

“돼요.”

“한 장만 주세요. 자동요.”

숫자는 확인하지 않았다. 로또는 운이니까. 당첨일이 오늘이었다. 저녁 먹고 확인해 봐야지. 복권방을 나오자 마음이 가벼워졌다. 남편이 알면 뭐라고 할까? 

저녁을 먹고 남편에게 언제 말할까 고민하는데 남편은 몸이 안 좋다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텔레비전을 켜서 이리저리 돌려보는데 복권 추첨을 하고 있는 게 아닌가! 아, 복권. 그것도 막 추첨을 하려던 참이었다. 정말 당첨이 되려는 걸까? 심장이 들뜨는 걸 참고 슬쩍 일어나 잽싸게 복권 종이를 가져왔다. 

하지만, 정말 당연하게도, 숫자는 하나도 맞지 않았다. 하나라도 맞으면 어때서!

호랑이는 뭐냐고!

일확천금의 꿈은 깨지고 호랑이 꿈을 왜 꾸었는지도 알 것 같다. 꿈을 깨니 이성이 돌아온 것이다. 나는 평소에 전날 스쳐 지나간 것들을 꿈에서 보는 일이 자주 있다. 전날 어떤 재미있는 글을 올리는 사이트에서 호랑이 문신을 보았던 것이다. 하나도 안 무서운 호랑이 문신이 꿈에 나타났던 것이다. 이렇게 허탈할 수가.

천 원을 날렸으나 후회는 하지 않기로 한다. 어쨌든 행동했다는 것에 나 자신에게 칭찬을 주고 싶다. 나는 행동력이 약해서 무엇을 하려면 백 번은 생각하는 편이다. 이렇게 하면 좋겠다고 생각한 것의 절반도 실천하지 못한다. 그러니 내가 뭔가를 한다는 건 여러 날 고민한 끝에 했다는 뜻이다. 

글쓰기도 마찬가지이다. 브런치를 알게 된 다음부터 나도 글을 써 보리라 생각했다. 그전부터 틈이 나면 글을 쓰자고 생각했다. 공모전 공고를 보고 응모를 해 봐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일정이 급박하여 공모는 하지 못했다. 미리 글을 써 놓았다면 응모라도 해 보았을 텐데.

자책은 그만두겠다. 응모는 못했지만 덕분에 글을 몇 편 썼고 브런치 작가 신청을 할 거니까. 우리가 좋아하는 속담을 마지막으로 써 본다.

“시작이 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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