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보면 대학생 시절은 정말 황금 같은 시절이다. 어학연수를 갈 기회, 우리 학교에 교환학생 온 친구들을 만날 기회 또 내가 프랑스에 교환학생을 갈 수 있는 기회까지 정말 프랑스어를 배울 수 있는 많은 기회들이 있었다.
이러한 기회들을 최대한 놓치지 않고 싶어 나는 어학연수를 다녀온 후 바로 교환학생을 준비하였다. 어학연수는 외국인들끼리만 모여서 프랑스어를 공부하는 환경이었다면 교환학생은 대학교 학부 수업을 다른 프랑스인들과 함께 수강하며 점수가 매겨지는 시스템이었기 때문에 더욱더 철저한 준비와 마음가짐이 필요했다.
우리 대학에서도 파리-소르본느 대학과 교환학생 협정을 맺은 지 얼마 안 되었던 시기였다. 파리-소르본느 대학이 요구한 교환학생 수락 기준은 DALF C1 (프랑스어 공인 인증시험은 A1, A2, B1, B2, C1, C2 6개의 단계로 나누어져 있다)으로 어학연수를 한 학기 다녀온 나에게도 벅찬 수준이었다.
하지만 교환학생 기회를 놓칠 수 없었기에 준비하여 C1을 획득하였고, 그렇게 우리 학교에서 보낸 파리-소르본느의 첫 교환학생이 될 수 있었다. 그렇게 소르본느에서 처음 들은 수업은 유럽연합의 역사.
첫 수업에서 학생 각자 자기소개를 하는 것도 떨리는데 아뿔싸 교수님께서 나와 상의도 없이 (나와 상의하실 필요는 없지만) 학생마다 발표 주제를 던져주시는 것이다. 모두가 프랑스 학생이었던 교실에 외국인은 한 이탈리아 학생과 나, 이렇게 둘이었다. 사실 발표를 한다는 사실도 잘 알아듣지 못해 옆에 앉은 프랑스 친구가 다시 한번 수업이 끝난 후 알려주었다.
몇 날 며칠을 고민하고 연습하여 발표를 겨우 마친 후에 저번에 도와준 친구에게 발표가 어땠는지를 물어봤다. 그 친구는 다 좋았는데 한 가지가 좀 걸렸다며 내가 발표 동안 수십 번도 더 말했던 ‘유럽’이라는 단어의 발음이 이상했다는 것이다.
유럽은 프랑스어로도 영어의 철자랑 동일하게 Europe이다. 그래서 ‘유’ 발음에 R발음만 가래 끓는 소리를 내어 발음했는데 그게 왜 이상했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친구가 설명해주길 eu소리는 ‘유[jʊ]’가 아닌 ‘으 [ø]’라는 것이다.
이 ‘으’ 소리는 프랑스어를 공부할 때부터 도대체 어떻게 소리 내야 하는지 감이 안 오는 발음이었다. 반면 프랑스 사람들은 한국어에서 우리가 고민할 때 사용하는 소리 ‘음...’처럼 ‘으 [ø]’ 소리를 일상적으로 사용하곤 한다. 또한 숫자 2(deux), ‘원하다’ 동사(vouloir)의 가장 기본적인 동사 변형에서 (je veux, tu veux, il veut) 사용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마스터해야 하는 소리이다. 숫자 2는 ‘두’가 아니고 ‘드 deux [dø]’이고, 나는 원한다는 ‘즈 부’가 아니고 ‘즈 브 je veux [ʒ vø]’인 것이다.
한국어의 ‘으’ 소리는 입을 양쪽으로 벌리고 발음해야 한다면 프랑스의 ‘으’ 소리는 입을 동그랗게 모은 후 혀의 끝에서 내는 소리이다. 마른기침을 할 때 입을 살짝 모으고 기침을 하는 대신 그 모양으로 ‘으’ 소리를 내어보자. ‘유’럽이 아닌 ‘으헙 [øʀɔp]’으로 발음하는 그 날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