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 있으면 자연스레 많은 프랑스 이름을 접하게 된다. 프랑스에서 석사를 하는 중에 프랑스 NGO의 인사팀에서 인턴을 하게 된 나는 자연스레 수많은 프랑스 이름을 접하게 되었다. 이 중 마리옹(Marion), 마튜(Matthieu), 셀린(Céline) 등 많이 접해본 이름도 있었지만 반면 이름 때문에 난감해졌던 적도 있다.
1
옆 물류 팀에 에마뉴엘(Emmanuel)이라는 동료가 있었다. 하지만 동료들이 물류 팀 관련 이야기를 할 때는 종종 마뉴(Manu)라는 사람을 언급하는 것이다. 내심 ‘내가 모르는 새로운 사람이 있나? 아니면 이제 곧 들어올 사람인가?’하고 생각했다. 이렇게 연결시키지 못하고 몇 주가 지나고, 답답한 나머지 한 동료에게 마뉴가 도대체 누군지 물어보았다. 독자라면 예상했듯이 마뉴는 에마뉴엘을 칭했던 것이다. 프레데릭(Frédéric)을 프레드(Fred), 세바스티앙(Sébastien)을 셉(Seb)같이 이름을 줄여서 부르는 건 알았지만 에마뉴엘이(Emmanuel) 에마(Emma)가 아닌 마뉴(Manu)가 되는 건 반칙이 아닌가? 살짝 억울한 마음이 들면서 그제야 몇 주간의 미스터리가 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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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팀에는 나 말고 2명의 인턴이 더 있었다. 나보다 몇 달 더 먼저 인턴을 시작한 그 둘과는 서로 도와주며 친하게 지내는 사이가 되었다. 그중 한 명의 이름이 Baptiste. 나는 그 친구 이름대로 그를 ‘밥티스트’라고 불렀다. 그런데 자세히 다른 사람들이 그 친구를 부르는 걸 들어보니 ‘바’ 티스트라고 부르는 것이었다. 이상하게 생각한 나는 왜 ‘밥’ 티스트라고 부르지 않고, ‘바’ 티스트라고 부르는지 또 물어보았다. 동료의 대답은 Baptiste에서 p는 발음을 하지 않아 바티스트라고 부른다고 대답해줬다. 그제야 생각해보니 ‘세례 하다’라는 의미의 동사 baptiser [batize]에서도 ‘세례’라는 명사인 baptême [batεm]에서도 모두 p를 발음하지 않았던 것이 떠올랐다. 또다시 괜스레 억울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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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팀에 새로운 동료가 오던 날. 경력도 화려하고, 성격도 좋아 보이는 새 동료와 인사를 나누기 위해 점심시간에 다가가 인사를 건넸다. 이름을 물어보니 ‘Maud’라고 한다. 친해지고 싶은 마음에 괜스레 한 마디 더 얹히고 싶었던 나는 ‘우아, 유행인 Mode와 발음이 똑같네?’라고 하였다. 돌아오는 동료는 대답은, ‘아니 조금 달라. 내 이름은 ‘모드’ [mod]고 유행은 ‘머드’ [mɔd]라고 발음해’이었다. 친해지려고 꺼낸 말이 순식간에 프랑스어 발음 수업이 되는 순간. ‘아, 정말?’ 하고 대화를 끝내고 집에 와 다시금 발음을 찾아보았다. 그제야 o발음에는 열린(ouvert) o와 닫힌(fermé) o발음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유행’이라는 뜻의 프랑스어, mode는 열린 o로 [ɔ] 한국어 모음의 ‘어’와 비슷한 발음이고, 새로운 동료의 이름인 Maud는 닫힌 o 발음의 [o] 발음으로 한국어의 ‘오’ 발음과 유사한 것이다. 비록 그 동료와는 친해지지 못했지만 그 이름 Maud는 영원히 잊지 못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