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쩔 수 없이 감내해야만 하는 어려운 마음을 끌어안고서라도, 오래 살아보고 싶어지게 하는 아름다움들이 있다. 누구에게도 발설하지 않고 혼자서 좋아할 무언가를, 어떤 시절에든 주머니 속에 넣어두었다. 보이지 않을 만큼 아주 작은 씨앗 같은 것이 보드랍고 따뜻하게 그곳에 있음을 생생하게 느꼈다. 마음길을 더듬거리다 씨앗에 닿으면 꽃이 피었다. 마음이 환해졌다. 나와 닮지 않은 여러 표정들을 짓던 시간 끝에 기댈꽃이 있어서, 나를 놓아버리지 않을 수 있었다.
꽃을 손으로 만지고 싶다는 생각을 오랫동안 해왔다. 아름다움이 또렷하게 형체를 갖추는 순간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될지도 모른다는 기대는, 그 자체로 기댈꽃이었다.
기댈곳이 필요할 때 기댈꽃이 되어준 아름다운 마음 글자 물건 장면 공간 기억 사람… 주머니에서 씨앗들을 꺼내어 물도 주고 햇볕도 쬐어주며 싹을 틔워보려 한다. 손에 만져진 꽃이 앞으로의 나를 지켜줄지도 모른다, 우리를 꽃밭으로 데려다 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