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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지현 Jan 15. 2023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면...

[퍼센트] 학폭 피해자 17.3% "얘기해도 소용없어 '미신고'"

'학교폭력(이하 학폭) 피해자의 복수극'을 다룬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를 보면서 학폭 장면을 보는 게 힘겨웠다. 굳이 왜 이런 불편한 장면을 넣었을까 생각하다가, 문득 현실은 이보다 더할 거란 생각을 했다. 그렇게 학폭 취재를 시작했다. 그러면서 드라마 속 '고데기 열 체크'도 2006년 실제 했던 사건임을 알게 됐다.


두 명의 학폭 피해자와 인터뷰를 했다. 각각 중학교와 고등학교 때 겪었던 폭력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고, 이제는 성인이 돼 있었다. 그중 한 명은 고등학교 2학년 때 언어와 신체 폭력으로 이어지던 학폭을 견디지 못해 학교 건물에서 몸을 던졌으나, 다행히 수술에 성공해 지금은 대학생이 돼 있었다. 또 다른 한 명은 중학교 3년 내내 학교 폭력을 당했는데, 매년 반만 바뀌었을 뿐 그를 괴롭힌 건 언제나 학급의 1/3 가량의 같은 반 친구들이었다고 했다. 사실상 집단 따돌림을 당했던 것. 그들이 한 가해는 '빵 셔틀'에서 시작해 돈을 빼앗거나, 주차장에서 집단 폭행 같은 것들이었다.


그들에게 학폭 피해 이후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물었다. 공통된 건 두 사람 모두 학폭 피해 지원을 위한 일을 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몸과 마음에 새겨진 상처를 그렇게 또 다른 피해를 지원하면서 이겨내고 있는 듯싶었다. 학교 폭력 피해자를 만나면 꼭 물어보고 싶었던 질문이 있었는데, '그때로 돌아간다면, 어떻게 할 것인지'였다. 두 사람이 모두 그때 자신의 모습에 후회한다고 했다. 한 차례도 폭력에 반항하지 않고 그저 힘의 논리로 겨뤄보지도 않고 받아들인 것. 그게 후회된다며 다시 돌아간다면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한 친구는 의자를 던져서라도 가해 학생들에게 반항을 했을 것 같다고 했다. 그러니깐 시간이 지났지만 학폭은 여전히 그들에게 상처로 남았고, 그 가해 학생들을 용서했다고 했지만 시간을 되돌리면 조금이라도 피해를 주고 싶은 듯했다.


그들이 그런 생각을 하게 된 건 결정적으로 가해자에 대한 처분이 가벼웠기 때문일 거란 생각이 든다. 두 사건의 가해학생들에 대한 처분도 그랬다. 한 사건의 경우 가해자들이 받은 건 교사에게 받은 체벌 그리고 다시는 하지 않겠다는 각오를 적어 내는 선에서 끝났다. 또 다른 사건은 어떤 합의가 이뤄졌는지 당사자는 알지도 못한 채 끝이 났다. 그럼에도 당시 그들이 가해에 대해 더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한 건 피해 이후 자신 앞에 놓인 풀지 못한 숙제가 너무 많았기 때문이었을 거다. 여기서 멈추면 대학도, 그 이후 자신의 미래도 무너져 버릴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지금이 시간이 흘러 그 사이 학폭 관련 처벌은 강화됐지만 가해자들이 여전히 성인이 아닌 학생이기에 '퇴학' 처분까지 받는 일은 매우 드물고, 대다수는 생활기록부에도 남지 않는 가벼운 1~3호 처분으로 끝난다.


이 기사를 쓰면서 [더 글로리]의 작가가 딸에게 받았다는 그 질문을 많이 받았다. '자식이 학폭 가해자나, 피해자가 된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취재를 하다 보면 대부분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뭔지 확신이 있었는데, 학폭은 그런 확신이 잘 들지 않았다. 다만 아이들의 세계에서 '동물의 왕국'과 같은 힘의 논리가 지배되지 않도록 학폭 예방을 잘해야 한다는 생각뿐. 가해를 한 학생들에게 어느 정도 수준의 처분이나 처벌이 필요한 지는 솔직히 답을 내리지 못했다.


학폭 피해자들이 학폭 피해를 나이테 삼아 더 큰 나무로 성장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다음은 취재한 기사 전문

https://v.daum.net/v/20230114183808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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