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늘보의 행동을 보면 마치 혼자만 슬로우 모션 카메라로 촬영된 것 같습니다. 애니메이션 <주토피아>에서 나무늘보 고증이 잘 된 것이죠. :) 그런데 의문점이 생깁니다. 나무늘보의 포식자들은 대부분 맹금류나 대형 고양이과 동물처럼 사납고 빠른 종입니다. 그런 환경에서 느린 행동으로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요?
생물에 관한 의문은 진화론을 되짚으면 실마리가 보입니다. 진화론에 따르면, 느릿한 움직임이 나무늘보의 생존에 가장 적합한 형태였던 것입니다. 비록 인간의 관점으로는 이해가 가지 않더라도 말입니다. 느린 행동은 어떤 이점이 있을까요? 가장 직관적으로는 에너지 사용이 적다는 것입니다. 나무늘보는 나뭇잎이 주식인데, 그것을 한달 이상 소화시킵니다. 그만큼 적게 먹고 오랫동안 활동할 수 있는 것이죠. 또한 느린 행동은 포식자의 눈에 덜 띕니다. 사실 많은 동물이 인간에 비해서 색을 잘 구분하지 못 합니다. 그래서 사냥을 할 때, 먹이 자체를 보는 경우도 있지만, 먹이의 움직임(변화)을 보는 경우도 있습니다. 아마 그런 요소들이 생존에 도움이 됐으리라 추측합니다.
나무늘보의 사진을 찾아보면 거의 모든 사진이 웃는 사진입니다. 나무늘보가 ‘웃는 표정’을 의도한 것 같지는 않고, 원래 ‘웃는 상’인 것 같습니다. 또, 인간과 가까운 개체를 보면 상호작용과 감정이 상당히 풍부합니다. 유튜브에 나무늘보의 영어 이름인 ‘sloth’를 검색하면 나무늘보가 도로를 건너다 사람들에게 도움을 받는 해외 영상이 여럿 있습니다(피그미세발가락나무늘보처럼 멸종 위기에 처한 종이 아니라면 남미에서 제법 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실제로 나무늘보의 근육이 많이 퇴화되었기 때문에 바닥에서 기는 것을 잘 하지 못해 생존에 위협을 받습니다. 도움을 받아 길을 건넌 나무늘보들은 느릿하게 뒤돌아보며 눈빛을 보내거나 팔을 들어올리는 등의 행동을 합니다. 사람에 따라 해석이 다르겠지만, 저는 고마움을 표시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모두가 무표정하게 빠른 걸음으로 살아가는 요즘은, 웃음을 머금고 여유롭게 살아가는 나무늘보가 돋보입니다. 물론 다른 생물들처럼 나무늘보 역시 생태계 안에서 목숨을 걸며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그걸 드러내지 않는 외유내강의 자세입니다. 여유롭고, 치열하며, 무엇보다도 귀여운, 나무늘보의 삶이 부럽습니다. :)
부족한 만화와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도, 내일도 좋은 하루 되세요. :)
* 해당 회차에서는 <MBC 스포츠>, <인간과 자연의 대결>, <김광규>, <범죄도시 2>, <야나두>의 캐릭터와 장면, 인물이 패러디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