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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영 Jan 05. 2023

청년마을 ep.0 옆 동네에서 왔습니다

양주시 은현면 봉암리에서

시작점을 굳이 뽑자면,

작년 이맘때, 봄이 올락 말락 한 겨울날 기억에 남는 대화가 있다.

“해영님, 오늘 결과 나왔는데…, 떨어져서 너무 슬퍼요.”

개인적으로 안부 인사를 주고 받는 동네 책방 사장님이 세 분 계신데 그중 두 분이나 똑같은 말을 했다. 둘은 최종적으로 같은 성적표를 받았고, 비슷한 감정을 나에게 표했다. 그 사업에 대한 작은 이해와 적지 않은 공감을 해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그들이 나에게 슬픈 소식을 터놓았던 걸까, 정말 그들의 망연자실도 나에게 전해졌다. 서로 존댈말은 하지만 친구라 여기며 그들을 응원하고 존경했기에 그들이 꼭 그 일을 해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기에 그 소식이 더 아쉬웠는지도 모른다. 그 성적표를 내가 받은 것도 아닌데 그 이후 나의 작은 꿈은 더 작아졌다. 나는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때가 되면 그 일을 하리라, 지금 당장이 아닌 ‘때’가 올 때로 꿈을 더 먼 미래로 밀어 놓았다. 그 사업에 대한 관심은 굳이 노력하지 않아도 식지 않았다. 서울까지 가서 창업 관련 수업을 들으면 그 사업을 운영하고 있는 기업 대표님을 만나기도 했고, SNS 알고리즘은 부지런히 소식을 전했다. 소식에 접할수록 사업의 주체, 기획자가 아닌 참여자가 되고 싶은 마음이 되려 더 커졌다. 그렇게 꿈은 작게, 마음은 크게 그러나 어떠한 실행은 하지 않으며 2022년을 보내고 있었다. 한 해의 끝자락이 다가왔을 때 작고 작아져 없어질 것만 같았던 꿈과 마음이 함께 커지는 일이 생겨버렸다.

“해영님, 청년마을 사업 같이 해볼래요?”

챙겨갈 짐이 있다는 명분과 책방 사장님과 수다나 떨어야지라는 본심을 갖고 방문했던 옆 동네 책방에 방문한 그날, 그날이 시작점이 되었다. 펑펑 내린 눈 덕분에 발이 묶이고, 처음 보는 남의 동네 이장님의 이야기보따리를 저버리지 못 했고, 마침 그날이 청년마을 프로젝트를 함께 하고 있던 팀이 책방에서 회의하는 날이었다는 것까지, 이렇게 적고 나니 이쯤 되면 할 운명이었나 싶다.



옆, 동네 책방에서

갑자기 참여한 회의에서는 ‘사업’과 ‘마을’에 대한 이해를 하는 게 급선무였다. 봉암리는 아니 양주는 내가 나고 자란 옆 동네 의정부와 참 달랐다. 2022년 의정부보다 양주에서 더 많은 일을 한 나는 읍, 면, 리라는 지역 단위를 처음 접했을 때 양주는 진짜 시골이구나 싶었다. 평소 의정부도 시골이라고 생각했는데, 의정부에는 ‘리’는 없으니까…, 의정부는 ‘시’가 된 지 60년, 양주는 20년이 되었다는 시간적 차이를 깨달았을 때도 적잖이 놀랐다. 양주시 그리고 봉암리에 대해 들을수록 알아볼수록 상상력은 새로운 마을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타인의 입으로 전해 들은 장면의 조각, 글로 접한 문장을 내멋대로 맞추고 있었다. 그리고 두 번 정도 회의를 가장한 수다의 시간을 가졌다. 그럴수록 봉암리는 가깝고 먼 마을이 되었다. 실제로 가보지는 않았지만 이미 알고 있는 게 많아져 봉암리에 대해 혼자서 한 시간은 떠들 수 있을 것 같았다. 한 번도 가보지 않은 미국에 대해 할 말이 많은 것과 비슷한 상황이라고나 할까? 빠르면 40분에 1 대 오는 버스를 타야 한다는 거리감은 진심 가깝고도 먼 마을 그 자체였다. 운행 시간표를 보지 않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던 습관을 깨는 번거로움의 핑계로 봉암리에 가지 않은 덕에 3주라는 시간 동안 봉암리는 처음 그 이름을 들었을 때보다 더 멀고 먼 동네, 마을이 되어가는 듯했다.


새해  일정으로 ‘봉암마을방문을 적어 놓았다.  동네 책방 방문하는  회의 시작 전에 봉암리를 들렀다 가기로 했다. 여행할 때면 항공권과 숙소만 정해놓고 떠나던 나이기에 이쯤되면 봉암마을도 여행지와 다르지 않았다. 대중교통 시간 알아봤고, 가서 가볼 식당, 카페 지도에 표기해 놓았고, 친구에게 빌려온 고프로까지! 진짜 여행이 맞다.  일본 오사카가 까지 가는 비행시간이 1시간 25분인데…,  보다   시간을 할애해야 하는 봉암마을을 2023  여행지로 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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