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M은 포트폴리오가 필수라길래
서비스 기획, PM 부트캠프같은 교육을 받은 이들은 크게 보면 IT업계에 비개발 직군인 PM으로 진로를 설정한 듯한 공통점을 가지지만, 정작 가고자 하는 회사를 정하는 기준과 그 회사에서의 주 업무는 가지각색이다.
마법사 주문 같은 '네카쿠배라당토' 입성을 꿈꾸며 회사 그 자체가 목표가 되는 이도 있고, 스타트업에서 O to 1, 서비스 기획을 하고자 하는 이도 있다. '네카쿠배라당토'같은 인하우스 기획자가 아닌 에이전시 기획자를 꿈꾸는 이도 있다. 아니면 IT업계라면 판교 입성이 당연하지! 라며 소싯적 여의도, 광화문 라이프를 꿈꾸던 이들처럼 판교러가 되는 그 자체를 바라는 이도 있다. 소싯적이라는 표현을 쓰긴 했지만, 10년 전 새내기 시절 나 또한 광화문 직장인을 꿈꿨다. 광화문에 어떤 기업이 가고 싶다기보다, 그저 사대문 안에 머물고 싶었다. 그 꿈은 현재 사대문 안에 '살고' 싶다로 확장된 상태이다.
다시 본론을 돌아와 나는 어느 쪽에 속할까? 어느 분야에 PM이 되고 싶을까? 어떤 회사에 취업하고 싶을까? 나의 진로이기에 내 생각대로 마음대로 길을 정하면 마음대로 결정할 수 가 없다.
결정을 주저하는 이유는 프로덕트 매니저와 관련된 책과 강의를 찾아보면 볼수록 PM의 길이 어렵게 느껴졌다. 프로그램, 프로덕트, 프로젝트로 나뉘는 P, 그중에 프로덕트 PM이라고 하는데 이 직군이 정말 프로덕트, 상품만 보는 게 맞나? 결국 프로그램, 프로젝트를 다 관리하는 것 같은데..., "그러면 해야 하는 일, 할 줄 알아야 하는 게 많네!"라는 생각 때문에 두려움이 커진 것이기 때문이라는 생각도 든다. 길을 모르니 길을 정할 수 없다고나 할까,
PM에게 요구되는 능력, 역량 중에서 어떤 역량을 가장 먼저 길러야 하는가, 나는 무엇을 잘해야만 PM으로 첫걸음을 내디딜 수 있을까? 쉴 새 없이 튀어나오는 걱정을 멈추기 위한 대안으로 효율을 따지기로 했다. PM이 가져야 할 역량이 10가지라면 그 10가지에서 다 100점을 받으면 좋겠지만, 그건 불가능하다. 학창 시절에도 올100 한 번 받아본 적이 없는 나에게 절대 호락호락하지 않은 채용 시장에서 가능할 리 없다. 그런 꿈을 꾸지도 않는다.
이래저래 평균값을 80을 넘기면 승산이 있는 게임이라고 생각했기에 현재 80점 정도 되는 부분을 120점으로 만드는 전략을 세우기로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빠른 시간에 더 키울, 극대화할 능력을 찾아야만 한다. 내가, 아니 그전에 PM이 어떤 역량을 키워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확인하기 위해 선택한 첫 번째 방법은 책도 강의도 아닌 온라인 속 '채용 공고'를 확인하는 것이다.
원티드에서 경영·비즈니스 → PM·PO / 서비스 기획자 직군을 체크하고, 경력은 '신입~2년'으로 설정한 뒤 검색되어 나오는 채용 공고를 다 읽어 보았다. 그리고 마음에 드는 14개의 공고를 북마크했다.
이것을 공개해도 될랑가 싶지만, 그냥 할란다.
1. 인하우스 PM
인하우스 PM이 좋다기보다. 에이전시 PM이 되기가 싫다. (불호가 강한 타입이라 대체로 싫은 걸 피해 간다..) 에이전시 PM이 싫은 이유는 한 프로덕트(서비스)의 전 과정을 보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나는 그냥 한 곳에 파묻혀서, 그 분야를 질릴 때까지 알고 싶다. 그 서비스가 사용자 경험에 따라 발전해나가는 것을 내 두 눈으로 보고 싶고, 내가 바꾸고 싶다.
2. 경험과의 연결성
청소년기에 대부분은 TV, 라디오와 함께했던 나, 지금도 TV 방송 보는 것을 좋아한다. 아이돌도 참 좋아한다. 요즘 내 세대도 아닌 1세대 아이돌 노래를 찾아보는 재미로 산다. 언제 알고리즘에 안내받았는지 모르겠지만. 요즘 나의 최애 영상은 '베이비복스 무대 교차 편집' 영상이다. 진짜 멋진 언니들이다..., 이걸 편집에서 올린 사람도 진짜 멋진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덕질 이야기를 조금 더 하자면 고등학생 때 등촌동 SBS, 일산 MBC를 꽤나 다녔다. 의정부시에서 고양시는 가깝고도 먼데, 자가용으로 가면 꽤 가깝고, 대중교통으로 가면 그냥 멀다. 나는 그 먼 곳을..., 멀다는 생각을 안 하고 다녔다. 등촌동 SBS도 멀다. 그때는 공개홀 앞에 9호선이 없었다. 등촌동은 대중교통으로도 멀었다. 이렇게 덕질 이야기를 길게 하는 이유는 가장 최근에 원티드 북마크에 담은 곳에 슬로건이 "팬플러스는 함께 덕질하는 재미를 느끼도록 돕고, 팬플러스에서 이루는 것이 하나의 K-POP 팬 문화로 자리 잡는 것을 꿈꾼다."이기 때문이다. 팬마은의 서비스 기획 PM이라니 나의 10대의 추억과 열정이 30대로 연결되는 역사적인 지점이다.
20대의 3분의 1을 한국이 아닌 곳에서 보낸 나의 경험, 여행이라는 취미에 반응한 트래블메이커스의 '호텔에삶_프로덕트매니저(PM)' 채용 공고도 확인할 수 있다.
3. 경력과의 연결성
건축공학이 전공이라 3D 툴 배우기는 했어도 지금 제대로 다루는 게 없지만 그래도 아키드로우의 '프로덕트 관리 및 기획(기획자/PM)' 채용공고를 북마크 한 걸 보면 건축 분야도 나에게 못다 이룬 꿈 같은 것이었나 보다. 한편으로는 그래도 4년이나 배웠던 전공인데 채용 시 우대해주지 않겠냐는 작은 기대도 담겨 있다.
큐리어슬리의 '[에어클래스] 사업 전략 매니저', 그로우코퍼레이션의 컨텐츠 MD, 데이원컴퍼니의 '[패스트캠퍼스] 콘텐츠 상품 기획자'는 직군보다 기업의 형태 때문에 북마크에 담겼다. '교육기관'이라는 공통점이 반응한 이유는 내가 전문 강사가 아님에도 2022년 한 해 동안 강의를 100회, 200시간 정도 했다는 경력 때문이다. 강사라는 분명한 꿈을 꾼 적은 없는데 교육과 관련된 일을 하다 보니 책임감과 교육 분야의 플랫폼에 대한 관심과 서비스에 대해 이해하고 싶어졌다. 그래서 PM이 아니지만 북마크에 담았다.
팬마음과 아키드로우의 주요 업무는 비슷하다. 자사 프로젝트(프로덕트) 기획과 '협업'이라는 단어가 눈에 띈다. 또한 경력자여야 하며 협업,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요구하며 테이터에 익숙한 이를 원한다.
트레이블메이커스의 채용공고 페이지는 두 곳과 다르게 길다. 요구하는 게 많다.
요구하는 게 많아서 당황스럽기도 한데, 어찌 보면 필요한 역량, 조건을 정확히 알려줘서 친절하다고 느껴지기도 한다. 주요 업무에 나왔던 분야가 앞서 언급한 팬마음과 아키드로우에 기재되어 있지는 않지만, 그 기업에서도 진행할 업무라고 보인다. 자격 요건에서 보이는 큰 차이점은 개발 능력을 요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해정도가 아니라 개발 프로젝트를 운영한 경험을 구체적으로 기재해 놓았다. A/B 테스트, 로직 생성, 애자일 이라는 단어는 PM 교육에서도 자주 듣는 단어인데, 이 부분을 염두에 두고 과제를 하거나 포트폴리오 자료를 모아놓으면 좋을 것 같다.
14개의 채용 공고에서 성격, 성향에 대한 언급이 많았는데, 최종으로 뽑은 3곳의 자격요건에는 그 부분이 부각되지 않았다. 굳이 찾자면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일하는 걸 즐기시는 분'이라는 표현뿐이다. 내가 길러야 할 역량, 기술에 대한 언급이 구체적이어서 좋았다. 프로덕트 관리, 커뮤니케이션, 협업, 데이터 기반 등은 반복적으로 나오고 있으며 Slack, Notion, GA, SQL 등 다뤄보거나 잘 다루면 좋을 툴에 대한 정보도 얻을 수 있었다.
아, 한 마디만 더 하자면, 내가 가장 가고 싶었던 기업 두 곳은 채용이 완료되었는지 북마크에서 사라졌다. 어떤 역량을 요구하는지 채용공고 페이지 미리 캡처해놓을 걸, 아쉽다.
1. Slack, Notion과 친해지기
2. 커뮤니케이션, 협업 능력 키우기 + 능력을 표현할 수 있는 경험 만들기
3. A/B테스트, 애자일 등 프로젝트 진행하면서 활용한 테스트, 방법론 기록해놓기 → 결과 분석도 중요하지만, 개인적인 소감 회고도 꼭 하기!
4. 데이터 기반의 사고력 키우기
→ 어떻게 포트폴리오에 잘 드러낼지 '항상' 고민하기 + 고민 과정 기록하고 나누기
PM은 포트폴리오가 필수라길래
해영 brunch.co.kr/@hey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