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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영 May 08. 2023

좋아하는 일을 해야하는 걸 누가 모르나

스티브 잡스의 스탠퍼드 졸업 연설을 보신 적이 있나요? 아니라면 어록, 명언이라는 이름으로 온라인상에 나돌아 다니는 이미지나 텍스트 형태의 정보를 접한 적이 있을 수도 있어요. 수많은 사람에게 영감을 주고 그들의 삶을 변화시킨 덕분에 18년 전의 일이지만 현재까지 유명한 연설 중 하나로 꼽히고 있거든요. (스티브 잡스의 연설, 프레젠테이션 중에 유명하지 않은 게...있겠나 싶지만...,)


“You’ve got to find what you love.”

“여러분이 정말로 좋아하는 일을 찾으세요.”


“일은 여러분 인생의 큰 부분을 차지할 것입니다. 만족스러운 삶을 사는 유일한 방법은 여러분이 위대하다고 믿는 일을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위대한 일을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당신이 하는 일을 사랑하는 것입니다. 아직 찾지 못했다면 포기하지 말고 계속해서 찾으세요. 안주하지 마세요.”


스티브 잡스의 연설은 미국을 넘어 수많은 청년의 마음에 불을 지폈고 한국에 있는 저에게도 닿아 가까운 미래에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게 될 거라는 바람을 키우게 했죠. 그런데 정말, 좋아하는 일이 직업이 되고,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 자아 실현의 유일한 방법일까요? 자아실현의 뜻은 ‘하나의 가능성으로 잠재되어 있던 자아의 본질이 실현되는 것.’이라고 해요. 우리는 ‘가능성으로 잠재되어 있던 자아의 본질’을 ‘일과 업’이라는 하나의 틀에 희망과 바람, 정체성까지 구겨 넣고 있는 건 아닐까요? 


오늘 무소식에서는 근로자의 날을 맞아 ‘자아실현’이란 무엇인지 아니 더 간단하게 ‘좋아하는 일’이란 무엇인지에 대해서 이야기해볼게요.


pixabay

좋아하는 일을 하세요! 라는 말은…,

"넌 커서 뭐가 되고 싶니?"라는 질문, 다들 받아보셨나요? 저는 10대 때도 친구들을 향해 이 말을 자주 뱉는 학생이었어요. 그때는 “없어.”라고 말하는 친구의 답변이 이상했고, 성인이 된 이후에는 이 질문에 명사형 직업으로 답하는 것 자체가 이상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출처가 기억나지 않는 경험 속에 ‘되고 싶은 사람’은 동사형으로 말해야 한다는 글과 말이 쌓였거든요. 코미디언이 아닌 사람들을 기쁘게 해주는 사람, 요리사보다 맛있는 한식을 세계로 전파하는 사람, 하고 싶은 걸 실패하더라도 최대한 해보는 사람 등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많은 경우의 수가 있음에도, 우리는 늘 직업, 직장이라는 틀 안에서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는지 고민하고, 그 직업을 가지는 것, 그 직장을 들어가는 것이 곧 우리의 꿈이 되어버려요.

 

물론, 이왕이면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생계를 위한 충분한 돈을 벌 수 있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죠. 하지만 좋아하는 일을 한다고 자아를 실현한 것도 아니고, 그저 돈벌이를 위한 일을 한다고 해서 실패한 인생이 아니라는 것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해요. 우리는 직업이나 하는 일, 소속된 회사의 이름 등으로 단편적으로 정의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니까요. 개인이 가진 무수히 많은 지위와 역할 중에서 직업이나 하는 일은 나를 설명할 수 있는 수식어 중 하나일 뿐이에요. 진정한 자기실현이란 막연히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이 아니에요. 직업이나 사회적 역할과 같이 나에게 부여된 다양한 역할 너머에 존재하는 자아의 본질을 찾아가는, 마주하는 과정에 더 가까워요. 하나의 역할로만 정체성이 구축될 수는 없으니까요.


'좋아하는 일'에 대한 이야기를 구구절절했는데, 이 글을 읽고 나서 "나는 좋아하는 일이 없는데...,"라고 답하는 이도 있을거라는 걸 아는데요. 이 글은 제가 지금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다거나 자아실현을 하고 있다고 자랑하기 위함이 아니에요. 성인이 된 후 학생 이후에 다양한 역할이 생김으로서  자아의 본질을 마주하는 과정이 잦아진 것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거든요. 저는 그저 그 과정을 나누고 싶은 마음이었어요. 


한 편의 글치고는 길지 않은, 그렇다고 살을 더 붙이기 위해 첫 문장부터 다시 읽어보면 딱히 더할게 없다 느껴지는 적당한 글을 다 쓰고 나니 감정이나 생각을 글로 표현하는 이런 과정도 제가 좋아하는 일 중 하나였구나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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