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마다 자기소개를 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누군가는 성공적인 취업 면접을 위해 단어 하나하나와 안녕하세요부터 마지막 호흡까지의 소요 시간을 계산해 놓은 든든한 자기소개가 있을 것이고, 누군가는 사적인 정보를 전달하기 싫어 "만나서 반갑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라는 인사치레와 이름만 밝히는 간단한 인사를 건네기도 할 것이다.
나는 어느 쪽이냐고? 둘 다 아니다. 20대 후반이 되면서부터는 나를 소개해야 하는 상황에 마주할 때마다 당황하고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먼저 퍼졌다. 평소 젊음이나 스무 살이 부럽다거나 그런 감정을 잘 느끼지 않는데, 이런 상황에서는 어린이들이 생각나곤 했다. 앞에 있는 어른이나 환경에 부끄러워하긴 하지만, 시선과 행동에만 부끄러움이 가득하고 말을 뱉음에 있어서는 고민하지 않고 "안녕하세요. 오늘초등학교 1학년 1반 12번 김동이입니다."라고 인사하는 경우를 많이 봐서 그럴까, '내가 저 아이들의 반만 되더라도 지금 느끼는 당황함과 불편함은 반이 될 텐데….'라는 생각을 꽤 자주 하곤 했다.
요즘 같은 자기 PR의 시대라면 자만심이 아닌 자신감으로 채워진 자기소개 몇 문장 준비해 놓는 것이 나을 거라는 말을 어디서 주워듣고, 간단한 자기소개 문장을 정리해 놓기도 했다. 근데 평소 암기력이 나쁜 편도 아닌데, 그 상황만 되면 똑같은 걱정의 감정이 피어났다.
꼬리를 무는 고민과 걱정을 멈추기 위해 조금 더 다른 생각을 하기로 했다.
"아이들이 자기소개를 망설임 없이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내가 자기소개를 어렵다고 느끼는 본질적인 원인은 무엇일까?"
"나이 들면서 겁이 많아진 걸까?"
수없이 이어진 질문 끝에 내가 찾은 답은,
나는 없었다는 것이다.
이름 석 자 앞에 세울 학교도 회사도 없었다.
소속이 없었다.
20대 후반, 나이가 문제가 아니였다. 그때 나의 상태가 원인이였다. 인사말 다음에 이어져야 할 것처럼 느껴졌던 소속이 없었다는 것이 두려움과 망설임을 키우고 있던 것이다.
그 소속이 뭐라고, 내 이름부터 중요하지도 않은 게 20여 년의 자기소개 경험을 빗대어 보면 내 이름보다 앞에 있던 적이 많았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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