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형의 회사, 유형의 공간 <의기투합자회사> 설립 프로젝트
<의기투합자회사>(이하 의기투합)라는 새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다. 프로젝트 진행을 위한 비용을 지원받고, 수익 창출을 하면 안 되는 공모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과정이기에 사업보다는 활동에 가깝다.
내가 일한 만큼만 돈을 버는 삶을 선택한 이후로 직장인일 때 구경도 못한 기근을 만난 오늘의 내가 돈도 안 되는 이 프로젝트를 시작한 이유는 몇 해 전 느꼈던 개인적인 감정과 경험을 다시 마주하면서부터이다.
2017년 5월에 2년이 넘는 시간 동안 근무했던 쿠웨이트에서 한국으로 돌아왔고, 2018년 6월 호주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받아 다시 한국을 떠났었다.
쿠웨이트에서 일한 만큼까지는 아니더라도 잠시 멈추고 싶었다. 놀고 싶었다기보다 잠시 멈추고 싶었던 마음이 컸다. 그러나 서로가 생각하는 '잠시'의 의미가 달랐기 때문일까, 나의 자격지심이 커져 버린 걸까, 반년 정도가 흐르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정확히 말하자면 적극적인 구직활동을 하지 않는 나에게 향한 불편하고 부담스러운 시선을 견딜 수 없었다. 그래서 다시 또 떠났다. 지인들의 몇몇은 호주로 이민 갈 거냐고 묻기도 했다. 이민 아니고 그냥 가는 거라 말하는 나의 답변에 돈은 쿠웨이트에서 더 많이 벌었을 텐데 왜 다시 해외로 나가냐며 경력 끊어지지 않게 취업하라는 말도하곤 했다. 그러나 나는 듣지 않았다. 진짜 멈추고 싶었다. 근데 우리나라에서, 한국에서 아무것도 안 하고 있기에 너무 불편하고 불안한 곳이었다. 그렇게 떠났었다.
이때는 이게 나의 개인적인 문제인 줄만 알았다. 그때는 내 주위에서, 친구 중에서 나만 이랬으니까..., 평범보다는 이상 또는 유별로 비치던 20대의 나는 온전히 혼자 있기 위해 도피를 선택했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162989
평소 사회 문제에 그리 큰 관심을 두고 있는 사람은 아니라, 바꿔야 해!라며 투쟁 의식이 샘솟는 편은 아니지만 '이건 내 일이다' 싶었다. 66만 명을 위한 일은 아니었다. 그저 이제라도 지난날의 나에게 작은 안식처를 만들어 주고 싶었다. 그렇게 <의기투합>이라는 이름으로 기획서를 썼다.
돈도 안 되는 일을 하기로 한 이유는 바로 내가 나를 위로하기 위해.
그게 돈보다 더 중요한 일이니까.
회사에 다니지 않는 상태로 머무를 수 있는 도피처 같은 곳, 유형의 공간, 장소가 필요했다. 그때의 나에게는 그런 곳이 워킹홀리데이 비자가 바로 나오는 호주였다. 또한 회사는 싫지만, 최소한의 고정된 루틴, 규칙도 필요했다. 내가 필요로 하는 것들을 다 적고 나니 회사 밖 회사라는 이상하지만, 이해되는 문장이 만들어졌다.
회사라는 컨셉을 시작으로, 마음이나 뜻이 맞는 사람들을 모으기 위한 의지를 담아 '의기투합'에 '합자회사'를 결합했다. 이름을 짓고 난 후 슬로건을 정하는 일도 그리 어렵지 않았다.
"코워킹 이전에 코레스팅, 함께 쉬기! 잠시 멈추기를 지향하며 모두 자기만의 방식으로 자유롭게 살며 '눈치 보지 않고' 멈춰갈 수 있는 곳, 의기투합자회사 "
대게 스타트업이 사용하는 단어인 co-working이 아닌 co-resting를 사용하기로 했다. 평소 자주 사용하지도, 타인이 말하거나 쓰는 것을 본 적 없는 조합이지만, rest, resting에 의미가 나에게, 의기투합에 너무나도 필요했다.
resting
형용사
1 휴식[정지]하고 있는
2 [생물] 휴면하고 있는, <세포 등이> 증식하지 않고 있는
요즘 우리는 '쉼'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잘 쉬어야 학업, 업무의 능률이 오른다는 것을 알고 있다. 알고 있지만, 어떻게 쉬는지 모른다. 쉴 때도 '잘' 쉬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잘 쉬지 못하고 있다. 쉬어봤어야 알지, 쉬는 방법을 알려줬어야 알지. 누구 하나 제대로 알려준 적 없다. 우리는 그저 "그냥 쉬었어요."라고 답할 뿐,
코워킹 이전에 코레스팅, 함께 쉬기! 잠시 멈추기를 지향하며 모두 자기만의 방식으로 자유롭게 살며 '눈치 보지 않고' 멈춰갈 수 있는 곳 <의기투합자회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