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중고 12년의 교육과정을 거쳐 아이들이 궁극적으로 도달하려는 목적지는 '좋은 대학 입학'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대학입시를 시작하는 나이도 점점 낮아지고 있죠.
대학을 나오는 경우와 그렇지 못한 경우, 그리고 대학도 좋은 대학이냐 그렇지 않은 대학이냐에 따라 차이를 가져오는 게 현실이다 보니, 이왕이면 좋은 대학에 보내려는 마음에 입시경쟁 속으로 아이의 등을 떠밀 게 됩니다. 그런 부모의 마음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제가 걱정하는 것은 대학입시의 기본 속성입니다. 바로 '경쟁'이죠.
'대학입시'라는 현실은 과정이야 어떻든 결과적으로 남들을 누르고 올라서야만 의미가 있습니다.정해진 시간 안에이미 암기하고 이해한 정답을빨리 찾는 훈련을 반복하는 게 중요해집니다.
대한민국의 입시교육
AI는 방대한 자료를 분석하고 원하는 정보를 매우 빠르게 찾아주는 혹은 가공하여 보여주는 전자계산기입니다. 우리 아이들은 이런 AI가 일상생활에 깊숙하고 자연스럽게 자리 잡는 시대를 살 것입니다. 인류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세상이죠.
전문가들은 AI 시대에 우리 아이들에게 필요한 덕목으로 몇 가지를 꼽습니다. 비판적 사고(Critical Thinking), 공감과 감정이입(Empathy), 창의성(Creativity), 전략적 사고(Strategic Thinking) 등이죠. 모두 인간의 고유한 능력들이며, '로빈슨 크루소'처럼 무인도에 혼자 있는 경우엔 그다지 쓸모는 없어 보입니다. 인간이 인간과 함께하면서 부디 낄 때 비로소 의미 있는 능력들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대학입시의 기본 속성은 '경쟁'이라고 했죠? 다른 누군가를 앞서야 하는 경쟁 속에서는 친구도 공감과 배려보다는 경쟁의 대상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호기심과 궁금함을 해결하는 과정은 질문과 토론을 거쳐 유연한 사고와 창의성으로 이어지기 마련인데, 마찬가지로 경쟁 속에서는 그런 시간은 사치나 다름없습니다. 획일적인 정보를 주워 담는 게 급선무입니다.
AI시대를 살아갈 우리 아이들
대한민국에서 초중고를 다니게 될 딸아이는 입시경쟁에서 한 발짝 벗어나게 하고 싶었습니다. 경쟁에서 벗어나 딸아이만의 색깔을 찾아 가꿔나가길 바랐습니다. 그래서 틀에 박힌 생각이 아니라 유연한 사고를 하게 되기를 바란 것이죠.
이런 '희망'을 말하면,'이상주의자'로 취급받기 일쑤였습니다. 딸아이가 어리다 보니 아직 세상물정을 모른다는 소리도 들어야 했죠. 만두네 안에서 조용히 고민하고 실천해야 했습니다.
그동안 딸아이가 스스로 자신의 색깔을 찾아가도록 기다려 줬습니다. 따라다니며 위험한 곳으로 가지는 않을지 지켜보는 역할 정도였습니다. 즉각적으로 결과가 나타나는 것도 아니었고 '이렇게 하는 게 의미가 있을까?' '내가 정말 세상물정 모르나?' 하는 반문을 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제 책에서 소개했던 '옆동우서'를 실천하며 딸아이가 스스로 시행착오하는 것을 기다려 줬습니다.
올해 딸아이 만두는 초등 6학년이 됩니다. 만두는 여전히 한국어든 영어든 가리지 않고 다양한 책을 읽습니다. 그렇게 얻은 생각을 글로 쓰고 토론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그리고 친구들을 배려할 줄 알고 리더십도 보여줍니다. 운동도 좋아하고 아직도 하고 싶은 게 많습니다.
만두의 성장과 변화를 글로 소개하는 건 어려워졌습니다. 복잡해졌거든요.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엄마와 아빠가 '대학입시'라는 개념을 머릿속에서 지운 채 아이만 바라봤을 뿐이지만, 앞서 전문가들이 꼽은 AI 시대의 덕목을 딸아이는 하나하나 키워 나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저의 생각과 경험에 공감하는 부모님들을 찾고 있습니다. 자녀가 어리다면 더욱 환영하고요. 올해도 강연 요청을 받으면 마다하지 않고 달려가려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