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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민성 Jan 24. 2023

정원 관리

#1

외국어를 배울 때와 마찬가지로 정원의 언어를 배우려면 우선 지켜보는 법을 배워야 한단다.


정원이 움직이는 속도와 사람이 생각하는 속도는 달라서 네가 생각하는 대로만 움직이고 기대한다면 정원을 이해하는 시간은 점점 뒤로 밀리는 거야.


처음부터 운이 좋아 정원과 리듬이 맞는 사람도 종종 있지. 어떻게 보면 재능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점점 예상치 못한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하면 오히려 처음부터 이해하려고 노력했던 사람보다 나중에 더 큰 수업료를 내가며 그동안신경 쓰지 않았던 부분들을 되짚어야 하는 경우도 생겨.


네가 매일매일 열심히 정원을 손질하고 가꾸는 것과는 별개로 정원에 살고 있는 생물들은 자신들이 해야 할 일을 하고 있지.


지렁이는 흙을 부풀리고, 땅이 부드러워진 만큼 작은 생물들이 편하게 자리를 잡고, 많은 생물들이 살아가고 또 죽어가고, 그 과정에서 나오는 것들을 흙으로 되돌리고 식물에게 전달하는 생물들이 생기고, 식물들은 물을 통해 자신을 키우고 또 흙으로 되돌리고, 이렇게 계속 돌아가며 커나가는 정원이 눈으로도 볼 수 있을 정도로 바뀌는 시간은 사람의 기준처럼 며칠에 한번, 하루에 한 번 이런 식으로 정해져 있진 않아.


정원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대개 컵에 물이 한 방울씩 떨어질 때 넘칠 듯 말 듯 하다가 어느 순간 갑자기 조르륵 흘러내리는 것처럼 갑자기 벌어지는 일들이 많단다.


내가 이렇게 하면 이런 결과가 나온다, 이런 식으로 생각하는 건 당장 눈앞에서 결과물이 바로 나오길 바라는 욕심에 가깝지 않을까. 울타리를 세우거나 길을 새로 만드는 건 당연히 그렇게 해야겠지만 정원이라는 생태계 안에서 사람의 비중은 조금 냉정하게 말하면 그냥 큰 동물이지.


사람들은 정원을 자기가 통제하고 싶어 하지만 그러려면 정원의 생물들이 알아듣는 언어로 말해야 한단다. 알아듣지 못하는 말로 아무리 시끄럽게 떠들어도 결국에는 알아듣지 못하는 말일뿐이야.


정원을 관리한다는 것이 정원에 살고 있는 모든 것들과 친해지는 것이라고 한다면 배우는 시간이 조금 필요할 거야. 네가 앞서서 무언가를 하기보다는 잠시 지켜보고 이야기를 듣는 시간이 필요하지.


결국 같은 결정을 내린다 해도 많은 것들이 달라질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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