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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민성 Jan 29. 2023

정원의 재료

#2

정원을 어떻게 꾸미고 싶다는 욕심은 스쳐가듯 봤던 어느 잡지 사진이라던가 영화에서 봤던 동화 같은 풍경처럼 마음속 낙원을 먹고 자라겠지. 사람이 갖고 싶어 하는 것들이 다 비슷하지 않겠니.


매체에서 봤던 정원의 모습을 현실에서 구현하는 건 대부분 가능하단다. 경우에 따라 손이 조금 더 가거나 시간이 걸릴 수는 있겠지만 만약 실제로 존재하는 재료들로 만들어진 정원이라면 만들 수 있어. 기술적인 지식만 갖춰져 있다면 구현하는 자체에는 문제가 없단다.


하지만 간과하기 쉬운 게 하나 있지. 정원이라는 문화는 보통 이상향을 모티브로 두고 있지만 그게 생활에서 뻗어져 나간 이상향이라는 거야.


쉽게 얘기해서 잡지에서 봤던 정원은 겉모습이지만 정말로 그 정원을 만들고 유지하는 건 가드너가 이때까지 살아오고 겪어온 문화, 경험, 라이프 스타일, 가치관 등의 내적인 재료들이야.


정원에 심어진 꽃, 채소, 나무들이 계속 가꾸어지려면 가드너에게 그럴 수 있는 이유가 있어야 돼. 그 이유가 쉬이 사라지는 이유라면 정원의 디자인이나 심어진 식물들 역시 힘을 잃겠지.


막상 정원을 다 만들었다고 생각하고 난 후에 시간이 지나다 보면 계속 유지되는 부분이 있고 그렇지 않은 부분이 있어.


어떤 꽃은 아무리 까다로워도 계속 관리하고 있고, 어떤 꽃은 신경 쓰지 않게 되고, 만들어 놓은 길이 아니라 자꾸 다른 쪽으로 가로질러 가게 되고, 이렇게 찾아오는 변화를 하나씩 천천히 따라가다 보면 처음이랑 많이 다를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이상한 기분도 아닐 거야.


변덕이랑은 좀 다르지. 생각은 하루에도 수십 번 바뀔 수 있지만 정원에 닿는 손길과 남기는 발자국은 굉장히 정직해. 방향을 잡을 땐 쉽게 변하지 않는 걸 기준으로 잡는 거란다.


정원은 '만든다' 보다는 '만들어진다'에 더 가까운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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