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와 가드닝을 나누는 기준들은 많은데 그중 하나가 자갈을 쓰냐 안 쓰냐의 차이야.
사람들은 보통 자갈이 섞인 흙보다는 부드러운 흙을 고집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건 옛날부터 농사를 지어오던 문화 때문일 거야. 흙에 자갈이 섞여있으면 농기구를 쓸 때마다 날에 걸려서 힘들어지거든.
하지만 정원은 매일 농기구를 댈 일도 없을뿐더러 입자가 고운 흙으로만 정원을 채운다면 물이나 공기가 빠져나갈 길이 줄어들지. 그런 흙의 가장 끝이 진흙이라고 생각하면 된단다.
동물마다 원하는 집의 크기나 모양이 다른 것처럼 땅 속의 작은 생물들도 각자 원하는 공간이 다양해. 어떤 생물들은 햇빛이 가까이 비치는 곳을 좋아하기도 하고 어떤 생물들은 아주 어둡고 축축한 곳을 좋아하기도 한단다.
어떤 생물은 나뭇잎을 갉아먹고, 어떤 생물은 바위를 녹이고, 이산화탄소를 뱉는가 하면 질소를 만들기도 하며 정원에 필요한 다양한 역할들을 하게 되지. 그렇게 만들어주려면 부드러운 흙만큼이나 크기가 제각각인 자갈들을 흙에 섞어줘야 다양한 생물들이 살 수 있단다.
종종 소나무나 바나나의 경우처럼 어떤 식물이 멸종할 수도 있는 치명적인 병이 생기기도 하는데 생태계가 다양하면 포식자 균이 위험을 지켜주기도 하고 최악의 경우엔 몇몇 식물들만 잃고 마는 정도로 끝낼 수도 있지.
자연에서 벌어지는 큰일들은 대부분 그렇게 작은 일에서부터 시작되고 해결된단다.
자갈 몇 개 안 넣었다고 정원에 정말 큰일이야 생기겠냐마는 그런 작은 결정들이 쌓이고 쌓여서 결과적으로 정원 전체가 만들어진다고 생각한다면 속는 셈 치고서라도 넣어보는 게 어떻겠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