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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 nudge 이넛지 Sep 13. 2023

미술, 재테크가 될까요?

취향과 투자는 구분할 것

미술 전시마다 매진행렬

지난 주말 아이와 함께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전시 중인 <영국 내셔널갤러리 명화전>을 관람했다. 마침 당일 관람 표가 있었고, 매진 행렬인 전시가 궁금해서 나 역시 그 대열에 끼었다. 오디오 가이드는 친절하게 작품 해설을 해주었지만, 전문 도슨트만큼 귀에 착 달라붙지는 않았고 아이는 1시간쯤 나가자고 성화였다.



마침 코엑스에서도 키아프-프리즈 행사가 열리고 있었던 차였다. 미술전시도 아트페어도 모두 인산인해를 이루는 것을 보니 언제부터 미술에 이렇게 관심이 많은가 싶었다. 그런데 데이터는 말해주고 있다. 문화체육부가 발표한 2022년 국내 미술시장 매출 규모는 최초로 1조원을 넘어섰다. 아트바젤과 UBS의 '아트마켓 2023'에 따르면 한국은 2022년 글로벌 매출 순위 9위를 기록하며 일본 뒤를 바짝 쫓고 있다.


미술 투자 역시 높은 관심

미술 시장에 높아진 관심만큼 투자 역시 성행이다. 미술작품을 사서 수집하는 것 뿐 아니라, 투자 그 자체를 즐기는 일반인들의 소액투자가 이어졌다. 커머스처럼 만원단위의 소액투자가 가능하다보니 유명한 피카소나 뱅크시 작품을 몇 만원에 투자하는 사업은 성행하기에 이르렀다. 전부를 다 소유하지 않더라도, 단 일부만 소유해도 재테크가 가능한 미술품 플랫폼 사업자는 늘어났고, 금융당국은 투자자 보호를 이유로 이러한 사업자를 제재 대상으로 간주했다.  


결국 작년 11월 미술품 조각투자플랫폼에서 판매하는 투자에 대하여 "투자계약증권"이라는 신종증권 카테고리로 인정하면서, 투자자 보호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공했다. 그리고 올해 8월1일 신종증권 발행이 가시화되었음을 알렸다. 아마도 빠르면 10월쯤 시장에 미술품에 투자하는 신종증권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


컬렉팅 대신 투자

미술 컬렉팅은 원래 돈 많은 이들의 리그였다. 그런데 어쩌다 일반인들은 컬렉팅이 아닌 미술투자에 관심을 갖게 된 걸까? 소액투자가 그 불씨를 당긴 것일까? 미술품을 컬렉팅하는 것은 어렵지만, 소액투자는 쉽게 접근할 수 있어서일까?


취향을 이유로 미술 전시를 관람하는 것과 미술 투자를 하는 것은 사실 전혀 다른 일이다. 취미로 그림을 그리는 것과 '업'으로 그림을 그려서 먹고 사는 일 만큼이나. 물론 이 둘을 함께 하는 취향 경제 시대라고 하지만, 그렇다고 미술품이 필수품이 되는 것은 아니다. 어쩌면 우리가 기대하는 것은 미술 투기 시장인지도 모르겠다.     



미술 투자에 앞서 알아야할 점

돈이 되는 미술 투자를 하고 싶다면, 투자 기간을 생각해야 한다. 1년 이내 차익을 목적으로 투자를 한다면, 다른 재테크 수단을 찾아야 한다. 미술품은 원래 유동성을 갖는 투자수단이 아니다. 흔히 가격, 인지도, 미술사적으로 인정받아 수익성 및 안정성이 높은 작품을 블루칩 작품이라 한다. 이러한 작품은 경매 기록이 많고 그동안의 가격 추이가 우상향을 보여주기 때문에, 작품을 묵히기만 하면 언젠가 돈이 될 것이라 생각하기 쉽다. 그런데 여기서 간과하는 것이 유동성이다. 고가의 블루칩 작품이 1년에도 수십번 거래 된다면, 투자 시장이 아닌 투기 시장이다.


내가 미술품을 투자의 대상로 바라보는지, 투기의 대상으로 기대하는지는 내가 기대하는 투자기간이 말해준다. 미국 미술품 조각투자플랫폼으로 유명한 마스터웍스의 증권신고서를 살펴보면 미술품에 투자하는 "위험"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명시되어 있다.


매각은 예측할 수 없다

"당사는 작품을 무기한 보유할 계획입니다. 단, 작품은 제공 이후 영구적으로 판매 가능하며 작품을 획득하기 위한 합리적인 제3자 제안을 평가할 것입니다. 또한, 특정 사건이 발생하면 당사는 작품을 판매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클래스 A 주식에 투자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은 작품 판매 시기를 예측할 수 없고 현금 분배에 사용할 수 있는 자금이 예측 불가능하다는 것입니다. 경우에는 수년이 소요되며, 제안 완료 후 언제든지 현금 분배를 받을 수 있는 반대 가능성도 있습니다."


작품의 가치는 주관적이다

"미술품과 같은 비현금창출 자산의 경우, 가치평가는 유사한 미술품의 판매 내역 분석에 크게 의존합니다. 전문가들은 비교 가능한 과거 매출과 비교 가능성의 정도에 대해 종종 의견이 다릅니다. 과거 판매 데이터에서 가치를 식별하려는 시도는 다음을 포함하되 이에 국한되지 않는 다양한 이유로 매우 어렵습니다."


상품의 속성은 변하지 않는다

이는 증권신고서에 열거된 수많은 위험 중 일부일 뿐이다. 그러나 미술품의 특성을 고스란히 잘 드러내고 있다. 미술품은 생활 필수품이 아니다. 최선을 다하여 매각한다고 매매할 수 있는 상품이 아니다. 경기의 영향도 받지만, 기타 주관적인 영향도 매우 많이 받는 상품 속성을 지니고 있다.  


투자에 대한 기대수준은 다르다

만약 미술 투자는 돈이 된다는 전제를 바탕으로 투자에 임하고 있다면, 오랜 투자기간과 미술품은 주관적이라는 기본 속성 역시 인지해야 한다. 미술품이 재테크 수단에 적합한지 여부는 그 다음 일이다. 사람마다 재테크에 대한 기대수준은 다르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수익률을 기준으로, 누군가는 환금성을 고려하며 투자 한다. 물론 단순히 좋아서 투자할 수도 있다. 단지 분명한 것은, 나는 무엇을 기준으로 투자하는지 스스로 알아야 한다는 점이다.


   

나는 얼마나 알고 있는가

투자(投資)
1. 이익을 얻기 위하여 어떤 일이나 사업에 자본을 대거나 시간이나 정성을 쏟음
2. 이익을 얻기 위하여 주권, 채권 따위를 구입하는데 자금을 돌리는 일


투자는 기본적으로 기대수익을 바라는 행위이다. 누구나 참여 가능해서, 몰라도 가능해서, 왜 그러한 결정을 했는지도 모르고 투자를 한다면 '묻지마 투자'가 되어버린다. 투자할 때에는 자신이 왜 그러한 결정을 했는지 알아야 한다. 그것이 투자하는 이의 최소한의 자세가 아닐까 싶다. 


시장에 다양한 투자자산이 선보여진다고 해서, 나의 투자 포트폴리오에 모두 담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마트에 쇼핑하러 가서 장바구니에 마구 담았다가, 막상 냉장고에 넣고 묵히는 아이템이 얼마나 많은가.


투자 역시 그렇다. 투자자산이 다양해지는 만큼, 내가 투자 기준으로 삼는 것은 무엇인지, 기대하는 바는 무엇인지 분명히 알아야 한다. 미술품도 예외는 아니다. 좋아한다면 더욱. 


튤립은 더 이상 꽃이 아니라 그저 투자 대상일 뿐이었다. 시장에는 계속해서 신품종의 종자가 나왔으며, 그 결과 위험한 상황이 벌어졌다. 무가치한 것이 계속 인플레이션이 되어 비싸졌던 것이다. 이것은 항상 폭락의 전조였다. 상승하는 시세에 눈이 먼 소액 투자자들은 계속 주식 게임에 빠져 들어 갔다. 가격은 가치 상승의 결과로 오르는 것이 아니라 무책임하게 난무하는 선전 덕택에 오르고 있었다.
(p.192, 코스톨라니, <돈, 뜨겁게 사랑하고 차갑게 다루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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