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불러온 사회 변화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사회적 거리두기, 재택근무, 자가격리 등으로 집에 있는 시간도 덩달아 길어지고 있다. 코로나 19가 등장하기 전과 비교해 여러 부분에서 우리의 일상이 달라졌다. 대면 접촉뿐만 아니라 같은 장소에 있는 것만으로도 감염되는 사례가 왕왕 발생하면서 사람 간의 만남이나 모임을 최대한 줄이고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서 머무르기 시작했다.
9000조 원 규모의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CEO인 래리 핑크는 "코로나 이전과 이후의 사회 모습은 판이하게 다를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았다. 투자뿐만 아니라 산업과 소비 형태 등 사회 전반의 변화를 예고한 것이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의도하진 않았겠지만, 바이러스로 인해 우리가 상상하던 미래의 세계에 한발 더 가까워지고 있다. 전 세계 사람들이 집에서 오랜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는 현재 상황상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사회로 신속하게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 과학의 날과 같은 행사 때 변화된 미래 모습을 그려보면 '재택근무'라는 키워드가 빠지지 않았다. 머지않은 미래에 많은 사람들이 집에서 일하게 될 것이라 상상했는데, 어른이 된 지금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여전히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월화수목금 출근하고 퇴근한다. 하지만, 코로나 19의 등장과 함께 재택근무는 2020년 현실이 되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국내에서 한창 기세를 펼치던 2월, 많은 기업들이 재택근무를 적극 도입해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에 동참했다. 서로 같은 공간에 있지 않아도 메신저나 이메일, 영상 통화로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재택근무가 가능한 것이다. 사실 Zoom과 같은 기술은 이미 오래전부터 존재했지만, 사무실에서 모여 일했기 때문에 지금처럼 수요가 많지는 않았다. 영상 통화로 미팅을 진행한 덕분에 시간을 잡아먹는 불필요한 말이 줄고 커뮤니케이션은 더욱 명쾌해졌다. 한편으로는 기계를 통한 소통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이와 같은 변화에 적응하기 어려워하기도 한다.
코로나 19가 지난 후에도 재택근무가 하나의 근무 형태로 정착된다면 도심에서 발생하는 교통 체증, 수도권을 중심으로 형성된 높은 집값 문제도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한국정보화진흥원의 연구에 따르면 스마트 워크 시행 시 1인당 연간 354만 원의 경제적 효과가 있다고 한다. 어디서 일하든 상관이 없으니 집을 얻거나 교통수단 이용에 드는 비용을 상당히 절감할 수 있을 것이다. 인터넷만 있다면 지구 반대편에서도 일할 수 있는 디지털 노마드도 하나의 선택권이 될 수 있다.
학교에서도 비대면 교육 온라인 러닝을 실행 중이다. 대학가에서는 3월부터 온라인 강의를 실행 중이며, 4월 9일부터는 초중고등학교가 온라인으로 개학했다. 사상 처음으로 시도되는 온라인 개학이 아직은 낯설고 시스템이 자리 잡기까지 시간이 걸리겠지만, 교육 분야에서도 디지털 혁신을 앞당기는 계기가 될 것이다.
세계 어느 나라를 가도 한국만큼 신속하고 정확한 택배 문화를 찾아보기 힘들다. 탄탄한 배송망 덕분에 온라인으로 주문한 물건이 24시간도 안되어 집 앞에 안전하게 도착하는 문명의 이기를 누리고 있다. 이는 다른 나라에서 일어난 사재기 현상이 우리나라에는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집 앞 마트를 가는 것조차 두려운 사람들에게 비대면으로 이루어지는 온라인 주문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코로나 사태는 소비자들의 온라인 구매 수요를 크게 늘렸다. 올해 2월 온라인 비중이 전체 소매판매액 중에서 27.7%를 차지하며 전년 대비 7.1% 포인트 증가했으며, 집계 이래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나 농·축·수산물이나 음식서비스, 음·식료품, 생활용품 등에서 온라인 주문량이 늘었다고 한다. (관련 기사) 온라인 주문은 우리의 일상에 이미 있었지만 이처럼 수요가 단기간에 큰 폭으로 증가한 경우는 과거에 없었다.
많은 자영업자들이 고객이 줄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이 와중에도 배달을 통한 매출은 느는 양상이다. CU와 GS 25를 비롯한 편의점에서는 배달을 통한 매출이 증가하면서 관련 서비스를 더욱 늘리고 있으며, 배달의 민족과 같은 음식 배달 서비스도 지난 2월 주문량과 입점 문의가 늘었다고 한다.
바이러스 검사를 위해 쓰이던 드라이브 스루 방식이 음식점에도 적용되기 시작했다. 물론 맥도널드나 스타벅스 같은 글로벌 식음료 기업이 먼저 썼던 방식이긴 하지만, 현재는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활어회 판매에 드라이브 스루 방식을 도입하여 인기를 끌고 있다. 이와 같은 비대면 서비스가 확대되면서 사람 간 접촉을 통한 거래는 더욱 줄어들 것이고, 이에 따라 핀테크나 디지털 화폐 같은 결제 통화 및 결제 플랫폼 서비스도 주목을 받게 될 것이라 짐작해볼 수 있다.
집에 있다 보면 밖에 있을 때보다 TV나 유튜브, 넷플릭스를 더 자주 보게 된다. 국내 넷플릭스 사용자는 지난 2월 대비 22% 증가한 463만 명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고, 총 사용 시간도 2월 대비 34% 증가하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유튜브 역시 총 사용 시간이 16% 증가했다고 한다. (관련 기사) 유튜브를 소유한 구글에서는 세계적으로 높아진 서비스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전 세계의 유튜브 동영상 화질을 표준화질(SD)로 하향 설정하여 제공함으로써 과부하를 방지하는 조치를 취했다.
훌륭한 방역 체제와 의료진의 노고, 관련 당국의 노력으로 다행히 국내 확진자 수는 점차 감소하는 추세다. 한편으로는 집에 있는 동안 달고나 커피나 맛있는 요리를 직접 해 먹으며 '확 찐 자'가 증가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또, 재택근무를 하면서 출퇴근 시간이 사라지다 보니 시간적 여유와 함께 몸의 피로가 덜하고, 집에만 있으니 몸을 많이 움직이지 않아 뻐근한 느낌도 들기 시작한다. 그렇게 홈트레이닝에 발을 내딛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홈트레이닝은 유튜브를 통해 쉽게 운동 방법을 접할 수 있고 남들의 시선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따라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에 따라 홈트레이닝 관련 상품의 매출도 늘었다고 전해진다. G마켓은 3월과 4월 사이 홈트레이닝 상품이 전년 동기 대비 약 30% 증가했다며, 싯업 벤치, 아령, 케틀벨, 덤벨 등 중량 운동 선호도가 크게 늘었다고 밝혔다. 11번가는 워킹머신, 스테퍼 등 운동 기구가 지난 두 달간 50% 이상 매출이 증가했다. (관련 기사)
콘텐츠를 보고 즐기고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집에 있어도 시간을 무료하지 않게 보낼 수 있게 되었다. 특히 접근성이 쉽고 집에서 혼자 하는 경향이 강한 시청각 콘텐츠는 우리가 집에 머무는 동안 지속적인 인기를 끌 것으로 보인다.
우리의 일상은 비대면으로 전환되고 있다. 바이러스로 인해 그 전과는 다른 세상에 살고 있는 인류에게 던져진 질문이 있다. 과연 코로나가 만든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사회가 계속 유지될 것인가 하는 의문이다. 지금처럼 재택근무, 온라인 강의, 온라인 주문 등의 문화가 굳건히 자리 잡는다면, 과거에 우리가 상상하던 미래 세계가 좀 더 일찍 현실로 이루어지지 않을까.
바이러스 사태 전에도 참고할 만한 좋은 사례는 있었다. 인비전(Invision)과 같은 글로벌 기업은 설립 초기부터 모든 구성원의 재택근무를 도입하고도 성공을 거뒀다. 디자인 툴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인비전은 미국, 이스라엘, 호주 등 전 세계 700여 명의 직원이 100% 재택근무 형태로 일하고 있다. 창업자 클락 발버그(Clark Valberg)는 인비전이 소프트웨어 회사로서 다달이 비싼 사무실 임대료로 돈을 낭비하기보다는 제품 개발과 업무 효율화에 투자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해 이러한 결정을 내린 것이다. 소프트웨어 기업 특성상 노트북만 있으면 어디서든 일할 수 있다는 장점을 십분 활용했다. (자세한 내용)
온라인 강의도 코로나 전부터 이미 많이 있었지만, 코로나를 계기로 학교를 중심으로 교육 형태가 변화할 것이라고 전망된다. 그동안 학교에서는 대면 수업이 항상 중심이 되었고 온라인 수업은 다소 부차적인 것으로 여겨졌다. 이번 코로나 사태를 경험하며 학교가 온라인 교육의 효용성을 판단할 수 있는 좋은 시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비대면 전환은 산업 전반에서 가속도를 낼 것이다. 비대면 방식의 상품 및 서비스 거래는 일자리를 없애거나 만들어 낸다. 온라인을 통한 거래가 늘어 IT나 물류 업종 일자리가 늘어나고, 사람과의 접촉이 필요한 서비스 업종에서 일자리 감소 현상이 예상보다 빠르게 찾아올 수 있다. 단순 노동직와 지식 기술직의 일자리 증감 격차가 더 빠른 속도로 진행된다면, 이를 대비하지 못한 채 일자리를 잃은 이들의 일상이 무너질 수 있어 염려된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전 세계로 확산된 만큼 이번 이슈는 우리나라에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전례 없는 상황을 겪었던 다수의 지구촌 사람들이 앞으로의 삶은 물론, 포스트 코로나(Post-Corona) 시대에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어떻게, 어느 정도로 받아들여야 할 지에 대해 고민해볼 중요한 순간에 와있다. 미래를 정확히 예측할 수는 없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지도자의 결정이 국가와 조직의 명운을 결정할 정도로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많은 사람들이 깨닫고 있기 때문에 신중하고 전략적인 태도로 접근할 것이라는 점은 확신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