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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담 Jan 19. 2024

엄마가 되고 엄마를 더 이해하지 못하는 나

T부모 아래 상처받는 모든 F자녀들이여 힘내길

20년 정도 일찍 MBTI가 유행했더라면, 내 부모를 이해하고 자식을 이해하는 것이 조금 더 수월했을까. 이성적인 T성향의 부모 아래 감성적인 F성향을 가진 난, 늘 부모에게 왜 내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는지, 왜 날 위로해주지 않는지, 왜 따뜻한 말 한마디 해주지 않는지 늘 울부짖었다.


이제야 이해는 한다.

나의 감정 섞인 울음은 그들에게이해할 수 없는 행동 중 하나였, 위로하고 격려하는 방법은 현실적인 조언들과 방법과 결론을 제시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을..

결국 상처는 감정적인 위로가 필요했던 F성향을 가진 딸인 나 혼자만의 것이었다.


상처받고 너덜너덜 해졌어도 나 또한 엄마가 되었다, 엄마가 되면 엄마 이해하는 게 될 줄 알았다. 하지만 아이를 품에 안았던 그 순간부터 10살이 된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엄마가 이해가 되었던 적이 없었다. 나라면 그렇게 하지 않았을 텐데, 난 아이에게 그런 엄마는 되지 않아야지 하는 생각뿐이었다.


그 생각을 오늘도 또 다짐했다.


나도 동생도 4년제 조리과를 졸업했다.

늦은 저녁 준비를 하면서 엄마는 사 오신 낙지 손질을 동생에게 맡겨두고 전화 통화를 하고 오시더니 낙지볶음 이야기를 하시길래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 다음에 해 먹자는 나의 말에 "조리과 나와 놓고 그것도 못해?" 여러 번 들은 이 멘트에 순간 욱한 마음이 들어 조리과 나왔다고 다 요리 잘하는 것도 아니고 졸업한 지가 언젠데 그 이야기를 하냐며 발끈한 나에게 말투를 가지고 지적이 시작되었다. 농담도 못하냐, 농담은 농담으로 받아 드려야지 왜 나를 혼내냐, 무서워서 농담을 하겠니, 너는 무슨 말만 하면....


"요리 못한다고 하면 조리과 나와 가지고는 그것도  못하냐고 한 게 한두 번이야?"


옛날에 상고 출신이 계산도 못하니~ 하는 농담이랑 비슷한 뉘앙스라며 나를 농담 하나 농담으로 받아 주지 않는 야박한 사람인처럼 몰아세우기 시작하셨다.


"나는 그런 농담 안 좋아해. 남을 깎아내리는 농담. 그리고 난 딸이잖아?"


싫으면 싫다고 말을 하지 다음부터 안 그런다며 진심 없는 비아냥 속에서 난 그저 한숨만 내쉬었고 퇴근한 아빠에게 딸에게 혼났다며 하소연을 하는 소리에 난 또다시 다짐을 한다.


엄마 같은 엄만 안되야지.


자식의 모든 면이 성에 차진 않겠지만, 자식 앞에서 자식을 흉보지 않고, 자식에게 무한 칭찬은 남기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깎아내리진 않겠다고, 처음 품에 안기던 그날 부디 건강만 해라 빌었던 그 순간을 절대 잊지 않아야겠다고...


"MBTI는 과학이다"라는 말로 명분 삼으며 T성향의 부모를 이해하려 노력하지만 사실 mbti는 mbti일 뿐.. 깊어진 감정의 골을 해결하기엔 턱 없이 부족한 그저 많은 성격 테스트 중 하나일 뿐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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