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에세이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파란 다람쥐 Jul 08. 2023

꼰대가 돼 가고 있는 나.

한국 나이로 42세. 최근 내가 꼰대가 됐음을 절실히 느끼는 중이다. 내 주장이 먹히지 않는 상대에게 말보다 화부터 내는 경우가 부쩍 늘었기 때문이다. 


그냥 좀 해!!

현재 회사 전략 부서에서 일하고 있다. 주요 업무는 직장인들이 가장 기피한다는 자료 작성이다. 각 팀이 진행하는 업무, 혹은 향후 운영 계획을 취합받아 예쁘게 포장, 정리해 윗분들께 공유하는 것이다. 실무 하기도 바쁜 동료들에게 자료 작성을 위해 이것저것 요청하니 동료들에게 여간 귀찮은 존재가 아니다.


얼마 전, 후배에게 자료 작성을 위해 업무 공유를 요청했다. 후배는 지금의 상황상, 자료 작성에 제대로 협조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윗분의 직접적 지시였기에 꼭 해야만 하는 업무였지만, 후배와의 간극은 좁아지지 않았다. "야, 이 정도 이야기했으면, 그냥 해야 하는 거 아니야? 목소리 낮추고, 어디 선배한테 그렇게 말하는 거야!!" 꼴에 선배랍시고, 순간 자존심이 상했었나 보다. 화를 내버렸다. 



그냥 약 먹지 마!


집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초등학교 1학년인 둘째 아이가 38도의 고열이 났다. 하지만 약 먹기를 강하게 거부했다. 차라리 아픈 게 낫다고, 약은 절대 먹기 싫다고 했다. 조그마한 약 튜브병에 담긴 20ml를 먹는데 30분째 엄마와 대치중인 상태였다. 지켜보는 인내심에 한계가 왔다. "한 입에 쭉 빨아먹으면 몇 초면 끝날 일을, 그리고 너 아픈 거 낫게 해 준다고 먹는 약인데 왜 이걸 엄마가 어르고 달래며 사정해야 하는 거야!!! 그냥 먹지 마. 계속 아파 그냥!!" 아이가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며 말한다. 그런 말 할 거면 방에서 나가라고 말이다.


핸드폰 좀 그만 봐!!

이번엔 초등학교 3학년인 첫째 딸과의 이야기다. (이 정도면 프로 싸움러인듯하다.) 잠잘 시간이 됐기에 불을 껐다. 하지만 딸이 여전히 핸드폰을 보고 있었다. (아들에게 쫓겨나 아들은 엄마와, 딸은 아빠와 잠을 잤다.) 핸드폰은 그만하고, 이제 그만 자자고 말했다. 딸은 조금만 더 보고 스스로 끄겠다고 이야기한다. 최근 스마트폰 보는 시간이 부쩍 늘어났고, 그 모습이 조금은 꼴 보기 싫었는지 기다리지 못했다. "그래, 마음대로 해. 앞으로 학교 갈 때도 깨워주지 않을 테니 스스로 일어나서 옷 입고 알아서 해. 상관하지 않을 테니..."라고 소리 높여 말했다. 아이가 급하게 핸드폰을 끄고, 울먹이며 아빠에게 다가온다. "진짜 2분만 있다 끌려고 했는데..."    




나는 후배, 아이들과 대화를 통한 접점을 찾으려 노력하지 않았다. 그저 알량한 권력(선배와 부모라는 지위)에 의지해 힘으로 찍어 누르려했을 뿐이다. 내 말이 옳으니, 너희들은 그저 따르면 된다고 말이다. 전형적인 꼰대다. 그럼에도 아직 희망은 있어 보인다. 후배에게는 화를 내고 바로 그 자리에서, 아이들에게는 다음날 아침 출근하기 전 잘못을 사과했다. 화를 내서 미안하다고 말이다.   


일방적인 명령을 하거나 화를 내는 성격은 아니다. 하지만 조금씩 변하고 있음을 느끼고 있다. 상대방 의견보단 내 주장을, 경청보다는 내가 말을 더 많이 하고 있음을 말이다. 예일대학교 스튜어트 다이아몬드 교수는 소통에 성공하려면 내용보다 방식에 더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무엇을 말하냐'가 아니라 '어떻게 말하냐'가 중요하는 의미다. 아무리 옳은 내용이더라도 말하는 태도가 불편하면 그 말은 상대방에게 어떠한 변화도 일으키지 못한다. 그리고 나에 대해 부정적 감정만 키울 뿐이다. 설령 내 아이더라도 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마음이 편한 선택을 하는 방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