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에세이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파란 다람쥐 Jul 19. 2023

철없는 40대. '제 2의 사춘기'에서 여전히 방황중

1982년생, 올해로 42세입니다. 제일 싫어하는 질문은 "넌 회사에서 커리어가 어떻게 되니?"입니다. 사실 회사에서 커리어를 어떻게 만들지 생각해 본 적은 없습니다. 하지만 윗분들은 면담할 때, 꼭 한 번씩 이 질문을 하더군요. 마치 '나와 같은 임원을 목표로 해야 한다' 혹은 '하나의 분야에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는 것처럼요.


초등학생 두 아이가 있습니다. 저는 아이들에게 "넌 꿈이 뭐야?"라고 묻지 않아요. 40이 넘은 저도 여전히 꿈을 찾지 못했거든요. 그런데 겨우 10살 아이들에게 꿈을 물어보는 건, 양심이 켕겨 도저히 못하겠습니다. 가끔 다른 부모님들이 아이들 꿈 이야기를 하며 "의사가 되고 싶대, 판사가 되고 싶대"라고 말할 때, 개인적으로 의아한 마음이 듭니다. '아이들이 뭘 해봤다고 벌써 꿈을 정했다는 거야.'라고 말이죠. 이와 동시에 조금은 먹먹한 마음도 듭니다.

나는 왜 이 나이 먹도록 하고 싶은 것도, 이루고 싶은 것도 없을까?


전형적인 수동적 인간

어머니가 말씀하시길, 저는 어릴 적부터 말썽 한 번 부리지 않았다고 합니다. 어떻게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 그렇다고 생각하는 바입니다. 친구나 직장 동료들에게 저는 '바른생활 사나이'로 통하거든요. 외박 경험은 손에 꼽히고, 택시 타고 집에 들어간 적은 거의 없습니다. 군대에서도 말년 병장 때까지 욕을 한 번도 한 적이 없으며, 술은 입에도 대지 않고, 담배는 단 한 번도 피워 본 적이 없습니다. 왜 그랬냐고요? 부모님이 그렇게 하라고 알려주셨 거든요.. "얘야, 외박하면 안 된다." "담배는 절대 펴서는 안 된다." 등등. (그러고 보니 '~하면 안 된다'는 잘 지켰는데, 공부를 썩 잘하지 않은 걸 보면 ~해야 한다'는 잘 지키지 않았네요) 회사에 입사해서도 꽤 인정받은 편입니다. 제게 하달된 윗분들의 고귀한 명령을 누구보다 빠르게, 누구보다 열심히 했습니다. 맡은 일을 해내고자 야근은 당연하다 생각할 때가 있었습니다.


시간이 흘러 회사에선 선배보다 후배가 많은 중간 관리자가 됐습니다. 가정에서는 더 이상 누구의 아들이 아닌, 한 여성의 남편이자 두 아이의 아빠가 됐죠. 이제는 제게 이거 해라 저거 해라 지시하거나 가르치려는, 혹은 뭘 하라고 알려줄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항상 누군가에 이끌려 살던 삶에서 벗어난 거죠. 그런데 말입니다. 족쇄가 풀리니 막막합니다.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더군요.


앞으로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정해진 루틴대로 살아왔습니다.

학창 시절엔 교복을 입고, 학교를 다녔습니다. 스무 살, 대학에 입학했습니다. 그리곤 나라의 부름을 받고 군대에 다녀왔죠. 20대 후반에 취업을 했습니다. 30대 중반에 결혼을 했고 두 아이를 낳았습니다. 지극히 평범한 삶입니다. 저와 비슷한 세대 남성의 전형적인 모습이지 않을까 싶네요.


회사 생활 13년 차, 함께 일했던 선배와 동료들이 퇴사, 혹은 이직으로 하나 둘 회사를 떠납니다. 그러한 모습을 보며 생각합니다. '회사는 나를 보장해주지 않는다. 내 미래는 결국 내가 준비해야 한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습니다. 저는 제가 뭘 좋아하는지, 뭘 하고 싶은지를 전혀 몰랐습니다. 40년 넘는 시간을 함께한 나인데, 지금껏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대학, 취업, 결혼 등 항상 제 앞에는 도장 깨기 목표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것들은 그저 사회적 통념에 불과했습니다. 제가 스스로 설정하거나 하고 싶은 것은 아니었습니다. 더 이상 클리어 해야만 하는 목표가 보이지 않는 지금, 갈피를 잡지 못하고 방황하고 있습니다. 마치 중학교 2학년 당시의 사춘기 시절처럼 말이죠.


정말 책 속에 답이 있나? 읽어도 뭐 딱히...

자신의 삶을 찾으신 분들, 무언가를 성취하신 분들이 하나같이 하는 말. '책 속에 답이 있다'였습니다. 독서를 해보기로 했습니다. 성인이 돼서 거의 처음 읽기 시작한 박웅현 님 《책은 도끼다》를 시작으로 5년 간, 200권 정도 읽은 듯합니다. (이 정도면 꽤 괜찮은 편 아닌가요?) 그런데 참 이상합니다. 남들은 책을 읽으면 변한다고 하는데, 제겐 어떤 변화도 없더군요. 5년이 지난 지금, 저는 5년 전과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여전히 길을 찾지 못한 채, 방황하고 헤매고 있습니다. 아~제 인생을 어찌하면 좋을까요? 아직 살 날이 대략 60년이나 남았는데 말이죠.


생각하라. 나 자신을...

최근 황농문 님의 《몰입》을 읽었습니다. 한 문장으로 요약하자면 'Work Hard의 패러다임에서 Think Hard의 패러다임으로 삶을 전환해야 한다'입니다. 성취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는 책데요. 저는 이 문장이 눈에 들어오더군요. 남들이 좋다고 해서 읽은 책, 완독 이후 또다시 남들이 좋다고 하는 책을 찾아 읽기만 했습니다. 책 속의 내용을 실행은커녕, 제 자신에 대입하고 적용하려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말 그대로 'Read Hard'였죠. 하지만 남는 건 전혀 없었습니다. 미련하게 이러한 생활을 5년이나 해왔네요.


이제는 외부에 산재돼 있는 지식과 정보보다는 제 자신의 삶, 내면의 생각들에 집중하려 합니다. 물론 독서나 학습을 소홀히 한다는 뜻은 절대 아닙니다. 다만 시간의 무게중심을 제 자신에게 더 할애한다는 의미입니다. 이를 위해 타인의 지식과 정보에 의존했던 글쓰기가 아닌 내 일상, 내 생각을 더 많이 기록할 생각입니다. 무의식적으로 드러나는 허세도 당연히 뺄 생각이고요. 글쓰기를 통해 나는 어떠한 순간에 기쁨을, 슬픔을, 혹은 성취감을 느끼는지 등을 이해해 볼 생각입니다.


이러한 경험과 생각이 켜켜이 쌓이다 보면 42년 지기 친구인 제 자신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제2의 사춘기'라는 방황에서 벗어나 진짜 저를 찾는 여정에 응원 부탁드립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제대로 늙기 위해선 세월에 섞을 마법을 만들어야 한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