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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란 다람쥐 Jul 29. 2023

천천히, 조금씩, 그러나 꾸준히


혹시 좌우명이 있으신가요? 저는 없습니다. 좌우명의 사전적 정의는 '개인이나 단체에서 목표 또는 의의를 나타내거나, 특별한 동기를 부여하기 위해 만드는 표어의 일종'인데요. 인생의 목표란 게 없었던 제겐 불필요한, 아니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항목입니다.


최근, 과거 독서 메모들을 다시 살펴보고 있습니다. 계속 새로운 책만 읽는 행위의 무의미함을 절실히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오래전 읽었었던 이영미 님의 책 《마녀체력》과 다시 조우했습니다. 저를 달리기 세계로 끌어들였던, 실제 하프 마라톤까지 뛰게 만들었던 책입니다. (읽어보지 않으셨다면 강추합니다.) 간략히 책 내용을 소개하자면 키 150cm대의 작고 왜소한, 40세가 될 때까지 운동이라곤 해본 적이 없던 여성이 꾸준히 연습한 덕분에 철인 3종을 거뜬히 해내고 버킷리스트로 몽블랑 트래킹, 사하라 사막 마라톤 등을 계획하는 튼튼한 체력의 소유자가 됐습니다. 3km도 달리지 못했던 그녀가 수영 1.5km, 사이클 40km, 달리기 10km의 철인 3종을 완주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요? 그녀는 말합니다.



저 같은 저질 체력에 마흔 넘은 여자도
10년 간 천천히, 조금씩, 그러나 꾸준히
운동을 계속하면 강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인생을 대하는 태도


백세시대이기에 제게 남은 시간은 약 60년. 지금껏 생각해보지 않았던, 제 자신을 알아보는 여정을 시작하고 있습니다. 그와 관련해 '어떻게 살아야 하지?' '내 인생의 기준은 무엇이지?'라는 고민을 하고 있는데요. (진지하게 임하진 않고 있습니다.) 그러던 찰나, 이영미 님이 말씀하신 3개의 부사가 유독 눈에 들어왔습니다. '조금씩, 천천히, 그러나 꾸준히'.


읽는 순간 마음속으로 '유레카'를 외쳤습니다. 이 3개의 부사를 내 인생의 기준점, 좌우명으로 삼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표현하지 않았었지만, 평소 제가 생각했던 성향에 딱 들어맞았거든요.


① 천천히...

© deanbennett, 출처 Unsplash
새벽 3시에 일어나서 4시부터 6시까지 훈련. 
그리고 다시 9시부터 11시까지 훈련. 
그리고 2시부터 4시까지 훈련. 
그리고 7시부터 9시까지 훈련. 

이런 식으로 훈련해서 몇 년이 지나면
여러분들 경쟁자와의 차이는 더 커집니다. 

- 故 코비 브라이언트 -


농구황제 마이클 조던에 이은 NBA 아이콘, 코비 브라이언트는 지독한 연습벌레로 유명합니다. 오로지 훈련만이 최고가 될 수 있다는 그의 맘바 멘탈리티는 너무 잘 알려졌죠. 오른손이 아프면 왼손으로 슛을 던지는 연습을 할 정도의 노력이 있었기에 그는 NBA 전설로 남아, 지금도 많은 후배들의 롤모델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아시아를 넘어 세계 최고의 축구선수로 성장한,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 손흥민 선수는 세계적인 축구선수가 되고 싶어 365일 훈련을 거른 날이 없다고 합니다. 운동장을 리프팅으로 3바퀴 도는데 왼 발로 한 바퀴를 돌고, 오른발로 한 바퀴를 돌고, 양발로 한 바퀴를 도는데 가다가 도중에 공을 떨어뜨리면 두 바퀴를 돌았더라도 처음부터 다시 시작했다고 하죠. 그는 그런 힘든 훈련 덕분에 지금 이 자리에 서 있을 수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제가 코비 브라이언트나 손흥민 선수처럼 세계적인 농구, 혹은 축구 선수가 될 수 있을까요? 오랜 시간 동안 고된 훈련을 하지 않은 제가 그들처럼 될리는 절대 없습니다. 방법이 있다면, 7개의 드래곤볼을 모두 모아 용신이 제 소원을 들어주는 것뿐이겠죠.(만화책 드래곤볼 참고) 많은 이들이 '돈방석에 앉았네' '성공했네' 등의 결과만을 보고 그들을 부러워하거나 시기 질투 합니다. 수년 동안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노력해 온 과정은 생각지 않고 말이죠. 맥도널드 창업자 레이크룩이 말한 것처럼 그의 성공 뒤에는 무려 30년에 걸친 긴긴밤이 있었습니다. 어디선가 갑자기 툭 튀어나온 반짝 성공 사업가가 아닌 거죠.


결국 오랜 시간 흘린 땀방울의 축적 없이 바로 결과를 얻을 수는 없습니다. 《역행자》를 쓴 자청님이 그랬죠. 단번에 돈을 버는 방법은 '사기'말고는 없으며, 갑자기 축구를 잘할 수 있는 방법은 '기록 조작'뿐이라고. 당장의 결과에 연연하지 않고 늦더라도 묵묵히 실력을 쌓아나가는 삶. 그것들이 켜켜이 쌓여 나를 더 나은 사람으로 성장시킨다는 믿음. 실력도 없으면서 과욕만 부리며 황새 쫓아가려 하지 말고, 뱁새면 뱁새답게 천천히 전진하는 삶을 살고자 합니다.

© framesforyourheart, 출처 Unsplash

② 조금씩...


세계 초일류 인재들이 어떻게 재능을 단련하는지를 연구한 대니얼 코일은 핵심기술을 매일 5분이라도 꾸준히 연습하는 것이 일주일에 1시간을 몰아서 연습하는 것보다 효과적이라고 강조합니다. 우리의 뇌는 하루에 조금씩 자라기에 매일 조금씩 연습한다면 의도한 대로 뇌가 성장하지만, 이따금 연습하면 뇌는 매번 연습 내용을 따라잡는데 허덕인다고 하죠. (《150년 하버드 글쓰기 비법》 참고) 오랜만에 공부를 할 때면, 매번 앞의 기억을 떠올리고자 첫 장부터 다시 시작, 결국 같은 내용만 반복적으로 학습하게 되는 이유가 이것 때문이네요.


몸짱 까지는 아니더라도, 조금 보기 좋은 몸매를 만들어보고자 합니다. 하지만 헬스장을 다닐 생각은 절대 없습니다. 그동안 수십, 수백 번 실패한 방법이거든요. 젖 먹던 힘을 짜내 벤치 프레스를 들어 올리는 행위는 제겐 전혀 맞지 않습니다. 근육을 키워보고 싶지만 힘들게 무게를 들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선택한 운동이 팔 굽혀 펴기 하루 10개입니다. '저게 운동이 돼?'라고 의아해하실 수도 있으실 텐데요. 일주일에 하나씩 개수를 늘려도 1년이면 62개, 2년이면 한 번에 100개를 거뜬히 해낼 수 있습니다. 하루 10개, 소요되는 시간은 약 15초. 지금 당장 몸짱이 될 필요도, 바디 프로필 찍을 생각도 없는 제게, 이 정도면 부담 없이 도전해 볼 수 있는, 딱 적당한 목표입니다.

© bruno_nascimento, 출처 Unsplash

③ 그러나 꾸준히


야구선수 이치로를 아시죠?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왜소한 동양인 타자가 성공하긴 힘들다는 편견을 깨고, 100년이 넘는 오랜 역사의 메이저리그에서도 단 두 명 밖에 나오지 않은 신인왕과 MVP를 동시에 수상한 전설적 선수입니다. 여전히 깨지지 않은, 단일 시즌 최다 안타 기록도 보유하고 있죠. 그는 야구 실력만큼 루틴으로 유명합니다. 1년 365일 중, 362일을 똑같은 패턴으로 생활하는, 단순한 행동을 매일 반복하는 그를 보면 경외감이 들 정도입니다.


세계적 프랜차이즈 맥도널드 창업자 레이크룩은 "재능이 있지만 성공하지 못한 사람은 세상에 널렸다. 전능의 힘을 가진 것은 오직 끈기와 투지뿐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인생에서 재능이나 천재성보다 더 중요한 건, 끝까지 밀고 나가는 끈기라는 것이죠.


제가 좋아하는 '우보천리'라는 사자성어가 있습니다. '우직한 소의 걸음으로 천리를 간다'는 의미인데요. 느린 소걸음이지만 멈추지 않고 꾸준히 걸으면 천리에 도달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앞서 이야기했던 '천천히', '조금씩'이 궁극적으로 완성되기 위해선 '꾸준히'가 반드시 뒷밤침 돼야 합니다.


'시작'보다 '지속'이, 
'탁월함'보다 '꾸준함'이 
인간의 삶을 더 생산적이고 
가치 있게 만든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해빗》, 웬디 우드 저, 다산북스 -
© ericd5, 출처 Unsplash

몇 년 전, 코인으로 대박 나서 강남 건물을 살 정도로 돈을 번 후배가 있었습니다. 너무 부러웠습니다. 최근에도 에코프로를 포함, 2차 전지에 투자해서 꽤 큰돈을 번 주변인들이 있습니다. 부끄럽지만 이 나이 먹도록 재테크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습니다. 해당 분야에 잘 알지도 못하는 제가 다른 사람의 성공이 부러워, 이 기회를 놓치면 안 된다는 조급한 마음에 따라 들어갔으면 어떻게 됐을까를 생각해 봅니다.


아마 원하는 결과를 못 얻었을 거라 생각합니다. 행여나 좋은 결과가 있었더라도 제 실력이 아니기에 분명 언젠가 크게 당하겠죠. 역사는 반복된다고, 결국 기회는 또 찾아옵니다. 제가 해야 하는 건 그때까지 착실하게 기본기를 쌓아나가는 것일 테죠. 제가 바라는 삶에 도달하고자 조급해하지 말고, 거창하지 않지만 매일 반복적으로 자신만의 작은 발자국을 쌓아가는 일상. 주변의 유혹과 부러움에 눈이 멀지 않도록 제 인생에 기준점이 될 좌우명. '천천히' '조금씩' '그러나 꾸준히'. 이 세 글자를 가슴속에 항상 품으며 살아갈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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