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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란 다람쥐 Aug 27. 2023

쫄보의 첫 창업 (Feat. 회사 탈출 프로젝트)

회사에서 따박따박 주는 월급 말고 별도의 소득을 창출하고 싶었다. 주식을 해보지만 씨드 자체가 크지 않고, 성적도 썩 신통치는 않다. 인생의 전환점 (경제적 자유)을 만들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로또 말고는 답이 없는데, 이게 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 그래서 개인 사업을 항상 마음속에 염두에 두고 있었다.  


취업 이전, 내 힘으로 돈을 벌어본 적이 없다. 그 흔한 아르바이트 경험도 전무하다. 부모님이 가꾼 온실 속에서 세상물정 모르며 자랐고, 정해진 루트대로 대학교에 입학, 취업과 결혼을 했다. 가끔 생각한다. 취업을 못 했다면, '과연 돈벌이나 제대로 하며 살 수 있었을까?'하고 말이다. (아마도 전형적인 캥거루족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은 딱 내게 어울리는 말이다. 당연히 부정적 의미에서다. 어느덧 40이 넘었고, 초등학생 두 아이의 학부모가 됐지만, 나는 스스로를 잘 안다. 성숙한 척, 열심인 척, 착한 척 하지만 한없이 철없고 어리숙하고 미숙하다는 것을 말이다. 이런 부족한 내가 창업을 하기로 했다. 소중한 시간을, 하루 8시간을 회사에 얽매이는 삶에서 벗어나고 싶기 때문이다. (회사가 결코 나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최고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회사를 다니기 싫은 마음은 좋고 나쁨의 개념과는 다른 것 같습니다.) 


월급을 대체가능한 무언가를 해야만 했다. 부족한 내가 무얼 할 수 있을까? 경험이 미천하기에 처음에는 위험부담이 작은, 그리고 회사를 다녀야만 하기에 시간 최소화가 가능한 것. 자연스럽게 무인점포로 귀결이 됐다. 그리고 그중, 우리 가족이 애용하는 무인 아이스크림점을 해보기로 했다. 


과연 잘 될 수 있을까?


막상 임대 공간이 나오고, 무인 아이스크림 운영을 해보려니 망설여졌다. 


과연 잘 될까?
자리는 괜찮은 걸까?
아파트도 없고 아이들도 없는데...

이제 여름도 지나
시기도 별로인데... 


하지 말아야 할 이유들이 수도 없이 떠올랐다. 생각해 보면 매번 그랬다. 해보지 않았던 무언가를 시도할 때면, 부정적인 생각들이 쓰나미처럼 몰려온다. 그리고 난 매번 쓰나미에 휩쓸려 떠내려갔다. 

   

타석에 계속 올라가서 스윙을 해야 안타도 나오고, 홈런도 나오고, 번트라도 나오니까요. 

- 『배민다움』, 홍성태 저, 북스톤 - 


이번에도 미적거리면 1루 베이스 진루는 또 뒤로 밀어진다. 설령 삼진을 당하더라도 우선 타석에 서야 했다. 이것저것 따지지 말고, 그나마 창업비용이 큰 편은 아니니, 말아먹을지라도 우선 해보기로 했다. (창업비용이 크면 정말 하기 어려웠을 거예요.) 


그냥 하면 될 줄 알았는데...


9월 17일이 오픈날이다. 그냥저냥 준비하면 될 줄 알았다. 도배 인테리어 조명 그리고 간판. 이렇게만 하면 준비는 끝이라고 생각하며 말이다. 하지만 예상보다 신경 써야 할 일들이 많았다. 아이스크림 포함, 음식과 냉장고 대여는 납품점과 진행하기로 했지만, 인테리어 타일 전기 간판 등은 조금이라도 돈을 아껴보고자 발품을 팔았다. 그런데 이게 생각했던 것보다 꽤 번거롭고 귀찮다. 사람들이 체인점을 하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하지만 여유로운 자금 상황이 아니기에, 이 정도 수고는 감내해야만 했다. (어떤 분들에게는 아무 일도 아닐 수 있지만, 제겐 이러한 작업들이 만만치 않네요.) 하나둘씩 업체 서칭이 완료됐고, 동시에 준비 작업도 진행되고 있는 중이다.  


성공할지 or 실패할지


사실 입점하는 자리의 시장 및 고객 조사 등은 하지 않았다. 그저 '괜찮을 것 같은데...'라는 느낌만으로 시작하는 첫 창업이다. 장사의 신이라 불리는 우노 다케시가 '음식장사에 안 팔린다는 말은 없다'라는 말을 믿고, 지리적 이점보다 정성과 분위기 콘셉트만 있으면 잘될 수 있지 않을까라는 막연한 기대감에 말이다. 이에 위치보다 어떻게 점포를 운영할지 더 고민하고 있다. 비록 무인이지만 '찾아온 손님들을 어떻게 정감 있고 따뜻하게 맞이할 수 있을까?'하고 말이다. 


첫 창업이 성공적이어서 2호 3호점을 오픈할 수 있을지, 아니면 쫄딱 말아먹을지 모르겠다. 결과는 예상할 수 없지만, 확실히 나는 변할 것이다. 아르바이트도 해본 적 없는 내가 직접 발품을 팔며 이곳저곳을 알아보고, 콘셉트와 전략을 고민하는 과정에서 투여되는 수고 등은 분명 내 자산으로 쌓일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경험은 또 다른 세계로 나를 이끌 거라는 생각을 한다. 아직 시작도 안 했지만 벌써 조금은 내가 달라졌다는 것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어떤 일이 하고 싶다면, 일단 해보자.
해보고 나면 어떤 식으로는 우리는 달라져 있을 테니까.
결과가 아니라 그 변화에 집중하는 것,
여기에 핵심이 있다.

- 『소설가의 일』, 김연수 저, 문학동네 -


무언가 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 비록 그게 잘 안되더라도 인생에 큰 영향을 끼치는 수준이 아니라면 우선 해봐야 한다. 성공과 실패가 아닌, 변화에 방점을 찍으면 한결 도전하기 쉽지 않을까? 


P.S

거창한 사업을 하는 것도 아니면서 오바했다면 죄송합니다ㅠㅠ

나름 제겐 의미있는 첫 창업이라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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