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 아이스크림
오랜만에 글을 씁니다. 자발적 회사 탈출을 위한 이런저런 시도들을 하고 있는데요. 최근 무인 아이스크림 매장을 오픈하면서 회사 업무, 주식 공부, 매장 관리, 그리고 육아까지 병행하느라 글 쓸 시간이 조금 부족했다는 자기 위로적 핑계를 대 봅니다.
지난 8월 27일, 무인 아이스크림 매장을 하기로 결심했다는 글을 작성했었습니다. 일사천리로 준비를 하고, 9월 16일에 매장을 오픈했으니, 어느덧 운영 2개월 차가 됐습니다. 우후죽순적으로 동일한 매장이 들어서고 있다는 뉴스에 과연 지금 시작해도 괜찮을까라는 고민, 그럼에도 회사 외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 무인 매장밖에 대안이 없다는 생각이 양립하실 텐데요. 조금이나마 결정하시는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2개월간 창업비용과 수익을 공개합니다.
매장 크기는 11평입니다. 프랜차이즈는 진행하진 않았습니다. 매장 오픈에 필요한 항목들은 지인의 도움과 직접 발품 팔아 업체 서칭하며 진행했습니다. 창업비용(초기 인프라+상품재고)은 약 22백만 원이 들었습니다. 가격은 업체별 차이도 있겠지만 옵션에 따라서도 다르니, 참고만 해 주세요.
① 키오스크 : 많은 분들이 사용하시는 오더퀸으로 구매했습니다. 나쁘진 않지만, 별도 매장 이벤트 등을 시행하기는 어렵습니다. (ex. 1만 원 이상 구매 시 10% 할인 등)
② CCTV : 다른 매장에 비해, 조금 비싸다는 생각을 하실 텐데요. CCTV 설치 자체만으로는 가격 차이가 크지 않았습니다. (대부분 8대에 90만 원) 다만 매장이 집에서 지하철 타고 이동해야 하는 곳이라 에어컨 온/오프와 온도 조절, 현관문 잠금 등을 원격으로 조정할 수 있도록 옵션 추가를 해서 가격이 조금 높은 편입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해당 기능은 별로 쓸모가 없어 보입니다. 2호점을 계획하고 있는데, CCTV 설치 시 원격 옵션은 진행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③ 간판과 시트지 : 하나의 업체에 디자인을 맡겼습니다. 해당 업체에서 비를 막아주는 어닝도 함께 진행했습니다.
④ 과자 진열장 : 아이스크림 냉장고 뒤에 설치하는 하얀색 과자 진열장은 개당 11~12만 원 정도 합니다. 옵션으로 스파이크가 있는데요. (길게 나와서 음식 거는 고리) 저희는 간식거리가 많진 않아서, 많이 필요는 없었습니다.
⑤ 전기 공사 : 전기 승압은 8kw로 진행했고, 천장에 LED 등을 설치했습니다.
⑥ 스탠드 냉장/냉동고 : 아이스크림과 과자 외에 음료와 냉동식픔(피자/햄버거/만두 등)을 함께 판매하기 위해 중고 주문했습니다. 아이스크림 냉동고는 아이스크림 도매업체에서 무상으로 지원해 주니, 별도 비용이 들지 않습니다.
⑦ 초기 상품 : 아이스크림 업체 외에, 과자/냉동식품/간식 등은 별도 도매업체에서 가져옵니다. 사업자 등록증을 등록한 경우에만 도매가격으로 주문이 가능합니다.
이제 매장 오픈한 지, 2개월이 됐습니다. 벌써 이익을 논하기에는 이르지만, 그래도 감히 이야기해 봅니다. 겨울이 비수기인 점과 임대료를 줄이고자 골목 상권에 입점했다는 점을 감안해 판매금액 참고 해 주시면 됩니다. (하루 20만 원도 팔리지는 않네요.)
온전히 한 달을 꽉 채워 영업한 10월 기준, 순이익은 100만 원입니다. (9월은 16일부터 영업/11월은 현재 18일까지 영업) 하루 평균 매출 15만 원에서 고정비 (인터넷/월세/전기세 외) +추가적으로 상품 구매비용을 차감한 금액입니다.
11월도 현재까지 상황을 보면, 10월과 크게 다르지 않을 듯합니다. 예상컨대 매출 430만 원, 비용 320만 원, 순이익 110만 원가량이 예상됩니다.
시간 투여대비 수익 100만 원 이상 실현에 상당히 만족하고 있습니다. (제 업무와 공부, 육아에 전혀 방해가 되지 않는 수준입니다.) 아직 경험해보진 않았지만, 많은 분들이 성수기인 여름에는 더 잘된다고 하니, 여름 효과를 기대하면, 내년 말까지 초기 투자금 2.2천만 원 회수가 가능해 보입니다. 15개월 만에 초기투자금 회수가 이뤄진다면 나쁘지 않은 창업입니다. (물론 큰돈을 벌고자 하시는 분들에겐 매력 없는 창업이고요.)
간단히 장점에 대해서 말씀드립니다.
누구나 알고 있는 "무인 매장이기에 인건비가 들지 않는다" "많은 시간을 투여할 필요가 없다" 이런 말씀은 드리지 않겠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더 좋은 장점은 "관리하는 시간마저도 내 마음대로 설정할 수 있다"입니다. 매일 아침이나 저녁, 주말이나 평일 등 정해진 시간에 매장 방문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저 내가 가능한 시간에 방문해서 재고를 채워놓거나 청소하면 그만입니다. 최근에 결혼 10주년을 맞아 1주일간 해외여행을 다녀왔는데요. 매장 운영이나 관리가 전혀 부담되지 않았습니다.
수익과 운영 방식이 마음에 들어, 현재 2호점을 해볼까도 생각 중입니다. (아직은 생각 단계예요. 이를 위해 차근차근 투자금을 모으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임대료를 조금 더 내더라도 대로변, 목 좋은 곳을 고려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