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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ugo Aug 05. 2021

서울동부구치소를지나며


6시가 되기 훨씬 전부터 일손을 놓고 쓸데없이 포털을 뒤적거린다. 대체로 오늘의 스포츠 경기나 요즘 핫한 차량의 시승기나 사양을 찾아보게 된다. 미국 샌디에이고의 김하성 소식이기도 하고 요즘 수염을 달고 나타나는 류현진 소식이기도 하다. 기아자동차의 하이브리드 차량이기도 하고 언감생심 포르셰를 바라보기도 한다.


7시간 반을 열심히 일했으면 나머지 삼십 분은 이렇게 의미 없는 클릭질을 해도 되지 않겠냐는 일종의 보상 심리가 작동하나 보다. 


6시 3분 전 짐가방을 싸고 복정도서관 지하 주차장으로 향한다. 집에 하나밖에 없는 차를 지상으로 끄집어 올린 후 집으로 향하는 길. 분당 수서 간 동부간선도로에 올라타면 곧바로 우측에 동부구치소가 항상 그 자리에 서있다. "두 전직 대통령이 저곳에 있다던데" 하면서 좌측을 바라보면 해가 뉘엿뉘였 진다. 겨울 기준으로 그렇다. 


라디오에서는 세상의 모든 음악이 흘러나오고 DJ 양반의 특유의 힘없는 목소리가 나를 나른하게 덜 공격적으로 운전을 하게 만든다. 어설픈 북소리와 타악기 소리와 어우러진 아프리카 민속음악이 흘러나오기도 하고, 오래전 보았던 이탈리아 영화 '우편배달부(iL Postino)'의 음악이 나오기도 한다. 


세상에는 그렇게 다양한 리듬과 정서가 있고 거기에 걸맞은 음악이 있고, 전직 대통령은 여러 가지 이유로 튼튼한 건물 안에 있고, 그 건물은 현직 대통령의 강력한 신재생에너지 정책을 보여 주듯 옥상에 태양광 발전 시설이 빼곡히 들어서 있고, 나는 6년 하고도 육 개월이 지난 감기 걸린 듯한 엔진 소리를 뿜어내는 볼보 웨건을 몰고 집으로 향한다. 


매일 그렇다. 


달라지는 게 있다면 그날 저녁을 먹고 동네 한 바퀴를 뛰는 날이 있기도 하고 마냥 퍼질러 앉아 철 지난 넷플릭스 미니 시리즈를 보는 날이 있기도 하다는 점이다. 그래서 매일 아침 올라서는 체중계의 바늘은 오백 그람이 늘어 있기도 하고 줄어 있기도 하다. 


그렇게 하루하루가 간다.  


이런 일상이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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