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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십의 나이

by 새벽

"올해 몇 살이나 됐어요? 아이가 있어요?"


"아들 한 명 있는데 지금 군 복무 중이에요."


"아이고, 성인 아들이 있었네요. 그럼, 우리 과장님은 나이가 오십쯤 되려나?"


"아, 네. 맞습니다."


"그래요. 그 나이로 보여요. 딱 오십일 거라고 내가 생각했지."


내 앞에 마주 보고 앉은 아흔 나이의 여자 어르신 고객은 업무처리하고 있는 나를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가 의뢰한 업무에 몰두하는 척했지만 실은 민망하리만치 부담스러운 그 시선을 나는 느끼고 의식하고 있었다.


"딱 오십일 거라고 내가 생각했지."


어르신이 건넨 그 말이 나에게 깊숙이 다가왔다. 기분이 좋아 절로 옅은 미소가 하루 내내 나왔다.


오십의 나이.

내가 기다리고 기대했던 그 나이의 한가운데 서 있다.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사고로 생각이 유연하고,

때론 흔들리더라도 이내 잘 다스릴 수 있고,

과함과 부족함을 알아차려서 완급의 조절이 가능하고,

현상에 대해 객관적인 시각으로 관전할 수 있고,

몸과 마음의 건강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고,

일상의 평안함에 감사할 줄 알고,

가족과 직장 동료, 주변 사람들에게 도드라지진 않아도 도움을 발휘할 수 있고,

때로는 나를 공격하는 이가 있더라도 맞공격하지 않고 조용히 둘러가는 지혜를 지니고,

약자에 대하여 겸손한 시선을 가지고,

지성과 감성을 가진 교양인의 나이, 그런 능력자의 면모를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나이가 바로 내가 그려왔던 오십의 나이다.


고객은 단편적으로 나의 외양을 보고 나이를 가늠했겠지만 딱 오십으로 보인다는 그 말에 보증서 도장을 스스로 찍으며 많은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고 해도 좋다.

오십의 나이에 이른 지금의 내가 만족스럽다.

외적, 내적 성숙을 고양시키고 지속시키고 싶다.

많이 읽고 쓰고 사유하는 순간순간이 모여 유연하고 단단한 나를 만들어 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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