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아이러니

by 새벽

내일부터 금요일까지.

직무 교육을 수료하기 위해 구례로 떠난다.

직급 필수 교육이지만 4일간 자리를 비운다는 게 대직자에게는 꽤 미안한 마음이다.

나 역시 일주일에서 이 주일 가량 대직 업무를 해 봤지만 하루가 되었건 일주일이 되었건 대직은 부담스럽다는 것을 알기에.


올해 5월, 하반기 교육을 놓치지 않기 위해 매일 전자 문서를 검색했다.

승진 동기들은 승진 첫 해에 대부분 교육을 수료했지만 나는 나름의 합당한 핑계로 한 해 두 해 미루어 오다가 이제 더는 안 될 것 같아서 막차 타는 심정으로 교육 신청을 했다.


5월에 신청하고 11월에 받는 교육.

6개월가량 이 교육을 손꼽아 기다렸다.

대직자에게는 미안하지만 교육을 앞세워 머리를 식히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기 때문이다.

집에서 구례까지 자가용으로 두 시간 남짓.

여행하듯 갈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해왔다.


그런데 막상 교육일이 다가오니, 부담이 느껴진다.

퇴근해서 저녁 식사를 하고, 설거지를 끝낸 다음 본격적으로 짐을 싸려니 출퇴근이 낫겠다는 생각이 든다.

좀 귀찮고 가끔은 짜증 나지만 익숙하고 일정한 하루하루가 더 편하게 느껴진다. 그럴 때면 내 머릿속에서는 '내가 나이가 들어서 그런가......'하고 탓을 해본다.


좋아 보여서 기다리고 기대했지만 그 좋아 보였던 것이 다가 오니 내게 익숙한 것을 더 찾게 된다.

아이러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경험과 선택이 쌓여 내가 되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