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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ince Oct 01. 2016

일본에 오다 (1)

한국 생활 정리, 취업 비자 받기, 그리고 집 계약 준비까지

*이 글은 2016년 5월 20일 경에 작성된 글입니다.


예정대로 일본에 도착했다. 10년 넘게 산더미처럼 쌓인 짐과 버릴 것들이 출발 당일 새벽까지 나를 괴롭혔지만 결국 다 생각한 일정대로 진행됐다. 짐정리 등 여러 모로 많은 도움을 준 가족에게 감사할 뿐. 특히 자동차와 자전거의 처분 때문에 고생했는데 떠나기 직전 친척분께 넘기게 되어 깔끔하게 해결되었다. 휴우.


짐정리 덕분에 깨달은 사실인데, 우리는 정말 필요한 물건이 1이라면 보통 50에서 100, 많으면 1000까지도 가지고 사는 것 같다. 필요 없는 옷, 신발, 책, 컴퓨터 부품 등이 산더미처럼 나왔는데 그 중 지인에게 줄 수 있거나 단기간 내에 중고 판매가 가능한 만한 물건은 정말 드물었다. 일본에서는 집도 작아지고 했으니 정말 필요한 만큼만 구입해서 써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모저모 해프닝이 있었지만 제일 중요한 재류자격인정증명서(Certificate of Eligibility)와 취업 비자는 문제 없이 받았는데, 집 계약이 진행 중이라 일본 내 주소가 없어 매우 불편하다. 정확히 말하면 신청(申し込み: 모우시코미)은 끝났고 집을 관리하는 회사에서 심사를 진행 중이다. 내가 고른 집은 임차인이 일본인이라 해도 좀 까다롭게 심사를 하는 듯 하다. 부동산 회사의 담당자 왈,  그래도 내 경우 별 문제가 없을 것이라 했다. 그는 젊고 친절한 데다가 빠릿빠릿해서 안심이 된다.

그런데... 일련의 과정이 꽤 길고 답답하게 진행되는 편이다. 일본에 살아 본 경험이 있는 지인들의 말대로 무얼 하든 시간이 오래 걸린다. 모든 것이 절차대로 꼼꼼하게, 차근차근 진행되는 데다가 한국보다 전체적으로 훨씬 복잡해서 돈이 있어도 집 계약이 끝나고 열쇠를 넘겨받기까지 7~8단계를 거쳐 최소 일주일이 걸린다고 한다. (내가 살던 한국 집은 월세를 주고 왔는데 집 보여주고 계약하기까지 약 30분이 걸렸다.)


일본의 경우 주소가 없으면 정식으로 핸드폰을 개통할 수 없고 주소/전화번호가 없으면 은행 계좌를 만들 수가 없다. 그래서 일본 입국 후 주소를 확정하고 핸드폰/계좌 개통까지 진짜 빠르면 한 주, 길면 두 주 이상 걸리게 된다. 물론 부동산 회사, 살게 될 집 등에 따라 더 짧게 될 수도 있다고 하지만 내 경우 7~10일을 예상 중이다. 하아. 속이 타지만 어쩔 도리가 없다.

일단 주소가 확정되면 동사무소 비슷한 곳에 가서 재류카드 뒤에 사는 집의 주소를 적으면 된다고 한다. 요즘 한국에서는 전입신고까지 인터넷으로 할 수 있게 되었는데 이곳에서는 그런 편의를 기대하면 안될 것 같다. 주소가 정해지면 핸드폰을 개통하고 전기, 가스, 인터넷 등을 신청해야 한다. 이곳 회사의 입사 예정일까지 시간이 좀 있긴 하지만 가전제품과 가구 등을 주문(참고로 배송비도 비싼 편이고 시간이 무지 오래 걸린다고...)해서 세팅하는 시간을 생각하면 별로 여유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삼성 퇴사 후 한국 집, 짐, 자동차 등 정리/처리해야 할 것들이 너무 많아 가족들과 함께 한 2주간 엄청나게 스트레스를 받았지만 이제 집 계약만 빨리 되면 한시름 놓을 듯 하다. 새집에 들어갈 때까지 시간이 있으니 맛집 투어나 하면서 여유를 즐겨야겠다고 생각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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