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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운 Jul 22. 2019

나는 우울증 약을 먹는 기자입니다: 두 번째 이야기

두 번째 정신과 방문. 내 이름이 불리고 나는 진료실 문을 연다. 선생님은 반갑게 인사를 건넨다. 아파서 병원에 오는 환자를 반갑게 맞는다는 게 아이러니하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은 상태가 나쁘지 않다고 느낀다. 팀장이 휴가를 가서 이번 주는 팀장과 부딪힐 일이 없었다. 팀장 대리도 만만찮은 인물이지만 팀장보다는 낫다. 팀장 대리는 왜 쓰는지 이해할 수 없는 기사를 많이 쓰지만, 적어도 지시를 왜 내리는지는 안다. 이유를 알면 같이 해결 가능성이 있다. 적어도 팀장 대리는 무능하지만 악한 사람은 아니다. 무능한 사람보다 악한 사람이 더 싫다.


선생님은 내 말에 맞장구를 잘 쳐준다. 


-대학병원에도 또라이 교수들 많아요.

-그런 사람들이 남아서...

-그런 위치를 차지하나 봐요. 하하하.


어릴 적 내 꿈은 의사였다. 워낙 꿈이 자주 바뀌었지만 가장 오랫동안 내 장래희망으로 자리 잡고 있었던 직업은 의사였다. 중학교 수학경시대회에서 상을 받을 때까지만 해도 의사가 된다는 건 믿어 의심치 않았지만 과학한테 뒤통수를 쌔려맞고 관두었다. 


그땐 의대만 가면 저절로 의사가 되는 줄 알았다. 전문의가 되기 위한 험난한 과정을 알았다면 그래도 난 의사가 되고 싶었을까. 지금도 못견디는데?


-저도 대학병원에서 나올 때 아버지께 욕 많이 먹었어요. 남아서 교수를 해야지 왜 나오냐. 그래도 이렇게 나와서 소신진료하고 있는 게 만족스럽습니다.


그는 기자라는 직업에 대해서 이것저것 물었다. 방송기자는 어떠냐, 사회부 기자는 어떠냐 등등. 기자에 대해 궁금한 게 많은 것 같았다.(내가 상담을 받는 건지 하는 건지)


그는 첫 번째 상담에서는 이것저것 컴퓨터에 적었지만 오늘은 그다지 적지 않았다.


다만 잠을 잘 못 잔다고 했더니 안정제를 추가해줬다. 우울증 약은 한 단계 더 높은 걸로 처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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